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습관 형성은 행복의 문 열쇠 쥐어주는 일”
“책읽기 습관 형성은 행복의 문 열쇠 쥐어주는 일”
  • 윤부섭
  • 승인 2014.01.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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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성초등학교 박경선 교장

대성초 초빙공모 교장 부임 후 독서 프로그램 진행

등굣길 인사 등 통해 교사·학생들과 끊임없는 소통

책 인세·강의료, 어린시절 받은 도움 갚는데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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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교장은 “학창시절 장르나 영역을 불문하고 책을 많이 읽은 것이 오늘의 나를 키우는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현수기자 love4evermn@idaegu.co.kr
대구 대성초등학교 박경선(60) 교장은 교사의 최고 권위를 ‘사랑’으로 설정하고, 교육의 역할을 ‘삶의 격을 높이는 것’에 할애한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삶의 가치를 보다 높은 차원에서 조망하는 철학적 수준은 고사하고 출세지향이 가치지향이라는 교육의 본래적 목적을 대신하고 있고, 출세지향적 질주에 브레이크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교장은 거듭 ‘사랑’과 ‘격’을 강조한다. ‘사랑’이야말로 가치지향을 회복하고, 삶의 격을 높이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지나친 출세지향과 과열경쟁 구도가 양산하는 우울증과 자살, 학교폭력에 대한 대안도 ‘사랑’이라고 한 걸음 더 나간다.

그렇다면 그가 염두에 두는 ‘사랑법’은 무엇일까. 박 교장은 ‘독서’와 ‘소통’을 제시한다. 출세지향과 가치지향의 중간 지점에서 그 둘을 아우를 대안으로 ‘독서’와 ‘소통’을 꼽는다. 지난 7일 그를 만나 구체적인 대안의 내용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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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교장이 학생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독서네트워크 프로그램으로 초빙공모교장으로 부임

박 교장은 4년 전 대성초등학교 초빙공모교장으로 부임했다. 초빙교장공모제는 초·중등교육의 자율성을 높이고 단위학교 책임경영이 가능한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교장의 임용을 확대하기 위해 교육부에서 마련한 제도다.

박 교장은 당시 공모에 2010년부터 4년간의 대성초등학교 중장기발전계획을 제시했고, 그의 비전이 받아들여져 초빙공모교장으로 2010년 부임해 올 2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 공모제에 제안했던 중장기발전계획은 무엇이었나.

“모두 네 단계로 구성된 독서네트워크 프로그램이다. 1단계는 책읽기, 2단계는 글쓰기, 3단계는 토론하기, 4단계는 책 쓰기다. 2010년부터 1년에 한 단계씩 단계를 높여 진행해왔다.”

- 단계별 내용은 어떤 것인가.

“1단계 ‘책 읽기’는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독서환경을 조성해 다양한 영역의 책을 읽도록 하는 단계다. 이를 위해 전교생이 독서 다짐장을 만들고 독서 급수제를 도입하는 등의 방법론을 활용했다. 2단계 글쓰기는 글쓰기의 목표를 ‘아이들의 마음 보듬기’로 정하고 한 방법으로 ‘걱정 풀어 글쓰기, 행복 풀어 글쓰기’를 도입했다. 혹 상처받은 마음이 있다면, 글쓰기를 통해 치유해 보자는 치유적 성격을 담았다.”

- 3, 4단계는 무엇인가.

“3년차 되는 해에는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토론하기에 집중했다. 토론은 학생들의 생각을 키우기 위한 독서와 연계한 교육법이다. 마지막 4단계는 3단계까지 닦은 실력을 기초로 책 쓰기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전교생 연작시집인 ‘조금’을 출간하고, 각 동아리별로 13권의 책을 출간했다. 책 쓰기는 학부모들도 동참했다.”

- 대성초등만의 특수성이 있을 것 같다.

“대성초는 조손, 편모 등 64%가 결손 가정이라 아이들의 상처 난 마음을 우선적으로 보듬어주는 독서 치료적 접근을 염두에 두었다. 그래서 단순한 책 읽기보다 학생들의 자존감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췄다. 방학 동안 전 교사들이 독서 치료에 관한 서적을 읽고 독서 치료법을 탐구해 상담에 적용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 4년 동안의 성과가 궁금하다.

“지난달 11일 서울에서 열린 제3회 독서교육 시상식에서 우리 학교가 각 시도에 한 학교에만 수여하는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또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학생문화센터에서 대구시교육청이 주최하는 책 축제에서 특별전시장을 운영하며 우리 학교의 우수한 독서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컴퓨터 등 정보매체에 익숙한 초중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컴퓨터상에서 다양한 독후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된 컴퓨터 기반 독서활동 온라인 프로그램인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대구지원센터에 우리학교 학생들의 독후감이 많이 탑재되고, 1등부터 10등까지의 순위에 우리 학교 아이들이 거의 다 들어가는 성과를 올렸다. 무엇보다 지난 4년 동안 우리 학교에 학교폭력 등의 불미스런 일이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 독서를 통한 인성교육의 효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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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학생문화센터에서 열린 대구시 교육청 주최 책 축제 특별전시장 운영 장면.
◇독서는 전인교육의 최고봉

- 왜 독서를 중요 시책으로 가져왔나.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사람치고 훌륭한 사람 안 된 사람이 없고, 훌륭한 사람치고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도 없다. 즉, 책 읽기는 자신을 키우는 평생 과업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책 읽기 습관을 형성시켜 주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문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쥐어주는 일이라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독서교육은 마음을 보듬고 생각을 키우는데 최고의 방법론이다.”

- 독서의 생활화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가능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소통이다.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다가가 아이들의 마음을 열고 자극을 주고받았다. 이 소통에는 교사들도 포함돼 있다. 나와 교사, 나와 학생들 모두 소통이 원활해야 우리가 원하는 독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아이들과의 소통법이라면 어떤 것이 있나.

“교장부터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전교생 생일날 내가 출간한 책들을 생일 선물로 주고, 아침 등교시간에는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맞이했다. 부모들이 집에서 가장 귀한 보물인 아이들을 학교를 믿고 보내는 만큼 학교에서는 가장 책임 있는 교장이 나가 맞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이제는 아이들이 등교길에 편지나 사탕을 건네며 먼저 다가온다.”

- 파티도 열어준다고 들었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이나 성적이 향상된 아이들에게는 피자나 통닭 파티를 열어주곤 한다. 아이들이 그만큼 노력했는데 교장이 토닥여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은 다른 아이들을 자극하는 동기부여도 돼 이중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 교사들과의 소통 비법은?

“교장의 시간 1분을 아껴서 가치 있는 60초로 선생님들을 도우려는 신조로 살고 있다. 예를 들면 교사들의 업무를 맡아 대신해주고, 선생님들 가정사에 걱정스러운 일이나 축하할 일들을 소소하게 챙기며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도록 이벤트를 즐겨하고 있다. 선생님 마음이 편안해야 학생들을 행복하게 키워갈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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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아침 등교길에 산타복으로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아동문학가로서 나누는 삶

박 교장은 20권의 책을 출간한 아동문학가다. 1987년 수필 ‘구혼여행’으로 새한신문, 1993년에는 동화 ‘동전 두 개’로 아동문학평론지에, 이듬해에 ‘방학에는 술래되어’로 동시까지 문단에 등단했다. 문학상으로는 청구문학상, 영남 아동 문학상,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우수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아동문학가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너는 왜 큰소리로 말하지 않니’, ‘개구쟁이 신부님과 해를 맞는 부처님’ 등 5권의 단편동화집과 ‘우체통에 칭찬 넣기’, ‘바람새’ 등 12권의 장편동화집, ‘열린교실의 글쓰기’ 등 3권의 글쓰기 이론서도 출간하며 글쓰기 지도에도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다. 현재, 대구교육대학교 대학원 아동문학과 강사, 대구북부도서관과 대구시교육연구정보원 등에서 자료 선정위원 일도 맡고 있다. 또 교대대학원 아동문학과에서 강의하며 작년에 강의 들은 이정실 교사를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등단시켰고 올해는 이수진 교사를 어린이동산 중편에 당선시켰으며, 대성초 병설유치원 이은미 교사가 쓴 동화는 지식산업사에서 추천해 출간을 기다리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 독서량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언제부터 독서를 시작했나?

“초등 4학년 때부터 학교도서실 당번을 자청했다. 책을 매일 한권씩 빌려 봤다. 호롱불의 기름이 닳는다는 꾸중 때문에 이불 속에 호롱불을 넣어서 부모님 몰래 책을 읽었다. 6학년 때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타 청와대에 초대돼 가기도 했다. 이후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도 ‘이 학교 도서실 책을 다 읽고 졸업하겠다’를 목표로 세웠다. 그래서 도서실 근로장학생으로 도서실 일을 거들었다. 그 덕에 학창시절에 장르나 영역을 불문하고 책을 참 많이 읽은 것이 오늘의 나를 키우는 밑거름이 된 것 같다.”

- 선생님이 쓴 동화 내용이 모두 따뜻하다. 특히 어둡고 소외된 곳에 애정이 가득 묻어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 사업이 잘못돼 그때부터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다. 6학년 때는 불우이웃돕기 성미 모은 것을 받아먹었다. 그때는 정말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아버지도 힘들었는지 수면제를 보이며 함께 죽자고 하셨다. 그때 나는 내 또래 아이 이윤복을 떠올렸다. 이윤복이가 가난하게 살면서 솔직히 쓴 일기가 영화관에서 ‘저 하늘에도 슬픔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고 있었기에 아버지를 설득했다. 나도 일기를 열심히 쓰고 있으니, 내 일기도 영화가 되어 돈을 많이 벌면 아버지한테 드릴 테니 그때가지 죽지 말자고 매달렸다. 그렇게 살아남아서 교사가 되는 교대에 갔다. 교단에서나 주변에서 작품을 쓰면서나 항상 소외된 곳에 마음이 가는 것은 힘들게 생활하면서도 꿈을 놓치지 않았던 성장기 내 삶의 뿌리 때문이다.”

- 교장 월급 외에 책 인세나 작가로서의 강의, 학부모 연수, 교사 컨설팅 등으로 받는 강의료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들었다. 어떤 마음에서 그런 실천을 하는지?

“어린 시절, 불우이웃돕기 성미를 받아먹은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어릴 때부터 내게 여유가 생기면 남과 나누며 살고 싶었다.”

◇학교에서는 ‘좋은 선생님’, 집에서는 ‘미친여자(?)’

- 남편이 현풍초등학교 이재진 교장이라고 들었다. 학교에서는 남편과 동등한 교장인데, 집에서는 어떤 아내이고 어머니인가?

“학교에서는 ‘좋은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집에서는 ‘미친여자’로 통한다. 내 재산 중에 제자들의 편지를 모아놓은 파일철을 내 보물 1호라 생각한다. 세월이 가도 제자들이 찾아주고 기억해주는 선생으로 살았다는 사실에 자부심도 가지지만 가정사는 뒷전이고 학교일, 제자들 일만 챙기는 주부라 식구들은 불만이 많다. 결혼 안하고 일만하며 혼자 살아야 할 성격인데 결혼을 해 남편과 아이들이 고생했다. 대신에 남편이 늘 집안일을 도맡아 도와주고, 두 아들 역시 학교 행사나 입학, 졸업식에도 못 가주었지만 모두 심성 착한 사회인으로 바르게 자라주었다. 가족들은 늘 미안하고 고마운 존재다.”

- 제자들에게 어떤 스승이고 싶은가? 또 제자들은 어떻게 살기를 바라는가?

“제자들이 힘들 때 힘이 되어주는 스승이고 싶다. 그리고 제자들이 모두 성공하고 큰 인물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인생의 고비마다 힘들 때, 자기들을 이끌어준 선생을 떠올리며 독서로 쌓여진 내공으로 지혜롭게 삶을 헤쳐 나가면서 조금씩 주위에 나누고 베푸는 사람으로 선량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진정한 성공은 그런 것이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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