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절망의 교차…옥상의 재조명
희망과 절망의 교차…옥상의 재조명
  • 황인옥
  • 승인 2014.04.0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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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도시서 열린 협업전 응축 옥상의 미학·정치의 실체 분석
옥상의 정치
고영란·김만석·김종길 외/갈무리/1만8천원
옥상의정치
아파트 문화가 정착하기 전, 웬만한 주택에는 ‘옥상’이 존재했다. 옥상은 낮 동안의 노고가 빨래라는 이름으로 뽀송하게 말라가는 충전의 공간이자, 장독 속 먹거리가 익어가는 생존의 공간이며, 가족과 이웃이 정을 나누는 소통과 휴식의 장이었다. 덤과 같은 공간이었지만 덤 이상의 기능을 수행한 알짜배기가 옥상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옥상에서 느끼는 충만한 느낌은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옥상 위 빨래들의 행렬에서 숨어있는 옥상의 인문학적 코드를 발견할수 있는데, 그것은 희망이다.

사회적 부와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옥상에는 햇살이 평등하게 내리쬔다. 그 차별없는 햇살 속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위안’과 ‘희망’과 ‘평화’를 느끼는 것은 아닐까.

2009년 1월 용산 남일당 옥상에서의 대치, 7월 쌍용차 평택 도장공장 옥상에서의 파업 노동자의 시위, 2011년 1월 시작된 부산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 김진숙 지도위원의 고공농성, 2012년 11월부터 시작된 쌍용차노조원 3명 송전탑 시위.

우리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순간에 ‘희망’을 찾아 옥상으로, 탑으로 올랐던 소위 말하는 ‘옥상의 정치’ 를 기억할 것이다. 왜 옥상이었을까.

최근 ‘옥상’을 매개로 유례없는 협업방식의 전시를 기획해 옥상의 미학과 옥상정치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그 결과물을 책으로 발간해 관심을 끈다. 옥상 재조명의 시작은 전시가 먼저 열었다.

광주의 미테-우그로(기획 김영희), 부산의 공간 힘(기획 김효영, 김만석), 서울의 대안공간 이포(기획 박지원), 대구의 삼덕상회/장거살롱(기획 노아영), 대전의 비영리예술매개공간 스페이스씨(기획 김경량) 등 5개 도시에서 각각의 상황에 맞게 ‘옥상’이라는 주제를 표현한 협업전시를 열었다.

이 협업 전시는 각각의 지역과 그 공간이 갖는 고유한 의미들을 보장하면서도, ‘옥상’이라는 공통의 통증들을 다루는 기존에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방식의 전시였다. 이 전시에서 작가들은 삶과 생명을 파괴하고 불구화하는 시스템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로부터 기쁜 삶의 가능성과 생명의 지속 가능성을 타진했다.

협업전시의 응축으로 발간한 책 ‘옥상의 정치’는 공동체와 사회의 갈등을, 신자유주의 하에서의 희망과 절망의 교차를, 나와 이웃 사이의 네트워크를, (불)가능한 만남을 모색하려는 고투의 과정을 옥상이라는 조건 속에서 찾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지식인, 비평가, 예술가, 기획자, 큐레이터, 갤러리 운영자, 출판인 등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다양한 시각의 옥상학을 제공하는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돼 있다.

먼저 1부 ‘옥상화(屋上花)’에서는 황경민의 꽁트와 옥상의 시 열여섯 편을 배치, 옥상의 경험과 체험을 날카로운 현실비판과 삶의 인식으로 옮겨 놓는다.

2부는 ‘옥상의 정치미학 : 임계, 잉여, 파상’이라는 키워드로 조정환, 김만석, 임태훈의 원고를 실었다. 옥상의 정치, 문화, 건축을 섬세하게 다루는 이 세편의 글은 현재적 옥상이 갖는 가능성의 조건이 무엇인지 삶의 지향과 방향이 어떤 식으로 이끌려야 할지를 분석한다.

또 조정환의 ‘잉여로서의 옥상과 잉여정치학의 전망’에서는 옥상이 가옥과 삶의 잉여의 형태라는데 주목하고 자본주의적 잉여가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회수하는지, 한국사회에서 잉여들의 어떤 역량들이 갈취되는지를 심문하고 우리 시대에 맞는 ‘잉여정치학’을 제안한다.

이밖에도 생명의 임계점인 옥상을 둘러싼 우리시대의 문화를 김만석이 분석하고 임태훈은 자본의 건축론을 비판하며 옥상의 건축론을 모색한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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