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윤동주가 살던 인왕산이 문화관광 브랜드로
<대구논단>윤동주가 살던 인왕산이 문화관광 브랜드로
  • 승인 2009.06.2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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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기원했던 `서시’의 주인공 윤동주가 종로구 누상동에서 연희전문을 다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왕산 자락은 아연 활기를 띄우고 있다.

종로구는 수백 년 동안 조선의 심장부 역할을 해왔던 명실상부한 정치일번지다. 지금도 권력의 핵인 청와대가 자리 잡고 있으며 정부종합청사 등 관공서의 집합지다. 왕년에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아직도 그 맥은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급격한 인구분산으로 남여 명문고교들이 모두 강남으로 떠나고 학생들로 넘쳐나던 초등학교는 폐교되거나 명색만 남아있다. 북적대던 북촌거리는 한 낮에도 쓸쓸한 바람이 분다. 인왕산, 낙산, 북악산은 옛날과 같은데 인걸은 간 곳 없다.

윤보선 허정 등 한 시대를 누볐던 종로의 거물들도 모두 갔다. 우미관에서 주먹을 자랑하던 김두한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종로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했던 윤보선과 노무현 이명박은 대통령까지 올랐다.

세 사람의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구는 별로 없다. 노무현의 자살로 빛을 바래긴 했지만 앞으로도 종로 출신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공교롭게도 종로구 누상동에서 윤동주가 하숙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윤동주 문학사상선양회(회장 박영우)와 계간 `서시’다. 소설가 김송(金松)의 집이다. 누상동은 치마바위를 얹고 있는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다.

굽이굽이 올라간 골목길에 혜학과 풍자의 정치인이며 당대의 서예가인 운제 윤제술이 살다가 연전에 작고했다. 남성고교 제자들이 모두 나와서 그를 보내던 정경이 눈에 선하다. 운제의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듯한 그 곳이 윤동주의 시상을 가다듬던 곳이라고 생각하니 선비들은 아는 듯 모르는 듯 서로 통하는 데가 있었던가보다.

윤동주는 이곳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그리고 조국 광복운동에 가담하여 활동하다가 일제 경찰에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 갇힌다. 모진 고문을 받고 심신이 풀린 상태에서 소위 마루타(생체실험)가 되어 옥사하고 만다. 일제 해방을 몇 달 앞두고 억울하게 죽어갔다. 젊은 나이에 이름 없이 죽어갔지만 그가 남긴 주옥같은 시편은 그를 영원히 살렸다.

인왕산 자락을 오르내리며 시상을 가다듬던 시절 `서시’가 탄생했다. 서시는 이미 국민의 시다. 소월의 초혼과 더불어 서시는 국민 누구든지 한번쯤은 읊어봤다. `별 헤는 밤’이나 `또 다른 고향’같은 대표작들도 인왕산 언덕배기에 누워 별과 달을 벗 삼아 노래했다. 이러한 작품들을 내놓을 때마다 윤동주는 머나먼 고향땅 북간도 용정을 그렸을 것이다. 명동학교를 함께 다녔던 문익환을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악랄한 일제의 탄압에 대항하여 맨 손으로 독립운동의 앞장에 나설 수 있었던 용기도 시로써 울분을 터뜨릴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를 기리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 이를 체계적으로 조직화하고 선양하는 단체가 윤동주 문학사상선양회다. 이들과 연합하여 인연이 깊은 종로구(구청장 김충용)에서 후원을 맡고 종로문화관광협의회(회장 박상환)가 주관하여 인왕산 청운공원에 시비(詩碑)를 건립하게 된 것은 참으로 뜻 깊은 일이다.

근래 지자체마다 특이한 `브랜드’를 개발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 면에서 종로구가 국민의 시인으로 추앙받는 윤동주를 붙잡은 것은 대어를 낚은 셈이다. 윤동주의 대표적 시작(詩作)이 종로시절에 이뤄졌다는 것 역시 억지 춘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여기에 국회의원 박진과 서울시의원 남재경은 문화관광체육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까지 끌어들여 전국적인 지명도를 활용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시비건립에 그치지 않고 청운공원을 시인의 언덕으로 만든다. 근 현대시인 100명의 사인블록도 설치할 예정이다. 수운회관 대강당을 빌려 `오페라 윤동주’ 공연도 한다. 명성황후 오페라가 큰 히트를 친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많은 팬들은 윤동주 오페라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지 자못 큰 기대를 건다. 윤동주 평화정신을 기리는 10만 명 얼굴 전시회도 열린다.

해마다 되풀이해서 시행하는 윤동주 문학국제페스티벌로 윤동주상을 제정하여 금년에 제4회 시상식도 거행된다. 문학부문 수상자는 시인 공광규를 선정했다. 수상작은 `놀랜강’ 외 9편이다. 그를 뽑은 심사위원은 신경림이 위원장을 맡고 유안진 임헌영 유성호 등 당대의 문인들이다. 상금은 1천만 원으로 아직 노벨문학상에 버금할 처지는 아니지만 선양회 측은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욕을 보인다.

민족상, 평화상, 해외동포문학상, 예술상, 특별문학상을 따로 수여하는 것도 이렇게 야심 찬 계획과 일치하는 일이 될 것이다. 민족과 나라를 사랑하고 인류의 평화를 구현하기 위하여 조국독립에 앞장섰다가 구천의 원혼이 된 윤동주의 넋이나마 후배들의 기념사업에 흐뭇한 미소를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새로운 브랜드 `윤동주 종로’가 크게 뜨기를 바란다.

원주의 박경리, 전주의 최명희 등과 함께 종로의 윤동주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종로구민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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