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 임금 지불’ 진지한 고민 필요
‘가사노동 임금 지불’ 진지한 고민 필요
  • 황인옥
  • 승인 2014.01.0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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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영점
혁명의영점
흔히 가사 노동은 생산노동과 구별 지어 재생산노동에 귀속시킨다. 이 때의 생산노동은 상품을 생산하는 임노동을 말하며, 생산과정 동안 가치를 창출하는 유일한 상품이다. 남성의 노동이 전통적인 생산노동에 속한다.

반면에 재생산노동은 집안일과 가사노동 등의 삶과 노동을 재구성 할 있게 해주는 관계와 활동의 복합체를 말하며, 재생산 과정 안에서 자신을 재생산하는 속성을 갖는다. 여성의 가사노동이 범주에 들어간다.

가사노동의 가치 인정에 대한 담론은 짧지 않은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오랜 역사에도 가사노동은 여전히 생산노동의 하위노동으로 취급받는다. 스마트폰 처럼 첨단 기기들이 생산되고, 금융거래가 빛의 속도로 거래되는 시대에도 재생산노동과 관련된 문제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

가사노동을 다른 가족구성원들과 공평하게 분담하는 문제, 맞벌이가 아닌 외벌이의 경우 생산 노동을 하지 않는 한 명이 군말 없이 ‘무급’의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것이 타당한지, 가사노동을 통한 노동력의 ‘재생산’이 공장과 사무실에서 이뤄지는 ‘생산’보다 가치가 낮은지. 만일 재생산노동이 생산노동과 동일한 수준으로든 그보다 적은 수준으로든 가치를 갖는다면 그 가치에 대한 인정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들이 대표적이다.

실비아 페데리치가 신간 ‘혁명의 영점’에서 다루는 문제는 여성의 가사노동이다.

저자는 40여 년 전 ‘가사 노동에 대한 임금 지불운동’에 몸담으며 재생산 노동의 가치 인정에 대한 국제적인 운동을 전개했다.

1970년대의 여성운동에서 출발해 1990년대 이후의 여성운동의 제도화에 대한 비판과 신자유주의의 등장으로 더욱 열악해진 삶의 조건들을 회복하기 위한 공유재 재구축을 위한 운동까지 급진주의 여성운동에 몸담아 왔다.

그의 신간 ‘혁명의 영점’은 이러한 여성투쟁의 본질에 대한 저자의 40년간의 연구와 이론 작업에 대한 집대성이다. 책에는 재생산 활동의 재조직과 그것이 노동의 성별분업에 미친 영향, 돌봄 노동과 성노동의 세계화, 노인돌봄의 위기, 감정노동의 발달 및 공유재의 정치 등을 아우르는 폭넓은 주제들의 권력과 정치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또한 그는 노동의 자본주의적 조직방식과 ‘소외된 노동’에 내재한 모순들의 이면에는 집단적인 재생산과 관련된 일상적인 현실을 변화시키는 폭발적 잠재력을 지닌 영점이 있음을 역사와 이론, 현실 운동 사례를 들어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지불 운동을 공유재(공통재)에 대한 담론으로 확장시킨다. 저자는 공유재를 경제적인 것을 모두 소유권에 종속시키는 사유재와, 모든 사회적인 것을 국가의 감시와 통제 하게 두는 공공재와 구분해 물, 공기, 토지, 미생물, 종자 등 생명과 관련된 모든 것으로 구분 짓는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방법론으로 공유재를 제안한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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