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는 시카고를 무대로 펼쳐진 전작의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마지막 결전으로부터 5년 뒤 이야기를 그린다.
‘시카고 사태를 기억하라. 외계인을 보면 신고하라’는 내용의 시골길 간판이 보여주듯 아군(오토봇)과 적군(디셉티콘) 구분없이 트랜스포머 전반에 체포령이 떨어진 엄혹한 시기의 텍사스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발명가 케이드 예거(마크 월버그 분)는 딸 테사(니콜라 펠츠 분)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고물 트럭을 구입한다. 하지만 낡아빠진 트럭은 인류를 수차례 구원한 우리의 주인공 ‘옵티머스 프라임’이었다.
예거 가족이 ‘움직이는 자동차’ 프라임과의 만남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프라임을 파괴하려는 수상쩍은 집단의 공격을 받는다.
물론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관객이 가장 바라는 것이 독창적인 설정이나 예상 밖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보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직조된 멋진 로봇이나 화려한 전투 액션이 관심사일 터다. 작품은 일단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는다.
텍사스와 거대한 우주선 ‘나이트쉽’, 홍콩·베이징을 오가며 벌이는 트랜스포머들의 전투는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현란하다. 도시와 트랜스포머가 파괴되는 장면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화려하게’ 보일 정도여서 감독이 파괴의 미학을 뽐낸다는 느낌마저 준다.
리더 프라임과 ‘조력자’ 범블비, ‘쌍권총’ 크로스헤어, ‘마초’ 하운드, ‘검사’ 드리프트 등 오토봇의 특징을 살린 액션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후반부 공룡을 모델로 디자인된 거대한 ‘다이노봇’도 인상적인 장면들을 선사한다.
시사회는 아이맥스 3D 버전으로 진행됐는데 캐릭터가 앞뒤로 이동하는 장면이 많아서인지 입체 효과를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만끽할 수 있었다.
반면 영화는 이렇게 화려한 구슬들을 하나로 꿰는 데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권위적인 아버지와 반항적인 딸, 성공 지향의 과학자와 잘못된 애국심의 정부기관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클리셰(Cliche·상투적인 표현법) 범벅이다. 적절한 설명 없이 등장한 캐릭터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반복하다 어이없이 퇴장한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라 당초 여성 캐릭터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섹시’한 존재감을 뽐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작품의 테사는 아버지와 연인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민폐’ 캐릭터로 퇴보했다.
감독 마이클 베이는 ‘트랜스포머’에 ‘아마겟돈’을 섞어 로봇 변신물에 가족과 재난 영화의 요소를 더하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영화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다가 길을 잃고 헤맨다는 느낌을 준다.
결론적으로 관객이 등장인물에 감정을 이입할 여유 없이 나열된 눈부신 CG만 감상할 여지가 커 보인다. 때문에 화려한 영화일지는 모르지만, 멋진 영화라고 부르기는 주저하게 된다.
6월25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64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