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의 동물적 측면 재인식해야”
“인간 본성의 동물적 측면 재인식해야”
  • 황인옥
  • 승인 2013.09.1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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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혼
디지털·문화·미디어 영역의 동물 본성
기생체, 히드라, 독수리 통해 밝혀
현대자본주의의 동학·대안적 주체성 분석
동물혼
마테오 파스퀴넬리는 “인간 본성의 동물적 측면에 대한 재인식을 통해 이론, 예술, 행동주의가 빠뜨리고 있는 실종된 기반을 재구축하자”고 주장한다.
동물과 혼의 합성어인 ‘동물혼((動物魂 : Animal Spirits)’은 경제학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쓰여 왔다.

‘야성적 충동’으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근대와 현대를 거치면서 경제발전의 근거, 다스려야 할 대상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흡수하며 확장해 왔다.

‘동물혼’을 경제 용어로 사용한 사람은 경제학자 케인스다.

그는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고 예측할 수 없는 인간적 충동”을 일컫는 말로 ‘동물혼’을 제시하며, 동물적 본능을 경제발전의 긍정적인 동인으로 인식했다.

이후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 애커로프와 로버트 쉴러가 금융위기 이후 펴낸 책 ‘야성적 충동’에서 “동물혼은 경제라는 틀 속에 포획되어 조절되고 균형을 이룰 때만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다스려야 할 대상으로 재설정했다.

이탈리아 문화 이론가이자 경제 철학자인 마테오 파스퀴넬리는 자신의 저서 ’동물혼Animal Spirits)‘에서 “동물로서의 인간은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부정과 긍정적인 변화로 이끄는 혁신의 힘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동물혼은 역사를 추동하는 힘”이라며 애커로프·쉴러의 주장에 반기를 든다. 그는 동물적인 인간 본성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며 “동물혼의 재복원”을 주장한다.

저자는 재복원을 주장하기에 앞서 우리가 비동물적인 선한 분야로 인식하고 있는 디지털, 창조도시, 미디어의 허상을 먼저 꼬집는다.

이 세 분야 역시 본성을 들여다보면 동물혼이 엄연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데 디지털 산업은 공유지에 서식하면서 동물혼의 창조성을 먹이로 기생생활을 하고(다음과 네이버, 구글 등이 대표적 사례), 창조 도시 역시 독점, 부동산 투기, 착취라는 히드라를 덮어가리는 데 사용되는 가면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미디어에서도 현대자본주의의 동물성은 존재한다고 강변한다. 그에게 미디어 영역은 권력과 욕망의 머리 둘 달린 독수리가 활약하는 대표적인 비물질 내전의 장소일 뿐이다.

저자는 이러한 주장을 통해 ‘착한’ 것, ‘무결한’ 것으로 칭송받는 이 세 개념이 어떻게 동물적 본성을 드러내고 있는지를 밝힌다.

그가 보기에 기생체, 히드라, 독수리 등은 동물혼으로부터 이윤을 빨아들이고, 동물혼의 에너지를 자신을 경호하는 힘으로 활용해 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국 파스퀴넬리는 책에서 “마찰과 갈등없는 매끄러운 장으로 인식되는 문화, 언어, 계몽주의, 네트워크 들이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급투쟁의 장이자 비물질 내전이 치러지는 전쟁터”라고 전제하고 “인간과 동물의 분리를 극복하고 동물혼의 복원을 통해 공유지를 둘러싼 투쟁에서의 저항 전략을 모색하자”며 결론 내린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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