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충분히 놀게 해주자”
“아이들이 충분히 놀게 해주자”
  • 김정석
  • 승인 2014.11.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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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학회 ‘한국아동의 놀이권리 증진방안’ 보고서

전국 초등 1천955명 설문

‘시간 많이 할애’ 학원 42%

공부·숙제하기 29%

스마트폰·TV시청 순
# 대구 수성구 지산동에 살고 있는 김영미(여·41)씨의 아들(11)은 오후 3시 학교를 마치자마자 피아노 학원과 영어 학원을 갔다가 귀가해 저녁을 먹고 오후 7시 다시 수학 공부방으로 향한다. 한창 뛰어 놀 나이에 밤늦도록 학원을 전전하는 아들을 볼 때마다 김씨는 가슴이 아프지만, 아들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처질까봐 학원 한두 군데를 더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들기도 한다.

‘모든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는 한국에서 이미 오래 전 잊힌 권리다. 한국 어린이 중 절반은 놀이가 자신의 권리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한국아동권리학회는 20일 유엔아동권리협약 채택 25주년을 맞아 지난 6~8월 서울·경기지역 초·중·고 학생 564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한국 아동의 놀이권리 증진 방안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놀이 및 여가가 자신의 권리라는 것을 모르는 어린이가 과반수(50.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놀이와 여가에 불만을 느끼는 어린이의 경우, 학업 부담(25%)과 부족한 시간(21%), 부모님의 이해 부족(18%) 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취침 직전까지 학업에 매달려야 하는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학원에 가는 어린이들은 정작 놀 수 있는 시간이 나더라도 혼자 스마트폰이나 TV 시청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3월 13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5·6학년 어린이 1천9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이 방과 후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학원(42.8%)과 공부·숙제하기(29.1%)에 이어 스마트폰(27.1%)과 TV 시청(24.2%)으로 나타났다.

또 학교와 학원으로 밖에 머무는 시간이 길고 집에서도 스마트폰과 TV에 정신을 빼앗기다 보니 어린이 절반은 가족과의 하루 대화시간이 30분 이하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방과 후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은 ‘친구와 놀거나 운동’이었다. 전체 어린이의 42.8%가 친구와 어울리거나 운동을 할 때 가장 즐겁다고 답한 것. 반면 학원이 즐겁다고 답한 어린이는 3.5%에 불과했다.

앞서 2011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교육의 극심한 경쟁을 우려하며 ‘놀 권리 증진’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아이들이 노는 것까지 정부가 나서야 할 일이냐는 물음이 나올 수 있지만 영국과 미국, 독일,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놀이 정책을 펼치며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유니세프 관계자는 “교육적 의미만을 추구하거나 돌봄 기능에 지나치게 중점을 둔 놀이보다는 무계획·무목적·무강제적인 진정한 의미의 ‘놀이’가 이뤄져야 한다”며 “‘놀이의 날’을 정해 지역민 모두가 함께 놀이에 참여하거나 놀이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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