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결가부좌
<팔공시론> 결가부좌
  • 승인 2009.07.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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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열 (성형외과 원장, 의학박사)

형님 내외가 볼 일이 있어 상경한 김에 오래간만에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부분이 중장년층이라 화제는 자연히 건강 문제에 집중되었는데 이 중 하나가 결가부좌로 요즈음 만성폐기종으로 호흡이 불편한 형님이 주위 사람의 권유로 하고 있는 운동인데 이를 매일 연속하여 2시간이상 앉아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오른쪽 발을 왼쪽 허벅지 위로 올려놓는 것도 어려웠지만 이제는 좌우 발을 허벅지 위에 올려 교차하여 부처같이 앉는 자세로 1시간 반 정도는 가능하다고 하였다. 필자가 보기에도 양쪽 무릎이 바닥에 닿으면서 허리를 똑바로 펴고 앉아 있는 모습이 노력을 많이 하여 상당히 진전이 되어 있는 자세로 보였다.

다음 날 필자가 사사하고 있는 단전호흡 사범에게 물으니 몸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무리해서 장기간 결가부좌를 하게 되면 골반이 삐뚤어 질 수 있다고 하였다. 그 예가 스님들이 꾸준히 몸 수련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결가부좌 자세를 오랫동안 하는 경우로 노승이 될수록 엉덩이를 높이는 방석을 점점 높이게 되고 무리하게 무릎이 지면에 밀착되도록 함으로써 결국 골반에 무리를 주게 되며 나중에는 보행에 어려움을 갖게 되는 스님을 많이 볼 수 있다.

아리안 족인 인도인은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 결가부좌하는데 불편함이 없지만 우리 동양인은 다리가 짧아 이 자세를 하기에 무리가 많다고 한다. 일찍이 요가 수련은 요가 동작을 하면서 동작에 호흡을 맞추고 그 호흡을 통해 명상에 이르게 하는 것이 기본이다.

초보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명상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호흡과 동작을 같이 하다 보면 저절로 명상을 익히게 된다고 한다. 수준이 높아지면 동작이 느려지고 결국은 앉아서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동작을 하는 것보다 더 좋은 효과를 느낄 수 있고 좀 더 고수가 되면 동작이나 호흡을 하지 않고도 곧바로 명상으로 몰입할 수가 있다고 한다.

명상에 적합한 자세로는 결가부좌, 반가부좌, 금강좌, 영웅좌(정좌) 등의 네 종류가 있는데 부처가 오직 결가부좌만을 사용한 까닭은 결가부좌는 모든 좌법 중에서 가장 안온하여 피로하지 않고 마음이 산란하지 않아서 깨달음 또한 쉬워 도법의 좌법이라고 하며 마왕이 이 좌상을 보면 두려움을 느낄 뿐 아니라 그림에 그려진 가부좌를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결가부좌는 인간이 취득한 최상의 자세라고 불교에서는 말한다. 참선할 때의 가장 바른 자세는 결가부좌이지만 잘 되지 않는 사람은 반가부좌를 해도 된다고 한다. 결가부좌나 반가부좌나 모두 앉는 자세로는 가장 과학적인 자세로서 지구력과 집중력을 배가 시킬 수 있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반가부좌는 일명 `보살의 좌상’이라고도 한다.

필자가 배우는 단전호흡단체에서는 이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가부좌의 가는 발바닥, 부는 발등을 뜻하는데 양쪽 발을 모두 허벅지에 올려놓지 않고 오른 발만 왼쪽 허벅지에 올려놓는 자세이다.

함석헌옹의 스승이며 씨알정신의 사상가로 유명한 다석 류영모 선생은 새벽 3시에 일어나 평생을 냉수마찰, 하루 한 끼, 요가, 단전호흡 등을 하고 걷기에 힘써서 젊었을 때에는 몸이 허약하였으나 91세로 사망할 때까지 병원 신세를 한 번도 지지 않았는데 건강은 함께 살아가는 가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는 것이 평소 그의 소신이었다.

다석의 정좌법은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에서 양 무릎을 붙이고 두 발을 벌려 엉덩이가 바닥에 닿도록 앉는 것이다. 보통 꿇어앉을 때에 발바닥 위에 엉덩이가 오는 것(금강좌)과는 다른 자세이다. 가부좌를 틀었을 때 다리의 모양을 위에서 보면 역삼각형이나 정좌를 하면 정삼각형이다.

처음에는 정좌가 가부좌보다 다리가 더 아프지만 다석은 이 고비를 넘기면 전혀 아프지 않다고 하였다. 정좌나 가부좌를 하면 저절로 숨이 깊어지고 피가 빠르게 돌아 온몸이 더워지며 기가 뚫려 위를 비롯한 여러 내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내분비 활동이 잘 되어 입 안에 침이 고이는데 침이 많으면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다석은 이런 몸 상태에 마음을 비워 교회 식 예배를 보지 않고 명상을 통한 기도를 하였다. 그는 기도 때만 아니고 손님을 맞을 때, 책을 읽을 때, 식사할 때 등 항상 정좌 자세를 하였다고 한다. 이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수행이다.

숨 쉴 식(息)자는 코(自)에 심장(心)이 붙어 있는데 곧이 곧장 가려면 숨이 성해야고 건강하려면 불식(不息)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단전호흡이라는 심호흡에 대한 다석의 생각이다. 건강에 대한 선현들의 가르침을 잘 익히고 배워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가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잘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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