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참전 여성학도병 1호
83세 박모씨 기막힌 사연
여중때 참전…2년6개월간 참혹한 전쟁터 누벼
총상 자국·심적 아픔에 평범한 삶 영위 못해
긴 세월 궁핍한 생활…6년 전에야 유공자 지정
올초 능암파출소 직원들과 인연…신분 알려져
83세 박모씨 기막힌 사연
여중때 참전…2년6개월간 참혹한 전쟁터 누벼
총상 자국·심적 아픔에 평범한 삶 영위 못해
긴 세월 궁핍한 생활…6년 전에야 유공자 지정
올초 능암파출소 직원들과 인연…신분 알려져
문경 능암파출소 소속 임장호·차태현 경위는 지난 1월 중순 추운 날씨 속에서 전동차에 의지한 채 길을 가던 한 할머니를 만났다.
가족 없이 월세방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박모(83) 할머니였다. 임·차 경위는 매번 순찰근무 때마다 박 할머니 집에 들러 말벗을 해드리며 소중한 인연을 이어갔다.
박 할머니는 가족관계와 과거 이야기를 묻는 질문에는 “부끄러운 삶을 이야기해 무엇하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할머니 집에서 우연히 태극기가 새겨진 배지를 발견했다.
경찰은 할머니에게 무엇인지 물었고 박 할머니는 그제서야 자신의 과거를 털어놨다.
대전의 한 여자중학교를 다니던 할머니는 6.25 전쟁 직후 충청도 서대산 전투에 여성 학도병 1호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2년 6개월간 참혹한 전쟁터 생활을 견뎌냈다.
전쟁이 끝난 후 할머니는 몸에 남은 총상 자국과 전쟁터 한복판에서 느꼈던 심적인 아픔 등으로 평범한 여자로서의 삶으로 되돌아가기는 불가능해 졌다.
게다가 학도병으로 참전해 군번을 부여받지 못한 탓에 국가유공자로도 인정 받지 못해 오랜 세월 억울함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쌓였다.
6년 전에야 비로소 국가유공자로 지정돼 마음의 한은 풀게 됐지만 박 할머니는 여전히 월세방을 전전하는 궁핍한 처지를 면치 못했다.
이에 능암파출소 직원들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의 건강관리를 위해 국가보훈처와 협의해 대구보훈병원에 무료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남은 여생을 내 손때가 묻은 이곳에서 보내고 싶다”는 박 할머니의 바람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능암파출소 직원들은 박 할머니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집주인에게 월세방 기한 연장을 요청하는 한편 적적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유선방송을 연결해주는 등 따뜻한 관심의 손길을 이어오고 있다.
박 할머니는 “찾아주는 사람이 없어 마음 한 켠이 휑한 느낌이었는데 경찰에서 항상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고 보살펴줘 감사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전규언·김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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