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로 만나 테니스장서 이색 결혼식
테니스로 만나 테니스장서 이색 결혼식
  • 정민지
  • 승인 2014.06.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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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김홍동·신부 김지혜씨

장애·비장애 넘어 부부의 연

국제휠체어대회 마지막날 화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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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대구 두류테니스장에서 김홍동·김지혜씨의 이색결혼식이 열렸다. 테니스로 만난 이들이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부부의 연을 맺었다. 정민지기자
14일 모처럼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날, 대구 두류테니스장 초록색 코트에 새하얀 카펫이 깔렸다. 이날 두류테니스장은 특별한 결혼식장으로 변신한 것. 이색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 김홍동(43)씨와 신부 김지혜(39)씨다.

이들의 결혼식이 특별한 이유는 장소만이 아니다. 홍동씨와 지혜씨는 만난 지 6개월도 안돼 결혼에 골인한 초스피드 커플이자, 휠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만남이기도 하다. 지혜씨는 서울에서 나고자란 토박이다. 어린 시절 장애를 얻게 됐지만 꿈이 많았던 지혜씨는 장애예술인 단체인 ‘꿍따리유랑단’의 멤버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는 등 7년여간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틈틈히 운동을 하던 중 4년 전 휠체어 테니스에 빠진 지혜씨는 지난해 11월 한달간 휠체어테니스의 메카인 대구로 ‘유학’을 왔다.

“더 늦기 전에 본격적으로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는 지혜씨.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대구에서 그녀는 일생의 ‘짝’을 만났다.

홍동씨는 생활체육인으로 오랫동안 테니스를 해왔다. 휠체어테니스 선수들과의 교류도 활발했던 그는 유학 온 지혜씨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고 한다. 천성이 착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던 홍동씨는 지혜씨를 알뜰살뜰 챙겼지만 마음 표현이 서툰 경상도 남자 특유의 모습을 보였다.

지혜씨는 “워낙 구수한 스타일이라 처음에는 유부남인 줄 알았다”며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내색을 안 해서 긴가민가 했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사건은 대구생활이 끝날 즈음 팔공산에 데이트를 갔을 때다. 세차에 이발까지 하고 나타난 홍동씨는 팔공산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몸이 불편한 지혜씨를 업고 계단을 올랐다. 이날부터 지혜씨는 홍동씨의 마음을 확신했다고 한다.

한 달이 지나 지혜씨가 서울로 돌아가자 의료기기 관련 일을 하는 홍동씨는 매일 전화통화는 기본이고, 서울 출장을 갈 때마다 지혜씨를 만났다. 지난 2월 지혜씨가 서울생활을 접고 대구로 완전히 내려오기까지 홍동씨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다고.

홍동씨는 “지혜가 선수생활을 계속하도록 외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재 지혜씨는 대구 휠체어테니스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테니스로 만난 인연을 기념키 위해 홍동씨의 제안으로 ‘테니스장 결혼식’이 기획됐다. 결혼식날은 지혜씨도 참가한 2014 대구오픈 국제휠체어테니스대회 마지막 날이기도 해 의미를 더했다. 가족, 지인, 테니스인들이 모인 결혼식은 입구에서부터 축제 분위기였다. 가수 강원래씨도 서울에서 내려와 이들의 결혼을 축하했다. 테니스장 앞에서는 갈비탕이 끓여지고 밸리댄스공연에 축가, 다양한 세러모니까지, 하객들은 장애를 넘어선 이색 결혼식을 즐기고 있었다.

결혼식의 하이라이트는 웨딩마치였다. 휠체어테니스 선수들과 코치진들이 모여 테니스라켓으로 아치를 만들고 홍동씨와 지혜씨가 천천히 행진했다. 지켜보던 이들도, 이들 부부도 동료들의 특별한 축하에 감동의 순간을 맞았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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