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안전불감증…못다핀 청춘 꺾었다
지독한 안전불감증…못다핀 청춘 꺾었다
  • 김정석
  • 승인 2014.02.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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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리조트 참사

패널구조 건물, 지붕 위 쌓인 눈 무게 못견뎌 ‘폭삭’

사고 순간 체육관에 565명…10명 사망·105명 부상

구조·수색작업 마무리…검·경, 본격 수사 나서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후진국형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 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경북도와 경주시, 경찰과 군부대, 소방당국 등은 사고 이튿날인 18일 오전까지 총 1천575명의 인력과 104대의 장비를 동원해 인명 구조와 건물 해체 등 수습 작업을 진행했고, 이날 오후 사고 수습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검·경은 정확한 사고 경위 조사와 현장 감식에 나섰다.

◆생지옥 된 신입생 환영회

17일 오후 9시 6분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565명의 부산외대 학생들이 신입생 환영회를 갖던 축제장은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내리면서 일순간 생지옥으로 변했다.

이날 오후 마우나오션리조트에는 부산외대 신입생 660명과 재학생 352명 등 1천12명의 학생들이 도착해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고, 사고가 일어난 시각에는 중국어·베트남어·미얀마어과 등 아시아대학 소속 학생 565명이 체육관에 모여 있었다.

사고는 그라스울 패널 구조로 이뤄진 건물 지붕이 며칠째 이어진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했다. 지붕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465명의 학생은 대피했지만 체육관 안쪽에 앉아있던 100여명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고 이 중 20~30명은 건물에 완전히 매몰됐다.

이번 사고로 아랍어과 신입생 K(여·19)양을 비롯한 학생 9명과 이벤트업체 직원 C(43)씨 등 10명이 숨지고 중상자 2명을 포함한 10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사고 직후 경주와 울산 지역 병원 12곳으로 분산 이송됐다.

◆ 왜 무너졌나

이날 학생들이 신입생 환영회를 가진 체육관 건물 지붕에는 약 70cm 높이의 눈이 쌓여 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1㎡에 1cm의 눈이 쌓이면 그 무게는 1.5kg 정도로 측정된다. 면적 1천205㎡의 체육관 지붕에 70cm의 눈이 쌓여있었던 것을 단순계산하면 약 126.5t의 하중이 지붕에 실린 셈.

더욱이 이번처럼 물기를 잔뜩 머금은 ‘습설’의 무게는 ㎡당 3kg에 달한다. 결국 사고 당일 체육관 지붕에 실려 있었던 눈의 무게는 최대 253t에 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주 지역은 일반적으로 ㎡당 51kg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건축 기준을 세워놓았는데, 이번처럼 수십cm의 눈이 쌓이는 경우에는 건축 기준을 몇 배나 넘어서는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사고가 난 체육관 건물이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채워 넣은 ‘샌드위치 패널형’이었던 탓에 무게를 견디는 힘이 훨씬 약했다.

◆검·경, 사고현장 정밀 진단·감식 나서

이번 사고는 현장이 해발 500m의 산 중턱에 위치해 있는 데다 지난 7일부터 이어진 폭설로 구조대가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 발생 12시간 후인 18일 오전 10시께 사고 현장에서 구조 및 수색 작업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검찰과 경찰 수사도 본격화됐다.

대구지검은 강력부 검사 전원과 경주지청 소속 검사 3명, 수사관 등으로 ‘수사대책본부’를 구성했다.

경북지방경찰청도 50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경주경찰서 대회의실에 설치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본원과 대구 및 부산본원 소속 인력 13명으로 현장 감식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 이날 오후 3시부터 감식에 들어갔다. 국과수는 안전도 진단이 끝나는대로 경찰과 함께 리조트 체육관이 안전하게 시공됐는지, 하중 설계를 적정하게 했는지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이승표·김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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