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 나서 절로 피는
자줏빛 오랑캐꽃
참회하듯 다소곳이
세월 돌려세우는데
사태진 봉분 하나가
허한 웃음 짓고 있다.
햇살 꺾어 봄을 짜는
대덕산 언저리에
켜켜이 쌓인 삶의
그 숱한 청승들은
하얗게
땟물을 벗고
아카시아 꽃이 됐네.
▷경북 울릉 출생.『월간문학』신인상 당선을 통해 등단. 한구시조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 수상. 시조집 `울 없이 사는 바람’, 평론집 `여백과 공감의 시학’ 등 다수 있음. 김몽선은 향토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시조시단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시인이다.
`산길을 걸으며’는 표제가 말하듯 산길에서 본 자연에의 관조가 별다른 수식이나 과장 없이 그려져 있다. 다만 자연과 인간의 삶에 대한 시인의 시선이 우리에게 더욱 친근감을 준다. 시인은 한 자서에서 “나는 작품을 구상하면서, 우리 민족이 이루어 놓은 전통시로서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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