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백사발을 읽다
<신년시>백사발을 읽다
  • 김민정
  • 승인 2013.12.3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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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군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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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군경 시인

허공을 허우적대는 연잎들이

나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일상이 반복되는 친숙한 언어이다.



서로 존재에 대한 무심[無心] 거리는

궂은 비 온 뒤 깊어진 강물처럼

넉넉한 인연 그물망에 걸러져 이젠

마음자리 다소곳이 잡은 부표되었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풍경은

이현령비현령의 화풍[畵風]으로

나를 섬세하게 조직하는 詩田이다.



그 옛날 그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너를 만들었고

지금은 원하는 내 언어로 너를 읽는다.



불상 앞에 조아린 인간은

희망과 기적을 달라 하고

할매 불상은 이미 다 주었노라 한다



눈 내린 소나무 숲에

부조만 남은 절터 적요가

서늘한 이조 백사발에 목화꽃 피우면

달 보이는 숲 다섯 그루 나무가 두 그루로 보인다



“찾아오시는 걸음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산딸기 한 움큼씩 따서 갈증지우며

“쉬엄쉬엄 오기 좋은 곳이더군요.

돌담 곁 오죽[烏竹]울이 청아하고

한가로운 연못 금붕어 몇 마리가 나를 반기더이다.“


▷성군경 시인은? 필명 백천, 1958년 대구 출생, 1989년 ‘흔들리지 않는 건들바위 관사촌 (남북문화사刊)’ 발표, 한국시민문학협회 회장(2006년~), 대구신문 시해설 위원장(10년~) 대구작가회의 이사, 낙동강문학상 수상(2011년), 시집:영천댐 옆 삼귀리 정류장(실천문학사刊) 외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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