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가 문화재 보수…관리·감독 구멍
무자격자가 문화재 보수…관리·감독 구멍
  • 김지홍
  • 승인 2014.06.12 17: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복궁·문무대왕릉 등

빌린 자격증으로 맡아

업체 대표 등 61명 입건
/news/photo/first/201406/img_133433_1.jpg"경복궁사정전/news/photo/first/201406/img_133433_1.jpg"
지난 2012년 6월부터 6개월에 걸쳐 한 무자격 문화재수리업체가 서울 경복궁 사정전 권역 단청을 보수 공사했다. 대구 중부경찰서 제공
서류를 꾸며 공사를 따낸 뒤 무자격자들만 고용해 서울 경복궁 사정전(보물 제1759호), 경주 문무대왕릉(사적 제158호) 등 수십억원대 문화재 보수 공사를 해오던(본지 3월 17일 5면 참조) 업체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문화재 보수 공사를 발주한 문화재청과 지자체는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문화재수리기능자를 고용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44차례(공사비 48억6천만원)에 걸쳐 문화재 보수 공사를 따낸 혐의(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사기 등)로 H업체 대표 P(57)씨와 C업체 대표 K(4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이들과 짜고 허위로 자격증이나 이름을 빌려준 문화재수리기능자와 근로자 59명도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H업체는 지난 2012년 6월 20일부터 같은해 12월 16일까지 6개월동안 문화재청에서 직접 발주한 경복궁 사정전 권역 단청과 박석 등의 보수 공사(공사비 3억3천700여만원)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업체 대표 P씨는 문화재수리기능사 6명으로부터 자격증만 빌려 입찰을 따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보수 공사에 참여한 근로자의 숫자를 12명 부풀려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도 사고 있다. 이 업체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 2011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경주 문무대왕릉 등 모두 19곳(공사비 33억4천여만원) 문화재 보수 공사의 입찰을 따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함께 적발된 C업체도 비슷한 수법으로 지난 2012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구 동산병원 구관(시 지정 등록문화재 제15호), 경북 의성 동강서당(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85호)을 비롯해 사찰과 고택 등 문화재 25곳(공사비 15억1천여만원)의 보수 공사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C업체도 문화재수리기능사 5명에게서 자격증만 빌렸고, 서류를 꾸며 16명의 근로자들을 마치 일한 것처럼 꾸몄다.

이들 두 업체가 이런 방식으로 부풀려 받은 노무비는 5억7천만원에 이른다. 이들은 이름을 빌려준 근로자 14명에게 그 대가로 고용노동청에 실업급여를 신청하도록해 4천여만원을 부정수급받도록 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하지만 문화재 보수 공사를 발주한 문화재청과 지자체는 공사 현장을 제대로 감시·감독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문화재청과 지자체 공무원 13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이들 업체들과 특별한 유착 관계는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은 다른 문화재 보수업체들도 이런 관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권순득 중부서 지능팀장은 “자격증을 빌려 문화재 보수 공사를 하다가 업체들이 적발된 경우는 많았지만, 실업급여까지 챙겨준 경우는 처음이다”며 “공사 발주 기관에서 꼼꼼한 감시와 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