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 비상구가 없다
모델하우스, 비상구가 없다
  • 김정석
  • 승인 2014.05.21 18: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로같은 전시관 내부 불에 타기 쉬운 생활용품 가득

2층-지상 바로 잇는 통로 없어…소화기도 잘 안보여

대구, 주말마다 수많은 인파…화재땐 대형참사 우려
/news/photo/first/201405/img_131250_1.jpg"모델하우스/news/photo/first/201405/img_131250_1.jpg"
대구 수성구에 마련된 H아파트 모델하우스. 건물 외부에 비상계단이 설치돼 있지만, 이는 주택전시관이 아닌 사무실과 직원 휴식공간으로 연결돼 있어 규정 위반 사항이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식을 줄 모르는 대구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 열기로 주말이면 수천명이 모델하우스를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각 모델하우스가 관련 규정과는 달리 비상구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대구 수성구 H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평일 오전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수백명의 청약 희망자들이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1층에 마련된 창구에는 아파트 청약을 문의하러 온 손님들이 줄을 짓고 있었고, 1~2층에 공개된 59㎡·84㎡ 등 평형별 주택전시관 내부도 손님들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이곳 모델하우스는 지난 16일 문을 연 이후 나흘 동안에만 1만5천여명에 달하는 청약 희망자들이 다녀갔다.

하지만 청약 희망자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붐비는 주택전시관 내부는 화재에 크게 취약한 상태였다. 미로처럼 만들어져 있는 주택전시관에는 이불과 전자제품, 불에 타기 쉬운 각종 생활용품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지만 소화기는 전시관 바깥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놓여 있었다.

게다가 2층에 위치한 주택전시관에는 곧장 지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하면 방문객들은 전시관에서 복도로 빠져나와 다시 직원 사무실로 들어간 뒤에야 비상계단을 발견할 수 있는 구조였다.

동구 E아파트 모델하우스의 주택전시관의 경우, 그나마 비상계단이 2층 주택전시관과 곧장 이어져 있었지만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른 허리 높이로 설치된 난간을 거쳐야만 했다. 모델하우스 방문객이 대부분 40~5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화재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피는 어려워 보였다.

국토교통부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각 세대에서 외부로 직접 대피할 수 있는 출구를 한 군데 이상 설치하고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계단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화재안전기준에 적합한 능력단위 1 이상의 소화기 2개 이상을 배치할 것’이라고도 명시했다.

그런데 이를 준수해야 할 건설사들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주택전시관과 동떨어진 곳에 비상계단을 설치해두거나 소화기 숫자만 채우는 식으로 규정을 피해가고 있었다.

모호한 단속 주체와 시스템이 이 같은 관리 부실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델하우스 건축 자체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규정대로 설계를 하지 않더라도 이를 문제 삼기가 어렵고, 대구시와 각 구·군에서도 모델하우스 관리를 소관하는 부서를 정해두지 않아 지금까지 모델하우스에 대한 관리와 단속은 사실상 전무했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는 최근 안전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뒤늦게 모델하우스 안전 관리를 각 구·군에 실시토록 했다.

지역 한 구청 관계자는 “그동안 모델하우스에 대한 이렇다 할 관리는 없었지만 대구시 차원에서 모델하우스 관리·감독에 집중하기로 한 만큼 실질적인 관리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