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잦은 재귀반사 소재 도전…수년간 연구로 단점 대거 보완”
“실패 잦은 재귀반사 소재 도전…수년간 연구로 단점 대거 보완”
  • 김정석
  • 승인 2013.10.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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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윤희정 유니텍스 대표
/news/photo/first/201310/img_110732_1.jpg"유니텍스/news/photo/first/201310/img_110732_1.jpg"
윤희정(38)유니텍스 대표는 내구성이 뛰어나고 상품화가 가능한 재귀반사 의류를 개발하기 위해 수년에 걸친 투자와 실험을 거쳤고, 최근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박현수기자 love4evermn@idaegu.co.kr
지난달 열린 대구패션페어에서 유니텍스가 직접 만든 재귀반사 소재 의류가 전시됐다. 평소에는 일반 의류처럼 보이던 옷이 카메라 플래시를 받거나 어두운 환경에서는 밝게 빛을 발산했다. 유니텍스 제공인터뷰를 앞둔 유니텍스 윤희정(38) 대표이사는 긴장감에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윤 대표는 영남공업고등학교 섬유과를 졸업한 후 영남이공대학 염색과와 지역 섬유제직공장, 코오롱패션 머티리얼(코오롱FM) 등 오랜 세월 섬유업계에 발을 담가왔지만, 자신만의 업체를 설립한 것은 1년이 갓 지난 상태다. ‘신생업체’의 대표인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

윤 대표가 대기업을 과감히 뛰쳐나와 유니텍스를 설립한 지는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이다. 그러나 유니텍스가 내놓은 섬유소재의 탁월성에 윤 대표는 벌써부터 언론과 관련 기업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유니텍스는 지난달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패션페어에 자사가 개발한 의류를 전시했다. 재귀반사(retro-reflection) 소재를 이용한 재킷과 유아복 등은 어두운 환경에서 강한 빛을 발산하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야외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야간에 차량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의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또한 높아져 재귀반사 의류는 대구패션페어의 주목할 만한 의류 제품으로 떠올랐다.

윤희정 대표는 내구성이 뛰어나고 상용화가 가능한 재귀반사 의류를 개발하기 위해 수년에 걸친 투자와 실험을 거쳤고, 최근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윤 대표는 재귀반사 의류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재귀반사 의류의 상용화와 품질 향상에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니텍스가 기능을 강화한 ‘재귀반사 의류’가 섬유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재귀반사 의류가 무엇인가.

“3M이 40년 전 개발해 특허를 획득하고 현재 세계 시장의 80%를 과점하고 있는 재귀반사 소재는 입사한 광선을 광원으로 그대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특징인 소재다. 도로표지판이 자동차 전조등에서 나오는 빛을 그대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재귀반사 소재를 사용한 대표적 예다. 재귀반사 소재는 미세한 유리구슬을 원단이나 필름 위에 균일하게 씌워 코팅 처리를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빛을 반사해 상대에게 위험을 알리는 유용한 기능에도 불구 재귀반사 소재는 도로표지판이나 아웃도어 의류 일부에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40년간 유명 아웃도어 의류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재귀반사 소재로만 이뤄진 의류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졌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재귀반사 소재가 물세탁 한 번에도 쉽게 훼손되고 미세한 유리구슬이 원단을 뒤덮고 있어 염색이나 프린팅이 어려운 까닭이다.

재킷 한 벌을 만드는 데 10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등 지나치게 생산단가가 높아 대부분의 업체들이 재귀반사 의류 개발에서 손을 떼기 일쑤였다. 때문에 재귀반사 소재는 특수안전조끼 등에 부분적으로 채택돼 왔다.”



/news/photo/first/201310/img_110732_1.jpg"대구패션페어에
지난달 열린 대구패션페어에서 유니텍스가 직접 만든 재귀반사 소재 의류가 전시됐다. 평소에는 일반 의류처럼 보이던 옷이 카메라 플래시를 받거나 어두운 환경에서는 밝게 빛을 발산했다. 유니텍스 제공
-유니텍스의 재귀반사 원단은 타 업체의 소재와 어떻게 다른가.

“유니텍스는 수년에 걸친 연구 및 개발로 재귀반사 소재가 가진 단점을 대거 보완하는 데 성공했다. 유니텍스가 개발한 원단은 수십회에 걸친 물세탁에도 반사율이나 디자인이 훼손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주로 회색 원단을 사용하는 것에서 적색, 황색, 녹색, 청색 등 다양한 색깔을 입힐 수 있는 방법도 개발했다. 특수 디지털프린팅 방식을 이용한 프린팅도 가능하다.

유니텍스의 재귀반사 소재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바로 내구성이다. 한 번 물세탁을 하면 반사율과 디자인이 크게 망가져버리는 옷을 수백만원이나 지불하고 사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유니텍스는 수년에 걸친 투자와 실험으로 물세탁, 가열, 문지름 등에도 훼손되지 않는 재귀반사 소재를 만들어냈고 이것이 바로 타 업체와 구별되는 유니텍스 소재의 가장 큰 강점이다.”



-유니텍스를 설립하기 전부터 십여년간 섬유업계에 몸을 담가왔던 것으로 안다. 그러한 경력이 현재 소재 개발에 어떤 도움이 됐나.

“1999년 코오롱FM에 입사해 11년을 근무했다. 의류 제품을 양산하기 전 샘플을 만드는 시가공과 공정관리 업무를 맡았다. 대기업에 입사해 생활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수입을 올렸지만, 항상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영업력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고, 사업 경영에 대해 아는 바가 많이 없어 섣불리 사업에 뛰어들 수는 없었다.

코오롱에서 11년을 근무하고 난 뒤, 주변의 만류에도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의 한 로컬업체에서 2년을 일하며 사업을 배웠다. 다양한 섬유 관련 업체들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노하우를 최대한 배우려고 노력했다. 코오롱에 근무하면서 섬유 생산설비에 관한 내용들은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됐다.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바로 ‘개발’이다. 뛰어난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전제가 돼 있어야 생산과 공급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러 개발 아이템을 들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재귀반사 소재였다. 주변에서 재귀반사 소재를 갖고 개발을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를 여럿 봤다. 제대로 된 재귀반사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만큼 어려운 것을 만들어냈을 때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확신도 있었다. 따라서 기존에 갖고 있던 지식들을 기반으로 삼고 여러 소재 업체들에 발품을 파는 등 재귀반사 소재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금은 그 노력에 대한 결과물이 어느 정도 나왔다고 본다.”

-재귀반사 소재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나.

“대구가 그렇게 좋은 시장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대구는 섬유 소재 개발에 있어서는 아주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패션·의류업계와 관련한 이렇다 할 브랜드가 없어 지역 안에서 소재공급 업체들이 살아남기가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서울과 부산에 소재한 업체들과 거래를 해야만 하고, 유니텍스도 늘 서울과 부산에 주목해야만 한다. 이는 대구 지역 소재업체들의 과당경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일반적인 섬유소재만을 다뤄서는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아직까지는 업체를 설립한 지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재를 공급하며 현상유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특화상품 개발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유니텍스는 자사만의 특화상품을 재귀반사 소재로 내세우고 있고, 아웃도어 의류에 재귀반사 소재 사용률이 높아지는 등 한창 붐이 일어나려는 분위기인 덕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입장이다. 실제로 내로라하는 유명 브랜드 몇 군데에서 유니텍스와 소재공급을 협의하고 있는 중이다.”



-대구패션페어는 어떤 계기로 참가하게 됐나.

“미신을 잘 믿는 편이다. 유니텍스를 설립하기 전 유명한 무속인을 찾아가 점을 본 적이 있는데, 나이 마흔이 넘어서 업체를 세워야 성공할 운명이라고 했다. 아직 마흔이 넘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의 명의로 업체를 설립하기가 망설여졌다. 이러한 이유로 사업자 명의를 부인 이름으로 올리고 대표이사를 본인이 하는 식이 됐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업자가 여성으로 돼 있어 대구시 여성회관에 유니텍스가 입주하게 됐고, 올해 대구패션페어에도 여성회관 주도로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대구패션페어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 지금까지 개발한 재귀반사 소재를 직접 의류로 만들어 전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맙게도 많은 분들이 재귀반사 소재를 이용한 의류에 관심을 보였다. 미신 때문에 한 일이 결국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



-향후 유니텍스를 어떠한 업체로 발전시킬 계획인가.

“당장은 재귀반사 소재 개발에 모든 힘을 쏟을 예정이다. 대구패션페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현재 여러 업체들과 소재공급을 협의하고 있지만 좀 더 내구성이 뛰어나고 실용적인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현재는 재귀반사 소재를 폴리 섬유에 입힌 원단만을 내놓은 상태이나 스판덱스 섬유를 이용한 재귀반사 원단을 만들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어가 요청하는 다양한 형태의 의류에 맞는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다각도로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아직 밝히기는 어렵지만 재귀반사 소재 외에도 여러 가지 아이템을 생각해뒀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변하고 그에 따라 바이어들의 요구가 달라지면 때에 맞게 묵혀둔 아이템을 꺼낼 생각이다.

섬유업계에서는 흔히 ‘섬유는 10년 주기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가령 예전에는 광택 소재가 인기를 끌었다면 지금은 무광택 소재가 인기를 끄는 식이다. 유니텍스는 재귀반사 소재 개발로 섬유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어느 때에 어느 소재가 다시 인기를 끌지 모르는 일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와 의류업계의 다양한 요구에도 쉽게 적응력을 발휘하는 유니텍스를 만드는 것이 대표로서의 당면과제이자 최종목표가 아닐까 한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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