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지방의원 의회장’ 주민이 납득할까
<대구논단> `지방의원 의회장’ 주민이 납득할까
  • 승인 2009.06.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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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사람처럼 탐욕적인 동물도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지방의원이 사망하면 의회장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모 기초의회의 `의회장에 관한 규칙’을 보고 새삼 느낀 생각이다. 도대체 지방의원이 무슨 대단한 존재라서 주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벌이고 있는가. 우리는 학교장, 교회장, 회사장으로 장례의식을 치르는 경우는 가끔 보아왔다.

가족장이 아닌 단체의 이름으로 행하는 장의행사는 그 조직을 위해 공로가 많은 고인을 기리기 위해 행해진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동료 지방의원이 사망했을 때 특별한 공로가 있다고 생각하면 의회 스스로 조용히 `아무개 의원 의회장’이란 명칭으로 장례를 치른다면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의원들이 자신들만을 위한 것으로 비쳐지는 장의규정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규정을 만든다는 것은 의원 누구라도 사망하면 의회장을 할 수 있게 하고 정치인으로 대접받기 좋아하는 지방의원들이 죽어서도 폼 내고 장례비용까지도 주민들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경기도의 한 시의회가 규정한 장제비 기준을 살펴보자. 지방일간지 3단 15㎝ 신문 공고, 가로 6m· 세로 3m· 높이 4m 내외 영결식장 가설물설치, 영구차 1대 및 유가족 운송 대형버스 1대, 장의위원장용 헌화 특대 1개·

유족 및 집행위원장용 헌화 대 15개, 장의위원장용 흉화 특대 1개· 집행위원장 및 위원용 흉화 대 29개, 헌화용 국화 300개, 근조리본 300개, 장갑 50족, 흑색 넥타이 50개, 영구차 리본 대형 1개, 의장 및 의원일동 명의 조화 3단 각 1개, 안내문 인쇄 500부, 기타 필요시 조악대 및 경호 경비 차량 등 등 정말 거창하다.

이 모두가 주민들의 혈세로 감당할 부분이다. 자치법규 정보시스템에서 각 지방의회의 의회장에 관한 규정을 찾아봤지만 공개를 꺼려서 인지 게시되지 않은 의회가 의외로 많았다. 경기도내 광주시를 비롯한 기초의회 7곳, 경남 통영시, 강원도 원주시. 삼척시 등이 작년과 올해에 걸쳐 의회장 규칙을 제정했다고 한다.

광역의회 16곳, 기초의회 230개 가운데 이런 규정을 만든 의회가 얼마나 되는 지는 파악이 잘 되지 않고 있지만 장의규정을 도입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불문가지다. 털어 놓고 말해 보자. 지방의회가 주민들로부터 칭송과 존경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주민들이 의원들의 의회장을 이해할 만큼 의회가 성숙되었다고 보는가.

한 편에서는 의회가 맘대로 책정한 의정비를 돌려달라는 주민 소송에서 의회가 패한바 있고 그 여파가 다른 지역으로 번져가고 있음을 지방의원들도 알고 있지 않는가. 이런 와중에서 의회가 의원 또는 그 가족만이 수혜자가 되는 의원 장의규정을 만들었거나 만들려는데 대해 지역 주민들이 납득할 것이라고 믿는가.

지방의원들은 의회운영에 관한 내부 규정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은 가지고 있지만 `의회장에 관한 규칙’은 의회운영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의회장 규칙 제정으로 지방의원 스스로의 권위가 상승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권위는 그것이 수용될 때만 확보될 수 있다.

의회장에 관한 규정에서는 유족이 의회장을 원하지 않는 경우는 그러하지 않다고 했지만 의원 당사자나 어느 유족이 의회장을 해 준다는데 반대 하겠는가. 지역민을 위해 직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지역의원이 주민들의 추모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의회장으로 해서 구설수에 오르면 고인을 욕되게 할 수도 있다.

헌신적인 의정활동을 하다 별세한 동네 의원의 장례식에 뜻있는 주민들은 누구나 참석하여 조문할 것이다. 필자는 지방의원들이 지나치게 정치화 되고 있음은 지방자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지금 여· 야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수준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런 때에 지방의원들마저 아전인수식 정치적 행태를 보인다면 되겠는가. 장의규정을 만들었거나 만들 계획이 있는 지방의회 모두가 숙고해 볼 일이다.

전국 기초의회의장협의회도 이 문제를 놓고 숙의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원들은 주민들의 생각을 잘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지방의원들에게 사심이 들어갈 때 지방의회는 지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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