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아름다운 수용을 가르치는 교육
<대구논단>아름다운 수용을 가르치는 교육
  • 승인 2009.07.1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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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교육대학교 겸임교수 · 교육학박사)

사람들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사람에 따라 각 단계에 싣는 비중은 다를 수 있으나 대개는 부정(否定), 분노(憤怒), 타협(妥協), 우울(憂鬱), 수용(受容) 등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죽음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다고 한다.

임종에 가까운 대부분의 환자가 경험하는 첫 단계는 부정(Denial)으로 자신의 병이 치유될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될 때, `아니야, 나에게는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 없어’와 같은 심리적 기저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의 일인 것처럼 심각하지 않게 증상을 이야기한다거나, 자신과 같은 증세에 대한 말이 나오면 즉시 말을 돌린다는 것이다.

분노(Anger)의 단계에서는 `하필이면 왜 내가?’라고 생각하면서 자기 자신에게나, 사랑하는 사람 혹은 신(神)에게까지 분노를 표현한다고 한다. 이 분노의 단계에서는 옆의 사람들이 매우 힘들게 된다. 분노가 수시로 바뀌는데다 부정의 감정을 주위 환경에 전가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정(情)을 떼려 한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슬픈 현실을 대면할 수가 없어 노골적으로 분노를 표현하고 나면, 환자는 타협(Bargaining)을 시도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불가피한 사실을 어떻게든 연기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는데 착실한 행동을 보이고 특별한 헌신을 맹세함으로써 그 보상을 기대한다고 한다. 즉 며칠이라도 좋으니 통증 등 신체적 불편 없이 보냈으면 하고 절규하게 되는데 대개가 절대자와 하는 타협들이다.

네 번째 단계는 우울(Depression) 단계이다. 증상이 더 뚜렷해지고 몸이 현저하게 쇠약해져서 자신의 병을 더 이상 부인하지 못하게 될 때, 초연한 자세와 분노, 격정은 곧 극도의 상실감으로 바뀌며 심한 우울증에 빠진다. 우울증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지만 가장 큰 줄기는 남겨지는 것에 대한 연민과 잃게 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괴롭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다는 데에서 더욱 심한 공허함에 휩싸이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수용(Acceptance) 단계이다. 이제는 체념을 하게 되어 환자는 힘을 가다듬어 이전에 자기 심중을 거쳐 간 감정들을 털어놓을 여유가 생긴다. 그리하여 산 사람과 건강한 사람에 대한 질투와 분노를 이야기하고, 머지않아 자신은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잃게 되리라고 한탄하며, 한편으로는 또 어떤 기대를 가지고 다가오는 미래를 바라본다고 한다.

사람은 참으로 신비한 영적 존재여서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은 미래에 대한 설렘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마지막 단계에서 의사소통은 언어보다도 무언의 대화로 바뀐다. 이때에 환자는 자신은 사랑 받고 있으며 값있고 소중한 존재임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즉 떠나는 사람이나 남아있는 사람이나 아름다운 이별을 해야 하는데 대개는 허둥대고 마는 것이다. 부모를 여읜 사람은 대개 이 부분에서 인생무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 중에서 중요한 것은 죽음이나 불행의 경우 평소 마음가짐이 어떠하였는가에 따라 각 단계에서 표출하는 감정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지만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격렬하게 부정하고 분노하는 형태를 지니게 된다. 즉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죽음이 아닌 다른 모든 불행에 대처하는 기제(機制)도 또한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이때에 나타나는 언행으로 미루어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아름답게 수용하기 위해서는 평소의 신념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 신념은 평소의 삶에서 교육을 바탕으로 자기 수양에 의해 형성되고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삶의 교육이 충실하다면 죽음 교육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성 교육은 삶 교육의 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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