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국회의원의 지방자치 관(觀) 변화 요구
<대구논단>국회의원의 지방자치 관(觀) 변화 요구
  • 승인 2009.07.0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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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국회의원이 기초자치단체장의 명줄을 쥐고 있다는 식의 주장은 현실을 크게 왜곡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현직 시장· 구청장의 지원을 받지 못해 그렇게 된 것이다. 오히려 국회의원이 예산과 조직의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시장· 군수· 구청장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이상은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주장에 대한 일부 국회의원의 반론이다.

지난 1일 사회 원로 55명이 기초지방선거의 정당공천 폐지를 위한 선언이 있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정당공천제 때문에 지역 주민의 일꾼이어야 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은 국회의원과 중앙정치에 종속돼 있다. 또 공천을 둘러싸고 검은 돈이 오가는 온갖 비리와 부패가 난무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민의 80% 이상이 정당공천 폐지를 지지하고 있어 정당공천 폐지는 거역할 수 없는 국민적 요구다”라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기초지방선거 정당 공천 폐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까지 생겼다. 법무부가 발표한 지난 2006년 제 4회 지방선거 관련 비리 범죄인 118명 가운데 기초지방선거 관련자는 72.9%에 달했다.

특히 지방의원 유급제가 도입돼 출마 희망자들이 늘어나면서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지역 인사가 늘어나고 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에서 지방선거와 정당공천 분위기를 개략적으로 짚어 봤지만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 지역구 국회의원의 실제 공천권 행사 등은 이제 사회 이슈로 등장하고 있어 적당히 넘길 일 만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정당 공천 폐지 주장은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 협의회’와 `전국 시· 군· 구의회 의장협의회, 여러 시민단체와 학계에서 꾸준히 주장해 온 일이지만 정작 법 개정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귀를 막고 있다. 찬찬히 생각해 보자. 왜 국회의원들은 지방의원이나 시장· 군수· 구청장에 대한 공천권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가.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원들은 왜 여론의 흐름을 봐 가면서 간헐적으로 정당공천제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가. 필자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일부 국회의원들 중에는 `독도는 일본에 내줘도 기초지방선거 공천권만은 못 내 준다’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지방선거 공천권은 국회의원들에게는 꿀단지인 모양이다.

스스로 공천한 지방의원들이 자기 선거구의 중요 조직 포인트이자 자금줄이니 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국회정치개혁특위’에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법률안이 올라가 있기는 하지만 여·야 의원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만날 싸우면서 이 부분에서는 찰떡궁합이다.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중에는 초선 보다 재선 이상의 비율이 높다. 재선의 경우, 선거 전략도 축적되어 있고 유권자 관리도 숙달되어 있는 편이라 겉으로는 정당공천의 폐지를 말하나 속으로는 되든 말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태도다.

어떤 측면에서는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직이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밑지는 측은 지방선거에 처음 진출할 인물들이다. 기존 지방정치인에 비해 정당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자괴감이 깊어 정당 공천 반대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정치와 무관한 지역민들 가운데 지역 국회의원의 지방선거 직 공천에 대한 반대 여론은 중앙정치권이나 지방정치인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싸움질만 밥 먹듯 하고 국민의 혈세만 축 내고 있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행태가 보기 싫어 TV의 정치 뉴스를 아예 안 본다는 국민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보수직으로 된 지방의원들이 연봉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어느새 공무원처럼 봉급자로 변해 관료제의 그늘에서 안락하고 있는 그들을 보는 주민들의 마음이 좋을 리가 없다. 참다못해 정치· 문화· 종교계 등 사회각계의 원로들이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들고 나온 것은 우리나라 지방자치발전에 변화가 와야 함을 알리는 적신호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회의원들이 하고 싶은 대로 정당공천제에 의한 지방선거를 실시해 봤으니 이제는 한 번 바꿔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여론이 그렇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광역단체장을 제외한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철폐하는 법안을 빨리 처리해 주기 바란다. 더 욕을 얻어먹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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