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한 삶이 나의 삶…청소년 나눔멘토 되고파”
“남을 위한 삶이 나의 삶…청소년 나눔멘토 되고파”
  • 김종렬
  • 승인 2014.04.1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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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길 대구경북 혈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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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길 대구경북혈액원 원장은 우리사회의 미래인 청소년들에 대한 생각이 깊어질수록 에너지가 솟아 오른다며 말년의 삶은 ‘재능기부’,‘청소년 나눔멘토’가 되겠다고 말했다. 박현수기자 love4evermn@idaegu.co.kr
“1986년 ‘사랑을 실천하는 성지’로의 발걸음은 기대와 긴장, 망설임이었다. 인도주의를 펼치는 ‘대한적십자사’에서 삶의 족적(足跡)을 남길 수 있을까에 대한 강한 의구심도 들었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은 이렇게 시작됐다. 풋내기의 세월은 봉사를 실천하는 사람으로 ‘운명처럼’ 흘렀다. 그리고 “작은 일이 모여 큰일이 된다” 는 친구의 말은 나눔과 봉사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라는 강한 메시지가 돼 행동으로 옮겨졌다.“

지난 11일 대구 중구 달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영길(58) 대구경북혈액원 원장의 첫 마디는 ‘생명나눔·봉사’ 였다.

김 원장은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에 입사한 이후 RCY(한국청소년적십자) 본부, 상주적십자병원 관리부장,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사무처장, 아이낳기 좋은 세상 경북본부 실무위원 등을 거쳐 지난해 4월 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 원장으로 부임했다. 30년 가까이 한눈을 팔지 않고 적십자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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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경북지사 입사후 30년간 /news/photo/first/201404/img_127606_1.jpg'한 우물/news/photo/first/201404/img_127606_1.jpg'
물적.인적나눔과 더불어 생명나눔 고민
나눔기사 정독하며 새 봉사방법도 배워


◇‘생명나눔운동가’로 변신 = 김 원장은 스스로를 ‘생명나눔운동가’라 불리길 원했다. 대한적십자사의 최전선에서 인적·물적 나눔운동을 넘어 ‘생명나눔’의 든든한 후원자가가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원장은 “대구경북혈액원 원장의 책무이기도 하지만 저의 말년을 밝힐 소중한 꿈이 될 것 같다”면서 “최근에서는 적십자에서 배운 물적·인적나눔뿐만 아니라 ‘생명나눔’ 확산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뭘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하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인적·물적·생명나눔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적십자다”라고 강조한 뒤 “헌혈사업은 적십자가 하는 나라도 있고 하지않는 나라도 있다. 한국과 일본은 적십자가 한다 . 중국 등은 국가가 한다. 그렇다면 왜 적십자가 유일한 조직인가 궁금하다. 인적·물적 인프라가 적십자처럼 잘 갖춰져 있고 조직적으로 활동 하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적십자사의 엄청난 조직과 노하우가 인적·물적나눔과 생명나눔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 대한적십자사에는 성인 봉사원 8만여명, RCY 회원 23만여명이 회원으로 있어 위 세 영역의 나눔운동이 가능하다. 연간 550여억원의 회비는 인적·물적나눔을 뒷받침해주고, 연간 270여만명이 헌혈에 동참해 줘 안정적인 혈액수급을 가능케 해 생명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혈액 수요 만큼 헌혈인구는 줄어들고 있는 실정을 안타까워 했다. 300만명이상 헌혈이 이뤄져야 혈액수급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적십자사의 2012년 혈액사업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혈 지원자 309만1천406명 중 헌혈 부적격자는 17.8%인 54만8천911명으로 나타났다. 실제 헌혈 검사로 이뤄진 수 254만2천495건이다. 이 중 2.2%인 5만6천508명이 다시 부적격으로 조사됐다.

특히 헌혈자의 82%가 만16~29세의 10대, 20대 청소년층이란 점이다. 헌혈 부적격의 주요 요인은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인한 철분부족에 따른 저비중으로 분석됐다. 청소년층의 철저한 건강관리가 요구되고 있으며, 중장년층은 적극적인 헌혈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중장년층보다 청소년층의 헌혈이 많다는 게 안타깝다. 헌혈을 하면 12가지의 인체의 정보를 검사해 헌혈자에게 우편으로 통보된다. 한번 헌혈로 건강검진을 공짜로 하게 되는 셈이다. 헌혈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하다는 의미도 된다. 그리고 인체정보를 알게되면 건강을 더 챙겨야 하겠다는 마음도 든다. 헌혈은 건강한 사람이 누리는 특권이자 건강의 상징이다. 무엇보다 생명을 구하는 고귀한 일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중장년층이 적극적으로 헌혈에 나서 따뜻한 ‘생명나눔’ 실천에 동참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따뜻한 RH- 사람들 “생명의 소중함 가르쳐 줘” = 대구경북혈액원은 하루 수천명의 수술 환자들에게 혈액을 공급해 준다. 혈액을 수·공급해주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김 원장은 “시장과 도지사가 행정을 관할한다면 생명을 다루는 혈액 수·공급의 수장으로서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혈액원은 연간 26만여명의 헌혈을 받아 부산에 있는 남부혈액검사센터로 보내 핵산증폭검사(NAT:Nucleic Acid Amplification Test)를 거쳐 안전한 피만 각 병원에 공급한다.

현재 국내 혈액관리는 적십자사의 혈액정보관리시스템(BIMS)에서 공급량이, 질병관리본부의 혈액수급감시체계(KBIMs)에서 수요량이 파악돼 관리되고 있다. 2003년 이후 혈액 정보관리시스템과 혈액정보공용시스템이 구축돼 체계적으로 혈액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채혈(採血), 검사기능 등 모든 과정은 선진국 수준이다. 자체검사 통합검사시스템이 도입된 뒤 수혈사고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 그만큼 진일보한 관리방식으로 혈액 수·공급이 안정화 됐다”고 강조했다.

적십자사의 BIMS는 전국 혈액수급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RH-’ 혈액이 부족하면 과거 긴급 방송을 통해 긴급 수혈자를 찾았서나 현재는 BIMS의 문자전송시스템을 통해 ‘RH-’ 보유자에게 바로 통보된다. 위험대처능력이 그만큼 극대화된 것이다.

김 원장은 “현재 국내 RH- 보유자는 전체의 0.3~0.5% 정도로 약 15만~25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워낙 희소성이 강하다보니 과거 RH- 혈액이 없어 긴급수혈을 받지 못하고 숨진 환자들도 있었다. 지금은 RH- 혈액 보유자들이 ‘RH- 봉사회’를 만들어 비상연락망으로 서로에게 정보를 교환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이들 희귀 혈액보유자들의 진한 가족애와 단합은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혈액원에 도움을 주고 있는 ‘RH- 봉사회’는 희귀 혈액 소수자 모임이다. 대구경북지역의 이 모임은 혈액형별로 4개조(A-B-O-AB형)으로 나눠 긴급수혈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 서로가 ‘RH-’라는 동질감으로 뭉쳐 봉사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해 이들 모임의 1박 2일 하계수련에서 참석해 RH-혈액 관련 특강을 하며 고마움을 전하는 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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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없는 남녀 후배들 /news/photo/first/201404/img_127606_1.jpg'결혼도우미/news/photo/first/201404/img_127606_1.jpg' 자처
30여쌍 부부 탄생.,.길흉사 챙기며 친목
색소폰 배워 소외이웃 찾아 재능기부도


◇‘사랑의 이음새’ 되다 = 김 원장이 매일 빼놓지 않는 일정은 나눔문화를 펼치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전달되는 기사 탐독이다.

그는 “뉴스를 봤을 때 새로운 방법의 나눔봉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서 “자신의 재능을 사회를 위해 헌납하며 명예롭게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감동스토리를 다시 새기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1990년도부터 ‘결혼도우미’ 활동을 적극 펼쳤다. 제 짝을 못찾는 청춘남녀의 ‘사랑의 이음새’를 자처한 것이다. 대한적십자사 출신의 젊은이들의 ‘중매 장이’로 나선 것. 그동안 결혼 적령기에 있는 100여명을 중매해 30여쌍을 탄생시켜 가정을 이루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 가정들이 한 곳에 모이면 130여명이 훌쩍 넘는다. 웬만한 중매 도우미나 결혼 정보업체보다 낫다. 김 원장을 저출산 문제 해결의 일등 공로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는 “1998년 안동적십자봉사관 근무시절 이산가족 상봉행사 대상자 접수와 1992년 RCY의 인명구조원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만난 대학생들을 보면서 가정의 중요함을 일깨우고 이들에게 인연을 맺어주기로 결심했다”면서 “적십자 활동이 이들에게는 인연이라지만 저절로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젊은 후배들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결혼을 막연하게 미루는 경우가 많아 조금만 도와주면 부부의 인연을 맺을 수 있겠다 생각해 시작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적십자 정신으로 뭉쳐진 이들은 훌륭한 가정을 일구고 잘 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맺은 준 부부들의 길흉사 등도 챙기고 있다. 김 원장은 “부부의 연을 맺어준 이들 후배들이 늘 고마워 한다”면서 “이들의 모임을 정례화하고 인생의 멘토로서 부부의 역할, 나눔교육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삶의 최종 목표는 ‘나눔 멘토’가 되는 것 = 남을 위한 삶이 자신의 삶이되고 있다는 김 원장은 새로운 꿈을 다시 쌓아가고 있다. 그동안 그가 펼친 저출산·고령화 사회 등의 문제 해결, 조손가정 지원사업, 취약계층 공공의료 서비스 확대 등과 우리사회의 새로운 문제로 떠오른 다문화가정 지원활동 등의 나눔활동이 적십자사를 통한 것이라면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입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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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길 원장이 지난 2월 11일 대구보건대에서 열린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주최 ‘희망풍차 명사들의 사랑나눔’에 출연해 색소폰 연주를 함께 하고 있다.
김 원장은 “적십자 활동을 하면서 또 다른 나눔 활동을 어떻게 전개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면서 “멀지 않아 정년을 앞두고 있어 말년의 삶을 보람되게 살아가기 위한 ‘재능기부’, ‘청소년 나눔 멘토’가 되겠다는 꿈이 새로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60년 한국청소년적십자(RCY) 역사 중 절반 가까이를 RCY 단원들과 함께 했다. 이들 청소년들에게 봉사와 사랑, 배려와 나눔을 익히고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늘 ‘공허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미래인 청소년들에 대한 생각이 깊어질수록 에너지가 쏟아 오른다 한다.

김 원장은 “우리 청소년들이 학업도 중요하지만 남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같이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배를 채우는 것보다 타인을 배려하고 배를 불리는 길로 가도록 방향 키가 되는 것이 저의 마지막 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년 후 고향(경북 청도)으로 귀향(歸鄕)을 꿈꾸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인도주의 정신 함양, 남을 배려하는 나눔문화 확산, 신라 화랑의 정신, 새마을운동의 정신 등도 널리 전하고 싶다고 한다.

지난 2006년부터 색소폰을 배운 김 원장은 2011년 창단된 ‘남덕제네시스합주단’ 단원으로 활동하며 3년째 양로원, 고아원, 정신병원, 오지마을 경로위안잔치 등 소외된 이웃을 찾아 ‘재능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색소폰이 새로운 나눔 영역을 확장하는 도구가 됐다. 김 원장은 오는 4월 26일에는 소록도 나환자촌을 찾아 14명의 단원들과 함께 환우들에게 희망의 하모니를 들려줄 예정이다.

김영길 원장은 “‘모든 사람은 형제다’란 적십자 창설자 앙리뒤낭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은 저의 의무가 됐다”면서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진 합주단이 들려주는 소리가 힘든 이웃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전달 돼 지친 영혼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렬기자 daemu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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