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들 알뜰장터 운영·재능 기부 공연
아침부터 내린 비로 초여름 같지 않게 선선했던 12일 오전, 대구 서구 제일종합복지관 앞마당은 따뜻한 기운이 넘쳤다.
저소득 독거노인과 장애인, 다문화가정 지원을 위한 기금마련 행사인 ‘함누리 희망나눔 축제’의 열기 때문이다.
8년째 이어오는 함누리 축제는 ‘함께 누리는 복지’를 지향하는 행사다. 복지관을 통해 도움을 받았던 이들과 자원봉사로 힘을 보탰던 이들이 한 데 모여 먹거리·알뜰 장터를 열고 재능기부 공연도 펼쳤다.
오전 10시 30분께 풍물패가 복지관에서부터 주변을 돌며 흥을 돋웠다. 25개 부스, 300여명의 봉사자들은 각자의 부스에서 파전을 부치고 과일, 참기름, 생필품 등 판매할 물건을 정리하며 주민들을 맞았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부스의 찌윤(34)씨는 중국에서 겨울철에 주로 먹는 과일꼬지를 만들고 있었다. 찌윤씨는 “2년 전 중국에서 와 다문화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받은 도움을 이렇게 되돌려 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귀여운 손님들도 축제장을 찾았다. 인근 성산어린이집 원아 20여명이 장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나타났다. 교사의 지도에 따라 각 부스를 구경하고 3가지씩 필요한 물건을 샀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혼자 골라서 살 수 있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축제의 화폐는 미리 구매한 3천원 권 티켓이었다. 제일종합복지관 임홍식 팀장은 “티켓을 만장 넘게 제작했는데 모두 팔렸다”며 “좋은 일에 쓰인다고 하니 몸이 불편하신 80대 할머니도 일부러 찾아와 티켓을 사주시는 등 지역민들의 도움으로 진행되는 행사”라고 말했다.
오후 들어 비가 완전히 그치면서 축제는 더욱 활기를 띠었다. 오카리나, 색소폰 연주와 구성진 트로트 가락을 배경음악으로 동네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물건도 사고 안부도 물으며 축제를 즐겼다.
김진홍 관장은 “21세기 대도시에서 보기 드문 공동체 성격이 강한 축제”라며 “어려운 가운데도 나누는 주민들의 정에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