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로 폐암 발생도 밝혀
유전자로 폐암 발생도 밝혀
  • 김종렬
  • 승인 2013.12.2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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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맞춤 개별치료가 목표

폐암전문가 박재용 칠곡경북대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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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내과를 하게 된 것도 ‘우연한 기회’였다는 박재용 칠곡경북대병원장은 유전자를 이용한 ‘폐암의 맞춤진단 및 진료’의 새로운 역사를 열고 있다.
“건강하려면 숨 쉴 때 먹을 때를 조심하세요. 암의 80~90%가 외부환경에 의해 발생합니다. 밥상과 대기 중에서도 발암물질이 들어오죠. 많이 들어오면 독(毒)이 됩니다. 소식(小食)하고 나쁜 공기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죠. 가장 무서운 ‘암’은 노화(연령)가 첫 번째,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우열을 가리긴 어렵지만 정신적 스트레스와 흡연이죠. 담배를 끊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폐암전문가인 박재용(54) 칠곡경북대병원장은 폐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을 ‘흡연’으로 꼽으며 담배 끊기를 권고한다. 지난 13일 만난 박재용 병원장은 “유전자를 분석해 20~30년 뒤 폐암의 발생 위험도를 가려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폐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을 “우연히 찾아온 결과”라고 했다. 20여년전 그에게 ‘어쩔 수 없이 찾아온 차선책’은 반세기 동안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는 폐암 치료의 근간을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에게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필연적 연구의 길’로 나아가게 한 동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칠곡경북대병원은 어떤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90년대 폐암 전문의 없어 선택한 길
연수서 ‘무슨 연구할 것인가’ 질문 충격
美 은사 가르침 받아 유전자 치료 접해

◇폐암 진단·치료 새 역사 열다 = 담배가 폐암과 각종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폐암은 세계 사망률 1위일 정도로 무서운 병이다. 국내 남성 암 환자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 몸에서 호흡을 담당하는 장기인 폐와 기관지에 생긴다. 본격적인 폐암치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완치율은 15% 안팎으로 알려졌다. 진단 후 5년 내 사망률이 85%에 이른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감기로 오인하기도 해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것. 이처럼 골치 아픈 폐암의 발생 위험도를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 규명돼 폐암 극복의 새 역사가 열리고 있다.

박 병원장이 ‘폐암 맞춤 진단 및 진료’의 선두 주자로 불리는 것은 ‘캐스페이스(Caspase) ’유전자의 다형성이 폐암 환자의 수술 후 예후를 결정하는 주요 유전인자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서부터 확고해 졌다. 박 병원장의 이 논문은 2009년 임상종양학 분야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인 미국임상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실렸다.

‘개체 유전자의 차이에 의해 폐암 발생도의 차이가 난다’는 첫 유전자 다형성 연구는 2002년 박 병원장이 첫 SCI급 논문을 발표하면서 구체화 됐다. 박 병원장은 “유전자에 관심을 갖고부터 유전자 차이에 의해 폐암이나 다른 암의 발생에 차이가 있구나! 이런 차이를 내는 유전자는 뭘까. 이것에 대한 실험을 하면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고 1998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얻은 첫 연구를 발표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첫 SCI급 논문은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발표한 다른 논문과 함께 당시 100여회 이상 인용되기도 했고, 국가로부터 첫 연구비를 지원받는 성과로 이어졌다.

아울러 유전자를 이용한 폐암의 맞춤형 진단과 폐암 세포만을 죽이는 표적치료법 연구와 암진단 기술의 산업화·상용화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 프로젝트에 잇따라 선정됐다.

박 병원장이 중심이 된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주축의 폐암컨소시엄은 2011년 지식경제부로부터 ‘암진단 핵심기술의 상용화 기술개발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10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3년차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박 병원장은 “2002년 논문을 발표하면서 정부 연구비를 지원받게 됐는데, 현재는 규모가 엄청나다”면서 “10여년전 2천만원의 공동 연구비를 받고 너무 기뻐 만세를 부르고 야단났던 걸 기억하면 나라가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회고했다.

그의 유전자 연구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맞춤 치료’가 중심에 있었다.

“지금은 유전자 단위가 아닌 인간 게놈이 존재하는 유전체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유전자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이 발전했고, 현재 완성은 아니지만 진보됐다. 지금까지 폐암환자에게 동일 약물 치료의 ‘집단적 치료’에서 환자마다 유전자를 분석해서 다르게 치료하는 ‘개별화된 치료’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세계 최초 ‘폐암 유전자 다형성’ 규명
첫 SCI급 논문 국내외서 뜨거운 반향
암진단 산업화 등 정부사업 잇단 선정

◇“인생살이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다” = 박 병원장이 호흡기내과를 하게 된 것도 ‘우연한 기회’였다고 한다. 그가 ‘유전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학문에 대한 열정’이 ‘필연’을 만들어낸 것 같다.

“손 재주가 많지 않았고 학문적인 면에 관심이 있다 보니 내과를 해야겠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호흡기 내과 교수로 남게 됐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것도 우연히 찾아온 기회였다.”

박 병원장은 이렇게 호흡기내과 교수로 남았다. “1990년대 초반 당시 경북대병원 호흡기내과를 찾는 폐암환자는 40명 정도였고, 폐암 전문 교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안하는 폐암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호흡기 내과 교수가 되는 것이나 폐암을 전공하게 된 것이 계획된 것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된 차선책, 우연히 찾아온 결과였다.”

고교 시절 ‘삶과 죽음이 같이 있는 공간’에서 느끼고 싶어 ‘종군 기자’가 되기를 희망한 적도 있었다. 그가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폐암 환자들에게 가장 잘 듣는 진단·치료법을 제시하는 연구의 중심에 선 것에 대해서도 “인생살이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다”며 겸손해 했다.

세계가 놀랄 정도의 ‘폐암 관련 유전자 다형성’ 을 발견한 그가 ‘유전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교수되고 난 후 해외연수를 가야겠는데 고민을 하게 됐다. 1993년도 외국 학회에 처음 가게 됐다. 당시 교수가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나’고 묻더라.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세계 최고 권위의 ‘네이처’지에서 종설이론 유전자 치료를 읽고 감동을 받고 ‘유전자 치료에 관한 연구를 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미국 펜실베니아의과대학 위스터 인스티튜트의 윌슨 박사와 흉부종양연구소의 알벨다 교수의 가르침을 받으며 폐암 유전자 치료를 접하게 됐다.”

박 병원장은 미국 은사들의 말과 행동이 가슴에 와닿았고 배울 것이 많았다고 했다.

“‘무슨 연구를 할 것인가’란 물음 속에는 자기의 연구결과가 연구의 세계, 인간 세상, 질병의 치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와 연구 결과가 ‘흥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과 ‘실현 가능한가’가 들어있었다.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를 중요시했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사고와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자세가 배울 점이었다. 연구 대가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정보를 전해주더라.”

그는 유전자 치료 연구가 벽에 부딪힐 때 미국의 연구 대가들의 ‘연구 자세’를 떠올린다. 그리고 미국 연수 당시의 연구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현장에 적용, 조성해 보고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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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용 병원장의 유전자 연구의 최종 목표는 ‘맞춤 치료’에 두고 있다. 현재 암진단 기술의 산업화·상용화로 이어지는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환자중심이 되어야 한다 = 박 병원장의 연구과제는 ‘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이다. 박 병원장은 “연구중심병원인 칠곡경북대병원의 4가지 과제 중 ‘암’에 관한 연구를 빠른 시일에 시장에 진입시켜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임상의 많은 연구를 시장에 내놓으면 병원 수입의 10~20%를 결과물로 창출할 것이다. 또한 암에 관한 연구를 교수들과 융합해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에 대한 가능성뿐만 아니라 칠곡경북대병원의 미래 전망도 밝게 봤다.

“칠곡경북대병원은 일반인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자체 평가하면 성장 속도가 빠르다. 대외적 의료환경이 어려운데 올해에도 9%의 성장을 이뤘다는 것은 전남화순병원과 비교해도 성장속도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 불편한 교통의 한계에서 올해 성장은 정상 성장의 궤도에 있다고 본다.”

개원 3주년을 맞은 칠곡경북대병원은 명실상부한 암 종합병원, 노인보건의료센터, 어린이병원 개원 등 특화를 통해 공공보건의료의 지역 거점병원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적인 규모화와 서비스 개선을 통한 병원 문화를 바꾸고 있다.

병원에 가면 가장 큰 불만이 ‘대기시간’이다. 칠곡경북대병원은 대기시간을 줄이고 문화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환자는 제자리, 직원이 움직인다’가 느껴진다. 환자의 기다림을 최소화시켜주려는 ‘환자중심의 서비스 정신’이 빛을 발하고 있다. 공항의 라운지 같은 ‘입·퇴원 라운지’, 음악이 있는 여성 전용 ‘함암 주사실’ 등은 병원 서비스 개선의 획기적인 노력이다.

박 병원장은 “의료서비스 시장에서는 필연적으로 대기시간이 발생하고 대기시간을 줄이고, 줄일 수 없다면 어떻게 환자를 편안하게 해줄 것인가”라면서 “올해 취임과 동시에 환자는 제자리에 있고 직원이 움직이는 서비스로 전환한 것은 ‘환자중심 병원’으로 가기 위한 부분 서비스 개선의 하나로 보고 추진했다”라고 소개했다.

박 병원장은 “규모화는 시간이 걸린다. 단시간에 할 수 있는 서비스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은 제자리 있고, 환자가 오는 것에서 환자는 제자리에 있고 직원이 움직여 서비스 해주는 칠곡경북대병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박 병원장은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현상과 관련 “수도권으로 사람과 경제력의 집중이 환자들을 불러들이는 작용을 한다. 의료의 질은 병원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수도권 집중화는 ‘지역 균형발전’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역 출신 훌륭한 인재가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어야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재용 병원장은 “(취미도)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을 싫어한다”면서 “연구자들이 새로운 연구결과에 대한 희열을 갖는다는 것은 인생경로에 중요한 계기,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암 연구’가 고통받는 환자들에 새로운 희망으로 성큼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김종렬기자 daemun@idaegu.co.kr

◆박재용 병원장은 1984년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91년부터 경북대학교 의과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북대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경북대병원 진료지원실장, 경북대의학전문대학원 BK21 사업단장, 대구경북지역암센터 센터장 및 칠곡경북대병원 진료처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2월 국내 최고 권위의 의학자 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에 선임됐다. 지식경제부 주관 ‘2011년도 암진단 핵심기술 상용화 기술개발사업’ 신규 지원 대상자 선정(2016년까지 100억원 국비 지원), 제10회 보령암학술상(2011년), 제8회 화이자의학상(2010년), 대한암학회 선정 한국암연구재단 학술상(1998년),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선정 학술상(1999년) 등을 수상했으며, 지금까지 SCI논문 180여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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