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제여란 개인전 내달 5일까지 갤러리 스페이스K
유화물감의 수없는 덧칠 강렬한 느낌·생동감 넘쳐
유화물감의 수없는 덧칠 강렬한 느낌·생동감 넘쳐
그렇다면 대구 황금동에 있는 갤러리 스페이스K-대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서양화가 제여란의 x, y축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녀는 x축을 ‘아름다움’, y축을 ‘유화물감’으로 설정했다. 기쁨과 환희로 대변되는 아름다움은 그녀가 그림에서 추구하는 궁극의 세계관이며, 유화라는 물성은 궁극을 사람들 앞에 드러내는 방법론이다.
개인전 오픈식날인 지난 14일 대구를 찾은 작가는 “내 작업에 있어 재료는 중요하다”며 “재료와 작가가 한 몸이 돼야 행위와 결과물의 동일성과 만족성을 가져올 수 있는데, 나와 유화물감은 현재로서는 찰떡궁합이다”며 재료 이야기로 운을 뗐다.
작가의 작품은 유화의 덧칠로 생성된 두꺼운 추상이 주를 이루고, 전체적인 느낌은 강렬한 터치와 생동하는 이미지로 남성적인 기운이 넘친다. 색감은 어두운 것에서부터 밝은 색조까지 다양하다.
다양한 색채로 어우러진 작가의 추상들 속에는 하나의 흐름이 관통하는데, 모든 색들이 자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회화가 자연을 재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자연지향적인 작가의식이 자연 색으로 귀결된 것이다.
색채의 다채로움 만큼이나 추상의 이미지 또한 다양하다. 이유는 우연성과 필연성에서 찾을 수 있다. 작업할 시점의 작가의 몸과 마음 상태와 기후, 바람, 날씨 등의 우연성이 상호작용해 시·공간적 축적이라는 필연적 추상으로 나타난 것이 그녀의 이미지들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우리의 머리 속에는 수 만가지 생각이 스쳐간다. 몸의 컨디션도 천차만별이다. 그 즉흥성들이 작품에 오롯이 담기기 때문에 추상의 이미지들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남성적 기상으로 공간을 제압하는 작품과의 반전을 이끄는 아담하고 단아한 외모의 그녀가 구상이 아닌 추상을 탐닉하는 방식은 그녀만의 비틀기에 있다. 작가는 “회화가 본질을 횡단하는 최상의 방법이 추상이다. 일종의 원하는 방송 주파수를 찾기 위해 라디오의 다이얼을 돌리는 것과 같다”며 추상예찬론을 펼치면서도, “하지만 나는 상투적인 추상은 하지 않는다. 균형에 의존하면 새로운 것과 본질적인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평화, 불안 등의 상반된 것 드러내고 그것을 넘어서서 마침내 본질인 기쁨과 환희를 드러내는 과정이 내 비틀기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열 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으로 비구상회화를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는 대구에서의 3번째 개인전이며 2010년 이후 4년 만의 만남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의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난 작업 기법과 도구에 과감한 변화를 가하며 매체의 물성 탐구를 통해 독자적으로 구축해온 회화 작품 20여점을 소개한다. 내달 5일까지. 053)766-9377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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