아동센터·장애학교·병원 등 공연 취약계층에 희망 전달
인턴 배우들 실전경험 쌓아
이들의 공연 레퍼토리는 마임극 ‘이상한 가방’과 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 넌버벌극 ‘소리야 놀자’ 등 3편이다.
‘이상한 가방’은 두 남자가 가방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가방을 열자 가방 속에서 다양한 물건들이 나오며 펼쳐지는 에피소드를 묶은 것이고, ‘여우와 두루미’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솝동화다. 그리고 ‘소리야 놀자’는 도둑과 재치 있는 소녀 민이가 꾸미는 에피소드를 무언극으로 표현한 공연이다.
대구시립극단이 지난 4일 찾아가 공연을 펼친 곳은 동구 각산동에 위치한 성요한복지재단 일심재활원. 초가을 날씨가 완연한 가운데, 원생 80여명을 대상으로 공연을 펼쳤다.
장애를 가진 원생들이라 40분이라는 공연에 집중하기란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처음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첫 공연인 마임극이 무대에 오르자 원생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두 인턴 배우가 가방을 모티브로 마임극을 펼치자 연신 웃음보를 터트렸고, 자신들이 무대 위의 배우인 듯 추임새를 넣으며 배우들과 공연을 함께 즐기는 모습이었다.
하나의 극이 끝날 때마다 끝난 지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열정적인 박수를 보내며 배우들을 격려하는 모습은 여느 관객 못지 않았다. 그렇게 흐트러짐 없는 40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무대 인사를 끝내고 원생들은 배우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감동을 나눴다. 이번 공연도 대성공. 배우나 관객 모두에게 유쾌한 공연이었다.
이날 무대에 오른 대구시립극단 임주용 인턴은 “다양한 공간에서 무대를 직접 만들고 연기하면서 많은 경험할 수 있어 인턴배우들에게는 찾아가는 공연이 더없이 좋은 무대”라고 찾아가는 공연 예찬론을 펼쳤다.
정이나 단원은 “음향과 무대가 갖춰지지 않아 배우들이 온몸으로 채워야 하는 부분이 많다”면서도 “일반무대보다 훨씬 힘들지만 누군가에게 꿈을 줄 수 있고 저 또한 이 무대를 통해 더 큰 꿈을 키워가게 되는 행복한 무대”라는 말로 채 가시지 않은 감동을 대신했다. 찾아가는 공연은 공연장을 찾기 어려운 계층에게 문화향유권을 찾아주자는 취지로 문화관련기관들이 최근 몇년 사이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는 기획이다. 대구시립극단도 3년째 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작년까지는 각급 학교 등의 일반 학생들과 어르신을 대상으로 공연을 펼쳐왔다면, 올해는 장애아동 어린이집, 보육원, 지역아동센터, 장애특수학교, 아동재활병원, 다문화센터 등 공연을 보러 올 수 없는 단체를 중심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북구어린이집 방문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지역 시설과 단체 33곳을 방문해 공연을 마쳤고, 이달에도 5군데의 시설단체 방문이 예약돼 있다.
대구시립극단 이국희 예술감독은 “말이 어눌하고 손발이 불완전하지만 연극을 즐기는데 그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시설 관계자분들께서도 아이들이 연극만큼 집중해서 보는 공연이 드물다고 하실만큼 호응도가 높다. 이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며 “어린 연기자들에게는 실전경험을 쌓는 기회가 되고, 시립극단은 공공성에 기여하고, 사회적으로는 나눔에 대한 가치를 돌아볼 수 있는 이런 공연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 나 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연을 희망하는 단체는 언제든지 신청가능하다. 053)606-6323.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