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국보급 석불, 붕괴 위기 몰려
방치된 국보급 석불, 붕괴 위기 몰려
  • 김정석
  • 승인 2014.03.31 17: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 북구 읍내동 마애불상군

문화재로 지정 안돼 곳곳 균열 훼손 심각
/news/photo/first/201403/img_126274_1.jpg"마애불상군/news/photo/first/201403/img_126274_1.jpg"
대구 북구 읍내동 마애불상군 본존상(가운데)을 중심으로 30여구의 불·보살상들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위덕대 박물관은 읍내동 마애불상군이 삼국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정석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불상이 새겨져 있는 대구 북구 읍내동 마애불상군이 높은 가치에도 불구하고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해 날로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직접 찾은 읍내동 마애불상군에서는 바위에 새겨진 180㎝ 크기의 본존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어 본존상 주변 바위 여러 곳에 작은 크기의 불·보살상들이 새겨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희미하게 남아 있는 상도 있었지만, 일부 불·보살상은 비교적 뚜렷하게 보존된 모습이었다.

바위 곳곳에 일어난 균열도 확인됐다. 수세기에 걸쳐 덥고 추운 날씨가 반복되고 홍수나 태풍 등 각종 자연재해를 견디면서 일어난 균열로, 일부 균열은 붕괴를 불러올 만큼 심각해 보였다. 바위에 낀 이끼나 산에서부터 쏟아지는 흙탕물, 겨우내 쌓이는 눈도 균열의 원인이 됐다. 최근에는 바위에 뿌리를 박고 자라던 나무를 베어내면서 균열이 더욱 빨라졌다.

마애불상군을 관리하는 보덕스님은 “이번 겨울에는 별다른 자연재해가 없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지만, 현재 바위의 균열이 많이 진행돼 폭설이 내리기라도 하면 불·보살상이 새겨져 있는 바위가 부서지고 말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읍내동 마애불상군은 지난 2011년 10월 위덕대 박물관에 의해 재확인됐다. 기존에는 불자들 사이에서 본존상 1구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위덕대 박물관의 조사를 통해 총 33구의 불상과 보살상, 승려상, 속인공양상, 선각 9층탑 형상 등이 새겨져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드문 의상(倚像·의좌에 앉은 모습), 2존상(二尊像)도 발견됐다.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진 경주 남산 탑곡 마애조상군(보물 제201호)에 새겨진 도상 총수 29개를 능가하는 숫자다.

위덕대 박물관 측은 읍내동 마애불상군이 새겨진 시기를 삼국시대로 추정하고 있다.

위덕대 박홍국 박물관장은 “불상이 새겨진 바위가 사암(沙巖) 계통이어서 형상이 오랜 세월 보존되고, 삼국통일 이후로는 불·보살상을 바위에 새긴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읍내동 마애불상군을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암석학, 고고학, 미술사는 물론 돌을 다루는 석공이나 해외 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해 마애불상군의 진가가 확인된다면 그 가치는 국보급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읍내동 마애불상군은 그 규모가 확인된 지 2년이 넘었음에도 문화재 지정조차 되지 않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애불상군이 포함된 토지 소유자가 개발 제한이 될 것을 우려해 문화재 지정을 신청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대구시 관광문화재과 관계자는 “소유자가 문화재 지정을 원하지 않는다면 재산권 문제로 인해 문화재 지정이 어렵다”며 “비지정 문화재의 경우 해당 구·군이 관리하도록 돼 있는 만큼, 북구청이 적극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