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엉뚱한 곳에 예산 낭비사례 속출
지자체 엉뚱한 곳에 예산 낭비사례 속출
  • 정민지
  • 승인 2014.08.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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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 서중현 전 청장

“광개토대왕비 건립하겠다”

사업비 1%도 못 모으고 접어

지하철 범어역 ‘영어거리’

포항야구장 적자 운영 등

현안사업 애물단지 전락도
민선 단체장의 타당성 조사 안된 즉흥적 포퓰리즘 사업으로 예산·행정력이 낭비된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지자체의 사업추진에 신중이 요구된다.

최근 이순신 열풍 등으로 관련 일부 지자체가 관광 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초라하게 끝난 ‘돈·인력 낭비’ 사업을 되짚어봤다.

지난 2008년 당시 서구청장이었던 서중현 전 청장은 다소 황당한 사업계획을 세워 논란을 불러왔다. 당시 서 청장은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가 자기네 역사라고 우기는 등 역사왜곡을 하고 있어 광개토대왕비를 건립해 이를 바로잡고 주민들의 자긍심도 높일 방침”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드라마 ‘주몽’의 인기로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과 경기도 구리시의 광개토대왕비 건립에 자극을 받은 즉흥적 사업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특히 대구와 광개토대왕과의 역사적 관련성이 전혀 없어 문제가 더 커졌다.

당시 의회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 서 전 청장은 “시민 모금을 통해 9억원 가량이 드는 사업비를 마련할 것”이라며 ‘광개토대왕기념사업회’라는 사단법인을 만들었다.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사업회는 9억 모금목표액의 1%도 안되는 600만원 가량을 모았고 지난 2012년 타 법인에 기부하는 것으로 초라하게 사업을 접었다.

사업을 구상했던 민간 관계자는 지난 18일 “대구지방뉴스를 보는데 화면에 우방타워(현 83타워)가 나오는 것을 보며, 대구를 상징할 것이 민간기업의 사유재산이라는 점이 안타까워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처음부터 정치적 쇼라는 오해가 있어 시민들의 호응이 좋지 않았지만 2~3년 뒤 다시 추진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당시 단체장의 지시로 구리시의 광개토대왕비 벤치마킹을 맡았던 서구청 관계자는 “서 전 청장의 야망에 따라 직원들이 억지춘향격으로 준비를 했다”며 “민간으로 넘어갔지만 주민 호응이 거의 없어 최근까지도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광개토대왕비가 물건너 가자 서 전 청장이 서구구민운동장 근처에 대왕비를 닮은 100층짜리 고층아파트 건립을 추진해보자는 더 황당한 계획도 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벤치마킹 당했던(?) 구리시의 경우는 어떨까. 민간단체가 지난 2007년 7월부터 3년 동안 전국에서 고구려 역사 기념관 건립 모금 운동을 벌여 13억 6천여만원을 모금했으나 그 가운데 7억 7천만원을 단체 경비로 불법 사용했고 당시 시장은 3차례에 걸쳐 지역유지 등에게 기념관 건립과 관련한 기부금을 요구해 수사를 받았다. 2015년 완공예정이었던 기념관은 기금 부족으로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편 현안 사업이 예산 낭비와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도 있다. 경북 포항은 지난 2010년 300억원을 들여 포항야구장을 지었지만 적자액이 연간 2억~3억원에 달한다. 2013년 벌어들인 수익은 총 2억5천900만원으로 연간 유지비 5억3천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 지하상가는 ‘영어 사교육 열풍’에 자극받아 ‘영어거리(E-Street)’을 만들었으나 1년도 안돼 민간업체의 적자누적으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최근 대구시교육청이 기존 시설을 살려 실용영어 체험장을 운영한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은 의문인 상황이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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