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대구오페라 참여
‘투란도트’·‘카르멘’ 등 연출
낯선 유럽의 역사·문화 국내 정서에 맞게 재해석
국내 최고의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국내에서 가장 핫(HOT)한 오페라 연출가 중 한 사람인 정선영이 3년 연속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연출가로 참여한다. 제12회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일이 눈앞으로 다가온 지난 27일 개막작 총 연습에 한창인 그녀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났다.
간결미와 세련미를 강조하면서도 묵직한 소통으로 감동을 이끄는 그녀의 작품과 실제 만나본 정선영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섬세하고 조용한 외형과 분명한 철학과 세계관이라는 열정의 내면이 교차하며 충만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기차를 타면 내가 대구에서 한순간 행복한 꿈을 꾼 것 같은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12년이나 계속되며 발전하는, 내년이 기대되는 이런 행복한 축제에 3년 연속 참가하게 되어 더없이 기쁘다.”
그녀는 제10회 폐막작 비제의 ‘카르멘’, 제11회 개막작 베르디의 ‘운명의 힘’, 그리고 올해인 제12회 개막작 푸치니의 ‘투란도트’의 연출을 맡아 3년 연속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참여한다.
-정선영표 투란도트가 궁금하다.
“푸치니가 곡을 썼던 1924년 당시의 상황을 돌아보았다. 1924년은 제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제2차세계대전으로 향해가던 시기였다. 푸치니는 국가 간의 대립 구도, 광기와 고통을 수반하는 전쟁을 바라보며 전쟁의 종식, 평화, 행복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가졌을 것이다. 나는 그 염원을 투란도트에서 보았고, 이번 공연에서 그 점을 펼쳐낼 것이다.”
“권력의 횡포와 그로 인한 죽음이라는 투란도트의 한 축이 되는 상황은 전설 속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 현실이기도 하다. 제1차세계대전을 겪은 푸치니도 보았고, 우리 세대 또한 걸프전, 베트남전 등의 전쟁들을 겪어 왔다. 지금도 아이들의 학교와 병원을 포커스로 한 무차별 폭격이 일어나고 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드리워진 이런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주고, 나와 너가 다르지 않고 너이고 나인체로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 그런 세상에 대한 푸치니와 우리의 염원을 이번 투란도트에서 담아낸다.”
-정선영 오페라의 재미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창의적인 해석에 있다. 어디서부터 그런 해석이 시작되나.
“오페라의 첫 번째 연출가는 작곡가다. 작곡가가 곡 속에 이미 연출을 해 놓았다. 내 역할은 작곡가의 연출을 읽어내고 받아들여 재연출하는 것이다. 작곡가의 숨겨놓은 메시지를 읽기 위해 그것이 느낄 때까지 끊임없이 곡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내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새로운 해석이 나온다.”
-그것이 결국 관객과의 높은 공감으로 이어지는 것인가.
“그렇다. 오페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작곡가의 메시지를 제대로 읽어내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문화권이라는 제약이 있다. 오페라의 본고장은 유럽이고, 대개 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사랑, 갈등, 화해 등의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보편적인 공감대는 충분히 가능하다. 작곡가가 전달하려는 이 보편성을 유럽의 역사와 문화라는 이질감을 걷어내고 우리의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 그래서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 그것이 내 역할이다.”
-공감을 높이기 위한 정선영만의 스타일이 있나.
“지난해 축제에 선보인 ‘운명의 힘’은 이 시간, 이 순간 나의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 수묵화의 느낌으로 컨셉을 잡았다. ‘피가로의 결혼’도 조선시대 마당놀이를 모티브로 우리 역사 속에서도 존재했던 봉건 신분제을 풀어내고, ‘사랑의 묘약’도 우리에게 익숙한 전원읽기를 모티브로 끌어갔다. 외적인 공감대를 높여 관객들로 하여금 이야기의 본질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스타일이라면 스타일이다.”
그녀는 이화여자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 오페라 연출과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국립오페라단, 서울시립합창단,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등의 권위 있는 국내 무대에서 창의적인 연출을 선보여 왔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