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통해 국난극복 선덕여왕 기려
불법통해 국난극복 선덕여왕 기려
  • 김세경
  • 승인 2014.04.1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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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사서 숭모재 봉행

스님 9명 범패 시연

신라 문화 고스란히
두 명의 노인이 부인사의 한 스님을 찾아왔다. 노인들은 “마을에 몇 년 간 흉년이 들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사흘 전부터 이상한 음성이 들리더니 웬 여자가 와서 ‘선덕여왕의 제사를 매년 올바르게 드리면 흉년을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스님에게 제사를 대신 지내 줄 것을 청했다.

대구 동구 신무동에 위치한 ‘부인사’ 주회 성타스님이 약 30년 전 부인사에 처음 왔을 당시의 경험담이다.

정확한 이유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이 곳 주민들은 70여년간 신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의 제사를 올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주민들의 요청으로 부인사가 ‘숭모전’에 선덕여왕을 모시고 제사를 올리게 됐다.

부인사 주관으로 제사를 지낸 지 3여년 뒤부터 부인사 여신도 모임인 ‘숭모회’가 지난해까지 제사를 지내왔다.

하지만 불교의식이 배제된 것을 안타까워한 성타스님이 이를 불교적 제례로 원상복원 시킨데 이어 올해부터 부인사가 숭모재를 다시 주관, 14일 오전 11시 숭모전 앞에서 ‘제28회 선덕여왕 숭모재’가 열렸다.

이날 국악방송 관계자와 불교 관계자, 불자 등 300여명이 참석해 불법으로 난국을 극복한 선덕여왕의 지혜와 업적을 되새겼다.

33번 종을 쳐서 숭모재의 시작을 알린 뒤, 부처님의 지혜를 받들겠다는 의미의 ‘육법공양’이 이어졌다.

12명의 여성 신도들이 향, 등, 차, 과일, 꽃, 쌀을 봉양했다. 향은 자신을 태우면서 자유로이 날아간다고 해 해탈을 상징하고 등은 지혜를 상징한다. 차는 만족, 과일은 깨달음, 꽃은 인고, 쌀은 가난한 자에게 음식을 베푸는 보시를 의미한다. 이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범패’가 시연됐다. 9명의 스님들이 하는 연주와 바라춤 등을 본 불자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공연예술학과 박현옥 교수는 “범패 시연을 보며 아름다움은 물론 신라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숭고한 정신까지 느꼈다”고 말했다.

부인사 주지 종진스님은 “비로소 숭모재가 제 모습을 찾아 감개무량하다”며 “지난해까지 숭모재의 ‘재’가 ‘제’였다. ‘재’란 불교의 수행방법이자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종진스님은 또 “앞으로도 부인사가 선덕여왕의 품성과 지혜롭고 밝은 마음을 널리 전하는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김영임 명창과 예술단원들의 공연이 펼쳐졌다. 또 닥종이 인형전과 선덕여왕의 옷이 복원·제작돼 전시되는 등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김세경기자 ks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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