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공간…여성의 독특한 시선으로 채우다
낯선 공간…여성의 독특한 시선으로 채우다
  • 황인옥
  • 승인 2013.09.12 1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은영, 현대인의 상실감 표현

이효연, 제3의 모호한 경계 드러내

내달 11일까지 갤러리 ‘스페이스K’
/news/photo/first/201309/img_108365_1.jpg"송은영작/news/photo/first/201309/img_108365_1.jpg'침범하는방-램프/news/photo/first/201309/img_108365_1.jpg'/news/photo/first/201309/img_108365_1.jpg"
송은영 작가의 ‘침범하는 방-램프’
현대는 물질을 향한 속도전의 시대다. 모두가 선두를 선점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가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주목 받는 것이 ‘내려놓기’, ‘느리게 살기’ 등의 정신적인 가치들이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 있는 갤러리 ‘스페이스K-대구’가 영적으로 깊어가는 가을에 선택한 전시의 주제는 ‘느린 풍경’. 잦아드는 여름과 젖어드는 가을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라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참여 작가는 송은영·이효연 두 여류작가. 멜랑콜리한 감성이 묻어나는 두 여성 작가가 서로 다른 공간에 대한 심리적 측량을 캔버스 위에 펼친 작품이 소개된다. 특히 두 작가가 프랑스와 스웨덴에서 각자 체류하며 수학한 경험을 녹여낸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불특정한 서구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낯설지 않은 사물과 풍경들에 자신만의 시선과 서정을 개입시킨 작품 20여 점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파리1대학에서 조형미술을 공부한 송은영 작가의 지평은 환영과 존재, 기억의 관계를 다양한 매체로 시각화하는데 있다. 특히 그의 풍경들은 ‘침범된 원근법’이 주를 이룬다.

지극히 사실적인 풍경들에 형태의 윤곽선을 침범하는 방식으로 전통에 변형과 왜곡을 가하고 있다. 소파에 파고든 창틀, 침실에 끼어든 바다, 문짝에 합체된 인물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중심 형태와 배경간의 구별이 모호해지는 그의 경계 침투는 주인공이 공간이 되고 공간이 주인공이 되는 역설적 상황을 위한 것이다. “현대인의 상실감을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유럽으로 건너가 스웨덴왕립미술학교를 졸업한 이효연 작가는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를 풍경으로 담고 있다.

작가가 사진으로 포착해 두었던 풍경을 토대로 생략과 왜곡, 다른 풍경과의 혼입으로 배경을 구성하는 식이다.

그의 작품에는 익숙한 일상 공간이지만 왠지 모를 낯선 감흥으로 가득하다. 하나와 다른 하나의 사이에 놓인 모호한 경계의 상태 혹은 상황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여기도 거기도 아닌 제3의 중간계를 불분명하면서도 무심하게 드러내다. “도시의 일상 공간을 배경으로 몰개성의 인물이 등장한다. 이것은 사실적인 논픽션이라는 이야기 장르의 회화 버전”이라는 작가의 설명이 따른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개념 미술에 가깝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서 극적인 갈등이나 사건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설명도 덧대지 않았다. 홀로 혹은 다수로 등장하는 인물은 특정한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타인에 대해 무심하기 이를 데 없다.

풍경 속 인물은 ‘외부에 대해서라면 격정 따윈 있을 수 없다’는 듯 일말의 불필요한 관계 맺기를 거부함으로써 이방인으로 자처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이방인이 아니다”며 작가가 섣부른 재단을 막는다. 그의 설명을 듣고 다시 보면 방관과 관음, 익명성과 소외라는 현대인의 건조한 방어 기제 이면에 수반된 어쩔 수 없는 고독, 모순된 심리가 그의 작품 전반에 회색조의 낮은 음으로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린다. 내달 11일까지. 053)766-9377.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