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치…‘공통의 것’을 추구하라
새 정치…‘공통의 것’을 추구하라
  • 황인옥
  • 승인 2014.03.05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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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자원의 분배를 결정하기 위한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매커니즘 모색
탈정치의 정치학
탈정치의정치학
지금까지 투쟁의 목적은 이념이나, 가치, 사상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활동에서 진정한 중심축이 무엇인가를 반문할 때, 이념이나 가치 이전에 ‘인간’이 먼저 떠올라야 하는 것이 정설이다. 정설대로라면, 모든 투쟁은 인간해방을 주제로 놓을 때라야만 비로소 정당성을 확보하고 목적 달성에 보다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투쟁의 역사는 어떠했을까. 또한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 인간성 상실을 광범위하게 경험하는 21세기의 인간해방운동은 또한 어떠한가. 책 ‘탈정치의 정치학’ 의 논의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인간해방을 열망하는 안또니오 네그리, 워너 본펠드 등 9명의 정치철학자들의 담론을 담은 이 책은 우선 지금까지의 투쟁들이 이념이나 사상이 인간해방과 위치가 뒤바뀌는 주객전도(主客顚倒)·본말전도(本末顚倒)의 역사를 걸어왔고, 그 결과 이념이나 사상이 인간 위에 군림하며 인간해방을 요원하게 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탈정치의 정치학’이라는 새로운 코뮤니즘을 제시한다.

사실 ‘탈정치’는 이미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지고 있는 개념이다. 흔히 ‘정치적 무관심’이나 신자유주의와 관련한 권력과 자본의 역학관계 등을 지칭해왔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하는 ‘탈정치’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정의된다.

핵심은 새로운 정치, 새로운 코뮤니즘 기획의 모색이다. 좀 더 풀이하면 지금까지 정치영역을 지배해 온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이라는 양가적 프레임을 전복시켜 정치를 ‘공통적인 것’의 구성으로 새롭게 개념화한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공통적인 것’의 실체는 사적 소유의 지배와 신자유주의적 전략들에 대한 대립이면서, 공적 소유의 지배, 즉 국가의 통제와 규제에 대립하는 개념이다. 핵심은 개방적 접근과 집단적이고 민주적인 결정 및 자주관리로 정의 되는 부의 한 형태를 말한다.

2000년 볼리비아 물사유화 반대투쟁 사례를 이 개념에 대입하면 보다 쉬운 이해를 이끌 수 있다. 그들은 물사유화 반대 투쟁에서 ‘물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기본전제 아래, ‘물을 공통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 즉 제한된 자원의 분배를 결정하기 위한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방법을 모색’하며 ‘공통적인 것’을 모색했다.

안또니오 네그리, 해리 클리버 등 9명의 자율주의 저자들은 책을 통해 사회민주주의와 맑스레닌주의라는 20세기의 두 가지 거대한 실정적 기획을 넘어서 ‘공통적인 것’의 발명으로 나아가려는 열망을 표출한다. 그들 모두는 인간의 사회적 실천을 세계의 유일한 구성력으로 인정하면서 가치형태와 국가형태의 매개를 거부하는 자기해방의 기획을 옹호한다.

이들의 이론적 작업은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지속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의 삶과 투쟁을 원천으로 삼으며, 출현하고 있는 전지구적인 투쟁들을 ‘잠재적인 것’의 형태로 실재하는 ‘공통적인 것’을 현실 속에서 구체화하는 혁명적 코뮤니즘의 산 실험장으로 간주한다. 특히 책에는 사회적 투쟁들을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고무하며, 그러한 투쟁들에 결합하려는 9인의 자율주의 석학들의 치열한 노력을 읽을 수 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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