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지방자치발전의 엇박자 요인들
<대구논단> 지방자치발전의 엇박자 요인들
  • 승인 2009.05.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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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엊그제 안동에서 열린 한국지방자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지방의회 부활 만 18년, 민선단체장 출범 14년을 맞이하면서 그 간의 우리나라 지방자치제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있었다.

지방행정 전문가들의 코멘트를 정리해 본다. 지방행정 서비스에 초점을 둬야 하는 지방자치제가 지나칠 정도로 정치적 틀 안에서 운용되고 지방의원의 보수가 유급제로 되면서 의원들은 어느새 지방공무원과 같은 봉급자로 변질되었다. 의정비를 비롯하여 의원에게 지급되는 경비는 전국적인 형평이 이뤄지지 않고 지역에 따라 천태만상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들은 직접적인 재산적· 정신적 피해를 느끼지 못해 지방의원의 보수액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해마다 의원 연봉 책정 시 빚어지는 갑론을박에 식상한 일부 지역민들은 주민권리 쟁취 차원에서 지방의회를 견제하는 적극적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도봉· 금천· 양천구민 14명이 구의회가 여론조사 조작 등의 방법으로 인상한 의정비를 행정소송을 통해 해당 자치구로 반납토록 한 일이다. 서울행정법원판결에 따라 3개 구의회 의원들은 각각 1인당 최하 1.915만원에서 2.256만원까지 반납하게 되었다.

42명의 구의원들이 반납해야 할 돈이 무려 8억7.000여만 원에 달하고 있다. 의정비 반납 대상 의원들도 할 말이 있겠지만 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참담한 일인가. 알다시피 종전 수당으로 지급하던 의정활동비를 연봉형식으로 바꾼 당사자들은 국회의원들과 지방의원들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으로 그들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지방의원들은 실제적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밥이요, 심복이라는 사실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안다. 주민들은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의 틀에 묶여 수수방관, 납세자의 의무만 잘 하면 되는 처지로 밀려나게 되었을 뿐이다.

지방의원들도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 아니다 라는 말이 늘 도마에 올랐지만 최근 지방의원 역시 나름대로 이권에 개입 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 현직 서울시· 구의원 6명이 도시계획사업 과정에서 부동산 업자와 결탁하여 뒷돈을 챙겼다가 사법처리 된 것이다.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은 어떤가.

여러 불법 이권 행위로 사법 처리된 경우도 다반사 이지만 자기 얼굴을 내기 위해 자치단체의 재산을 축내고 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해마다 메리트도 없는 각종 축제를 벌이고 유명 가수를 불러 노래잔치마당을 열면서 쓰는 예산도 그렇지만 재임 시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돈주고 상받기’에 정성을 쏟는 단체장들이 의외로 많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만들어서 받는 상은 상이라 할 수 없다. 그런 상은 안 받는 것만 못하다. 공신력 없는 단체들이 사업적 수익을 위해 이런 저런 형태의 포상 제도를 만들어 치밀한 현장조사도 없이 공적서류를 받아 평가하면서 참가비, 홍보비 등을 요구, 만들어 주는 상에 현혹되는 자치단체나 단체장이 생각 외로 많은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영남지역의 2개 시민단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구· 경북지역의 일부기초· 광역자치단체와 단체장들이 지난 2년간 1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받은 상이 2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가 수상전에는 상을 받을 욕심으로 심사비 명목으로 예산을 축내고 또 수상 후에는 상 받은 것을 지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주민들의 혈세를 마구 쓰고 있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평가단체의 돈벌이 계획과 단체장들의 치적 쌓기의 박자가 맞을 때 지방자치제는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시청· 구청· 군청의 청사나 주요 간선도로에 이런 저런 상을 받았네 하고 내 건 현수막을 보고 이 지역 단체장이 정말 잘 해서 상을 받았구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예 없다.

내년 6월에는 246개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있다. 봉급자로 전락한 지방의원들과 단체장들은 꽤나 머리가 아플 것이다. 공천걱정, 돈 걱정을 해야 하니 말이다. 반면 국회의원들은 신이 날지 모를 일이다. 지금 정황으로 봐서 내년 지방선거는 유례없이 치열한 여· 야의 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가 제 자리를 잡아가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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