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과 상처 잊고 성장한 모습 남기고 싶어”
“영광과 상처 잊고 성장한 모습 남기고 싶어”
  • 승인 2013.11.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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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2’로 돌아온 배우 유오성
/news/photo/first/201311/img_112965_1.jpg"배우유오성<YONHAPNO-0727
영화 ‘친구2’(감독 곽경택)에서 전편에 이어 준석 역을 연기한 배우 유오성.
“‘친구’는 내게 독이 든 성배였어요. 아주 달콤한 줄 알았는데 실은 쓴 당의정 같은 거였죠. 너무 큰 성공으로 내가 생각한 상식이 깨졌고 이후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 시길 지나 이젠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영화 ‘친구’의 주역 유오성(47)이 속편인 영화 ‘친구2’로 돌아왔다. 2001년 ‘친구’로 820만 관객을 모은 이후 12년 만이다. 그는 이후 많은 영화와 TV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친구’의 주인공 ‘준석’이었던 때만큼 대중에게 사랑받지는 못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너무나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친구’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친구2’ 개봉을 앞두고 5일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친구’가 남긴 영광과 상처를 털어놨다.

“그냥 한 편의 영화였을 뿐인데, 결과가 너무 좋다 보니 과포장이 된 거죠. 한 발 한 발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상식이 깨진 거예요. 많은 분이 이후에도 저를 그 영화를 기준으로 평가를 들이대니까 부담스러웠어요. ‘너는 이런 영화를 했던 배우니까 이래야 된다’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강했거든요. 그래서 나름 배우의 본질을 찾겠다고 연극도 하고 그랬는데, 힘든 시기를 거쳤죠. 그 시기에 가족이 정말 큰 힘이 됐던 거고요.”

‘친구’가 그렇게 쓴맛을 남겼다면, 왜 다시 ‘친구2’로 돌아왔을까.

“시나리오 받기 전인 작년 말부터 ‘친구2’를 만든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나는 가만히 있는데, 다들 작업들을 하고 있던 거죠(웃음). 올초 2월 27일에 처음 부산에 내려가서 곽경택 감독을 만났어요. 소주 한잔하면서 이걸 왜 만들려고 하느냐 그랬죠.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니까 괜찮더라고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대신에 시나리오가 약간 수정됐어요. 첫 시나리오에선 ‘친구’가 많이 언급됐는데, 제가 그랬죠. ‘친구2’는 다른 영화다, 지금 다시 만들어진다고 하면 많이들 ‘친구’를 기준으로 볼 텐데, 그게 많이 언급되면 기만일 수도 있다고. ‘친구’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잖아요. ‘친구2’답게 갔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그는 곽 감독에게 “이거 잘못 만들어지면 당신이나 나나 바보 되는 거다. 12년 만에 만들어지는 건 운명적인 게 있는 것 같은데, 잘 만들어서 바보 되진 말자”고 했다고.

그는 이 영화에 배우 유오성과 인간 유오성의 변화하고 성장한 모습을 투영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 이렇게 왔으면 인생의 궤적이 보여야 하는데, ‘준석’이와 내가 같이 와 있다고 느꼈어요. 준석이가 17년 만에 교도소에서 나와서 시작되는 얘기인데, 나도 12년이 지났으니 달라지고 성장해 있고 격이 쌓인 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묻어나야 하는데, 연기로 그런 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꾸미지 않고 편하게 하려고 더 애썼죠. 옛날엔 작품을 끝내면 ‘뭘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마무리 짓고 나서 ‘해냈구나,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첫 촬영부터 힘들었던 데 비하면 결과는 만족스러운 편이라고 했다.

“처음 이틀간 교도소 장면을 찍는데, 그냥 걸어나오는 장면이라 분량도 많지 않고 힘들지 않은 장면인데, 끝나고 집에 갈 때 ‘왜 이렇게 힘들지?’ 싶더라고요. 영화 근육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 것을 편리하게 써먹는 게 싫어서 긴장을 했나봐요. 그런데 나중에 들으니 곽 감독이 내가 교도소에서 걸어나오는 걸 보고 ‘됐다’고 했대요. ‘준석이가 17년 만에 걸어나오고 있다’고. 그 얘길 듣고 마음이 좀 놓였어요.”

그는 ‘친구2’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 ‘친구’와는 달리 한국의 중년 남자들의 정서가 녹아 있는 한국형 누아르라고 설명했다.

“‘친구’는 많이들 건달 얘기라 생각하지만, 실은 어린 시절과 고등학교 때 벌어졌던 회상 부분 때문에 많이 회자된 거라고 봐요. 향수의 문제죠. 그런데 이번의 ‘친구2’는 ‘대부2’를 오마주 형식으로 차용했고 한국적인 느와르가 된 거라고 봐요. 30대가 속도의 문제를 고민하고 경쟁하면서 이기려고 하는 나이라면, 지금은 인생의 방향과 정체성을 고민하는 나이거든요. 준석은 대한민국 중년 가장으로 사는 사람들의 고민을 똑같이 갖고 있어요. 이번 영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가 ‘누가 어디 내보고 오라는 데가 있나?’예요. 집안 가장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게 되죠.”

그렇다면 그는 배우로서, 한 인간으로서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물었다.

“이젠 방향이 명확해졌어요. ‘친구2’ 찍으며 성당에서 영세를 받고 요즘엔 새벽 미사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우리 중학생 아들한테 하는 얘기가 ‘1등 하려고 노력하지마, 열심히 하다 보면 유일한 사람이 될 거야’라는 거예요. 저도 배우로서 그런 생각으로 연기하려 합니다. 하루하루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나이가 됐고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내가 오늘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최선을 다하자고 기도합니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지만, 주어진 일에 대해 소명 의식을 갖고 하려고 하고요.”

◇영화 ‘친구2’= 곽경택 감독이 ‘친구’에 이어 12년 만에 연출한 속편. 전편에서 ‘동수’(장동건 분)를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서 17년간 복역한 ‘준석’(유오성)이 형을 채우고 세상에 나오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은기’가 장악한 조직을 다시 되찾기 위해 자신의 세력을 추스르는 한편, 고등학교 시절 어울리던 친구 ‘혜지’(장영남)의 아들 ‘성훈’(김우빈)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다.

준석은 아버지의 부하였던 지금의 보스 ‘회장’으로부터 아버지(주진모)의 젊은 시절 얘길 들으며 조직 재건을 다짐한다. 하지만, 조직으로 끌어들인 ‘성훈’이 동수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게 되며 고뇌한다.

‘친구2’는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조직을 만든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 아들인 주인공의 현재 이야기와 중첩한다는 점에서 ‘대부2’의 형식을 차용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매끄럽고 장중하게 이어놓은 ‘대부2’에 비해 과거와 현재의 연결 고리가 헐겁다. 또 현재의 주인공이 처한 고독한 상황에서 자신이 죽인 친구의 아들과 엮이며 겪는 고뇌의 깊이나 드라마도 그리 풍부하지 못하다. 전작인 ‘친구’의 강렬함에 비하면 아쉬움을 많이 남긴다.

14일 개봉. 상영시간 124분. 청소년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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