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군경 시인
허공을 허우적대는 연잎들이
나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일상이 반복되는 친숙한 언어이다.
서로 존재에 대한 무심[無心] 거리는
궂은 비 온 뒤 깊어진 강물처럼
넉넉한 인연 그물망에 걸러져 이젠
마음자리 다소곳이 잡은 부표되었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풍경은
이현령비현령의 화풍[畵風]으로
나를 섬세하게 조직하는 詩田이다.
그 옛날 그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너를 만들었고
지금은 원하는 내 언어로 너를 읽는다.
불상 앞에 조아린 인간은
희망과 기적을 달라 하고
할매 불상은 이미 다 주었노라 한다
눈 내린 소나무 숲에
부조만 남은 절터 적요가
서늘한 이조 백사발에 목화꽃 피우면
달 보이는 숲 다섯 그루 나무가 두 그루로 보인다
“찾아오시는 걸음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산딸기 한 움큼씩 따서 갈증지우며
“쉬엄쉬엄 오기 좋은 곳이더군요.
돌담 곁 오죽[烏竹]울이 청아하고
한가로운 연못 금붕어 몇 마리가 나를 반기더이다.“
▷성군경 시인은? 필명 백천, 1958년 대구 출생, 1989년 ‘흔들리지 않는 건들바위 관사촌 (남북문화사刊)’ 발표, 한국시민문학협회 회장(2006년~), 대구신문 시해설 위원장(10년~) 대구작가회의 이사, 낙동강문학상 수상(2011년), 시집:영천댐 옆 삼귀리 정류장(실천문학사刊) 외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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