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애정문제 아닌 사회문제
‘데이트 폭력’ 애정문제 아닌 사회문제
  • 정민지
  • 승인 2014.05.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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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 한마디에 폭행·감금·성폭력·살인…

작년 전국서 남편·애인 등에 여성 123명 피살
가벼운 욕설부터 감시와 간섭, 사생활 폭로협박에서 원하지 않는 성관계, 손찌검, 살인까지 ‘데이트폭력’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공분과 함께 우려를 낳고 있다.

20일 대구 달서구에서 헤어진 여자친구의 부모를 살해하고 전 여친을 감금·추락케 한 충격적인 사건의 발단에는 교제 당시 여자친구를 폭행한 이른바 ‘데이트폭력’이 있었다.

평소 술에 취하면 억눌려 있던 폭력 성향을 보여주던 대학생 J(25)씨는 전 여자친구 K(20)씨를 때렸고 그 부모가 이같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데 앙심을 품어오다 이날 K씨 부모를 죽이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같은 날 천안에서는 헤어지자는데 앙심을 품고 여자친구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에 자동차로 돌진한 후 여자친구를 흉기로 위협해 폭행한 A(33)씨가 살인미수 혐의로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의 명문대생(21)이 같은 대학 여학생과 약 1년간 사귀고 헤어진 후 스토킹하며 지속적으로 괴롭히다 홧김에 전 여자친구를 목졸라 살해했다.

지난 3월 18일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은 최소 123명이다. 살인미수로 살아남은 여성도 최소 75명이었다. 대부분 가해자들은 ‘헤어지자’는 이별통보에 범행을 저질렀다. 문제는 가해자들은 가족, 친구 등 피해자의 주변인을 공격해 31명이 목숨을 잃거나 잃을 뻔 해 둘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있다.

살인 및 살인미수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데이트폭력이 잇따르고 그 수법도 잔인하거나 몰염치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대구 지역에서도 지난 1월 B(24)씨가 여자친구의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해 여자친구를 폭행해 실신시킨 뒤 1시간 40분간 차량에 감금한 채 도주, 경찰의 추격 끝에 붙잡혔다. 또 2012년 6월에는 헤어진 여자 친구의 집에 찾아가 성폭행하고 12월에는 흉기로 위협한 C(27)씨가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한 고교생 D(18)군이 헤어지자고 했다는 이유로 옛 여자친구의 얼굴을 합성한 나체사진 10여장을 SNS에 게재·유포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정육상 교수는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해 대부분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 많다”며 “이제는 남녀간의 애정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처럼 교제한 기간이 짧음에도 살인을 계획하고 그 과정에서 잔인함을 보여주는 경우 어린시절 성장과정에서 비뚤어진 성격이 형성되면서 폭력성이나 집착 등이 생겼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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