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의 메시지보다 캐릭터에 더 열광”
“래퍼의 메시지보다 캐릭터에 더 열광”
  • 승인 2014.07.1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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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와 개코가 털어놓는 요즘 힙합

개성 뚜렷한 후배들 대거 등장

랩 실력에 패션·예능감도 갖춰

과거 래퍼의 사상에 공감한 팬들

캐릭터에 더 영향 받고 좋아해

가사에서 어떤 얘기 할까 늘 고민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신곡…

자극적인 것보다 작품 만들고 싶어

실력에 한계 느껴도 포기는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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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리쌍(개리, 길)과 다이나믹듀오(개코, 최자)는 자타 공인 ‘힙합계 쌍두마차’다. 두 팀은 경쟁도 하지만 격려도 하는 끈끈한 사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 1999년 허니패밀리로 데뷔한 뒤 2002년 리쌍을 결성해 활동 중인 개리(본명 강희건·36), 2000년 씨비매스로 데뷔해 2004년부터 다이나믹듀오로 활동 중인 개코(김윤성·33)는 후배 래퍼들이 ‘리스펙트’(Respect) 하는 형님들. 이들의 음악을 자양분으로 꿈을 키웠다는 래퍼도 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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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
2002년 리쌍의 첫 앨범에 씨비매스가 참여하며 개리와 개코는 처음 인연을 맺었다. 올해로 13년 지기인 두 사람을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이들과 요즘 힙합계의 흐름, 중견 래퍼들이 겪는 음악적인 고민 등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봤다.

◇요즘 힙합계는…“랩 스타일·캐릭터 등 정체성 강한 래퍼 많아”

-첫 만남을 기억하나.

△ 리쌍 첫 앨범에 피처링하며 정식으로 인사했지만 개리 형을 처음 본 건 우리가 공연하던 언더그라운드 클럽에 허니패밀리가 왔을 때다. 마치 ‘한국의 우탱클랜’ 같은 느낌이었다. 또 한 번은 백화점 행사에서 허니패밀리 무대를 봤는데 길 형이 관객석으로 ‘다이빙’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개코)

△ 하하하. 그때 무대가 충격적이어서 나도 기억난다. 2m 높이 무대에서 길이 뛰어내려서 관객이 다쳤을까 봐 진짜 걱정했다.(개리)

-힙합이 몇 년 새 대중적인 장르로 떠올랐다. 버벌진트, 빈지노 등 수많은 래퍼의 노래가 음원차트 1위를 장식하고 랩이 안 들어간 음악이 없을 정도인데.

△ 잠깐 주춤하다가 확실히 올라왔다. 래퍼들의 인기가 많아지며 여성 팬들도 생겨났다. 예전엔 공연하면 많아야 500~600명 규모였는데 요즘은 몇천 석짜리 공연장도 꽉 찬다.(개리)

△ 한때는 힙합계에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지 못해 주춤했는데 요즘은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스타들이 많아졌다. 시대와 대중이 힙합을 선택해줬고 이에 맞춰 색깔이 강한 친구들이 많이 나오면서 지금은 트렌드가 된 것 같다.(개코)

-예전엔 무브먼트, 부다사운드 등 대표적인 힙합 크루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아메바컬처, AOMG, 일리네어레코즈 등 레이블 중심으로 크루가 형성되는 분위기인데.

△ 국내 힙합 태동기의 래퍼들은 크루 안에서 음악적인 품앗이를 했지만 지금은 레이블 차원의 크루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레이블이 달라도 음악적인 친분, 비즈니스 관계로 콜라보레이션(협업) 하는 사례는 더 많아졌다. 초기 크루 문화가 발전적인 형태로 자리 잡은 것 같다.(개코)

-각자 생각하는 매력적인 래퍼란.

△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진부한 가사를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하는 래퍼도 있고 패션과 캐릭터까지 멋진 래퍼도 있다. 요즘은 랩 실력에, 패션, 예능감, 캐릭터까지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랩에 메시지까지 담는다면 ‘베스트’다. 다소 아쉬운 점은 과거엔 힙합 팬들이 래퍼의 생각과 사상에 공감했다면 요즘은 캐릭터에 더 영향을 받고 좋아하는 것 같다.(개리)

△ 형 말처럼 래퍼의 아이덴티티가 중요하다. 언어유희를 잘하거나 평범한 가사도 색다르게 표현하는 등 개성이 한층 뚜렷해졌다. 힙합 팬들이 디테일한 감정선을 살린 개리 형의 랩을 기대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개코)

-그래도 실력 있는 MC(Microphone Controller: 랩을 하는 사람)라면 라임(랩의 운율)과 플로우(목소리 톤, 박자를 밀고 당기는 스타일 등 랩의 흐름) 등의 스킬이 중요하지 않나.

△ 비트를 듣고 ‘랩을 어떻게 구성하고 표현할 것인가’란 점에서 총체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랩 가사를 쓰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언어 구사력이 다양할 것이고, 영화와 그림을 좋아하면 장면이 연상되게 표현할 것이고, 일상의 언어도 사용할 것이다.(개코)

△ 난 랩 가사를 이야기처럼 풀어쓰는 스타일이다. 라임이 랩의 재미이긴 한데 그것보다 주제를 정하고 서술적으로 1절, 2절, 3절의 기승전결을 구성한다. 글을 먼저 써서 플로우를 많이 신경 못 쓰는 편이다. 방식을 바꿔보려 하는데 수년간 버릇이 돼서 안 되더라. 개인적으로 리쌍의 ‘러시’(Rush) 가사를 쓸 때 나의 경험과 의지가 잘 표현된 것 같다.(개리)

◇중견 래퍼의 고민은…“프로듀서로서 고심 커, 실력에 한계 느낀다면…”

-음악 방향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말로 들리는데.

△ 우린 래퍼이면서 프로듀서이니 랩 스킬보다 앨범 전체의 흐름을 봐야 한다. 또 ‘먹통 힙합’(미국 동부 힙합 스타일로 단순한 비트와 반복적인 루프의 힙합)인 우탱클랜의 음악으로 입문해 마치 첫사랑처럼 그리움도 있다. 가사에서 어떤 얘기를 해야 할까도 고민이다. 거침없이 랩을 뱉는 친구들을 보면 그 자신감이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난 예전과 달리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지도가 생겼고 돈도 좀 벌었고 나이도 찼다. 옛날에는 삶의 애환을 썼지만 누가 봐도 배가 불렀으니 요즘 추세로 자랑처럼 가사를 쓰면 비호감 아닌가. 경제력, 인기 등 개선된 상황을 모두 떠나 마치 1집 때처럼 정신적으로 힘들다.(개리)

△ 개리 형 얘기에 공감한다. 프로듀서이다 보니 한 줄 언어유희, 16마디 안의 랩 스킬보다 앨범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고민이다. 하루가 다르게 신곡이 쏟아지는 현실이지만 자극적인 음악보다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 10년 넘게 하다 보니 어떤 테마와 표현을 좋아하는지 감은 좀 생겼는데, 음악이 점차 부드러워져서 오는 괴리감도 있다. 내가 어린 시절 영향받은 음악은 힙합 본연의 심플한 비트에 특별한 구성없이 랩을 신나게 풀어내는 것이었다. 다행인 건 음악과 패션은 20년에 한 번씩 유행이 돌아온다는데 요즘엔 한층 미니멀한 스타일이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 있다.(개코)

-성공한 중견 래퍼이지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있나.

△ 어제 비트를 하나 받아서 7~8시간 동안 듣다가 밤 11시에 귀가 먹먹해졌다. 냉장고에서 맥주 두 캔을 마시니 취하더라. 가사가 안 써져 ‘여기까지인가’란 생각도 들었다. 운동선수라면 체력이 다하는 지점에서 은퇴하는데 음악은 기준이 없다. 내 실력에 한계를 느껴 그만둔다면 돈의 행복을 뛰어넘는 슬픔일 것이다. 최근 빈센트 반 고흐의 책 ‘영혼의 편지’ 상권을 읽었는데 ‘닥치고 그림이나 그리자’는 예술 정신은 마치 ‘또라이’ 같았지만 그랬기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을 것이다. 그러나 난 평범한 사람이니. 하하.(개리)

△ ‘서칭 포 슈가맨’이란 다큐 영화를 봤는데 공전의 히트를 한 뮤지션 슈가맨은 돈, 명예를 다 버리고 사라져 다른 삶을 택했다. 멋있고 위대하다고 여겼지만 그렇게 사는 건 어렵다. ‘나라면 그렇게 살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봤다.(개코)

-예명도 비슷한 두 사람이 함께 콜라보레이션(협업) 해도 재미있겠다.

△ 아직 계획이 잡힌 건 아니니 비밀에 부치겠다.(개리, 개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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