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때리고 위협 “취객이 무서워”
운전기사 때리고 위협 “취객이 무서워”
  • 김정석
  • 승인 2014.05.22 18: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버스·택시기사 폭행사건 대구 매년 200여건

경북서도 100여건 발생

“보호격벽 전면 추진해야”
# 택시기사 김천식(69)씨는 지난해 말부터 낮 시간에만 영업을 하고 있다. 고령으로 장시간 운전이 버거운 것도 이유지만, 밤 시간대 취객을 차에 태웠다가 봉변을 당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탓에 아예 밤에는 영업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여전히 술에 취한 손님이 갑자기 화를 내며 운전대를 낚아채 사고가 날 뻔했던 일을 떠올리면 간담이 서늘해지곤 한다.

늦은 밤 술에 취한 승객이 택시운전자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심지어 폭행을 하는 일들이 숙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대구지역에서 승객이 택시운전사를 폭행해 입건되는 경우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19일 새벽 2시께 북구 침산동에서는 자신에게 요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택시운전사를 마구 때린 혐의로 N(18)군이 불구속 입건됐고, 지난달 20일에는 길을 돌아간다는 이유로 택시운전자를 수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된 Y(66)씨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8년째 택시 영업을 하고 있는 A(58)씨는 “택시에 탄 승객에게서 술 냄새가 나면 혹시라도 돌발행동을 할까봐 불안감 속에서 운전을 한다”며 “길을 돌아간다거나 요금이 비싸다며 손찌검을 하는 승객도 많지만 아무 이유 없이 주먹을 휘두르는 손님도 있다”고 전했다.

일부 택시운전자들은 취객들의 폭력에서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는 택시 보호격벽 설치를 주장하기도 한다.

택시운전사 K(39)씨는 “주먹을 휘두르는 승객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은 버스나 택시가 모두 마찬가지지만 보호격벽은 버스에만 설치돼 있다”며 “한때 정부 차원에서 택시 보호격벽 전면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직까지 아무 변화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지역 버스·택시 기사의 운전 중 승객으로부터의 폭행은 지난 2010년 287건, 2011년 244건, 2012년 265건, 2013년(1~10월) 186건 등 총 982건이 발생하는 등 매년 200건가량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경북지역에서는 2010년 112건에서 2011년 126건, 2012년 109건, 2013년(1~10월) 86건 등 모두 433건이 발생, 매년 100건 정도 버스·택시 기사의 운전 중 폭행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택시운전자가 승객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꾸준히 발생하면서 사법당국은 특별범죄가중처벌등관한법률로 가해자를 엄중 처벌한다는 입장이지만, 택시운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에 대해 대구가톨릭대학교 이정옥 사회학교 교수는 “음주로 증폭된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분노가 택시운전사에게로 표출되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택시운전자에 대한 폭행이나 불특정 다수에 대한 테러 등 익명의 누군가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현상이 잦아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미 ‘위험사회’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