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까지 뒤덮은 ‘재앙의 짙은 그늘’
일상까지 뒤덮은 ‘재앙의 짙은 그늘’
  • 정민지
  • 승인 2014.05.2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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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면 또 사고…터졌다하면 대형…비참한 대한민국

“안전한 곳은 있는가”…국민들 불안·탄식·분노
‘위험사회’의 저자 울리히 벡은 “성찰하지 않을 때 위험은 반복되며, 그러한 사회는 ‘재앙사회’”라고 했다.

지난 28일 오전에 TV나 인터넷으로 실시간 뉴스를 봤던 사람이라면 ‘도대체 우리 사회에 안전한 곳은 있는가’하는 물음을 제기할 만 했다.

이날 새벽 발생한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로 21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아침 뉴스를 보는 와중에 한 시간 간격으로 ‘홈플러스 주차장 화재’ ‘3호선 도곡역 화재’ 등 속보가 연이어 보도됐다. 이틀 전에는 7명이 숨진 고양 버스터미널 화재도 있었다.

지난 4월 전국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달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발생한 곳과 시기는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닮은 꼴 사건들이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고 발생지점이 터미널, 대형마트, 병원, 지하철 등 다중이용시설이고 이번 도미노식 사고 중 일부는 정부의 대대적인 안전점검 이후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일부 시민들은 내 주변, 매일을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도 위험할 것 같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8일 당일치기 일본출장을 갔다 온 J(40)씨는 “지금껏 출장을 가면서 걱정을 하거나 불안감이 든 적이 한번도 없는데 진심으로 불안했다”고 자신의 SNS에 올렸다.

또 일부 시민들은 노약자,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들이 희생되는 점에 분노와 상실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K(여·38)씨는 “사회 전체가 안전사각지대인 것 같다”며 “특히 힘없는 아이들과 노약자들이 기득권의 무능과 안전불감증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이런 사회가 정상이냐”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위험사회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사회위험지수(KRSI)는 종합 38.99점으로 시급하고 적극적인 관리와 대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이 본인에게 발생할 가능성’에 있어서는 총점 7점 중 평균 4.04점으로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위험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처’는 평가 영역 중 가장 낮은 3.32점 이었다.

세대별로는 30~40대가 우리 사회에 대한 위기의식이 가장 높았고 59세 이상의 산업화세대는 위험도가 가장 낮다고 봤다.

한편 전문가들은 구조적·거시적 문제로 무기력을 느끼기 보다 사회구성원의 위험에 대한 인식과 합의·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 서울 도곡역 화재 진압에는 역무원과 시민들의 대처가 빛을 발해 대구 지하철과 같은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대형사고는 거창한 원인 때문이 아니라 사소한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시민들은 일상의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고 그 자체에 압도되는 것은 사회적 우울감을 높이고 무기력을 가중할 뿐”이라며 “적극적인 실천으로 대형사고가 일어날 개연성을 줄여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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