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백두산을 뒤흔든 애국가와 만세삼창
<대구논단>백두산을 뒤흔든 애국가와 만세삼창
  • 승인 2009.07.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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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부르던 말든 한국 사람들은 백두산에 올라가 천지(天池) 한번 바라보기를 소원으로 삼는다. 예전에 중국 사람들은 원생고려국(願生高麗國)이요 일견금강산(一見金剛山)이라고 해서 고려에 태어나 금강산 한번 보는 것을 소원으로 삼았다. 그만큼 금강산의 경치가 빼어나 그 넓은 중국 땅에서도 남의 나라에 있는 금강산을 최고로 쳐줬던 일이 있었다.

중국에도 엄청나게 큰 산과 뛰어나게 아름다운 경치가 수없이 많건만 조그마한 나라 고려에 있는 금강산을 더 알아줬던 것이다. 우리는 남북한이 분열되면서 오랫동안 금강산 구경을 못하다가 10여 년 전에 겨우 남북정권이 합의하여 비싼 입장료를 내고 금강산 관광 길을 연 일이 있다. 처음에는 배로만 왕래하다가 나중에 육로가 열려 많은 사람들이 금강산 관광의 갈증을 풀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 군인이 관광객 한 사람을 터무니없는 이유로 쏴 죽이는 참사가 일어나면서 1년 이상 관광이 중단되는 불행한 사태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 사태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한국 측의 정당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 한 쉽게 풀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는 통에 더 많은 이들이 중국을 통해서 백두산을 찾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 때는 백두산 천지가 나오는 사진만 가지고 있어도 조사를 받았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적국의 지형지물이 실린 사진은 출처와 소지 경위 등을 낱낱이 밝히고 타당성이 있어야만 놔주었다. 마치 불온문서나 똑같은 취급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천지 사진은 최고의 인기품목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대형 사진틀에 꾸며진 천지는 어지간한 사무실에는 한 장씩 작품으로 걸렸다. 대부분 중국 측에서 찍은 사진인데 산을 좀 아는 사람이 나서서 “여기가 최고봉인 장군봉이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서로 먼저 보려고 발돋움을 할 때도 있었다.

그나마 2744m인 백두산 정상이 북한 측에서 차지하고 있다는 것만도 우리에게는 한 가닥 위안이 되었던 것이다. 그만큼 백두산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력은 엄청나게 크다. `민족의 영산’이라는 말이 헛된 말이 아님을 백두산에 가보면 안다. 비록 내 나라, 내 땅인 북한 쪽에서 떳떳하게 올라가 구경하지는 못하지만 백두산에 올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격해마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유네스코에서 정식으로 인증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백두산의 의미가 더욱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철기 이범석장군 기념사업회(사무총장 정준)에서는 해마다 청산리 전적지를 찾는 기회에 백두산에 올라가는 기획을 시행한다.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선열들의 피어린 투쟁의 현장을 답사하며 애국심을 다지는 운동의 일환이다. 물론 다수의 지도교수들이 동행하며 연길에 가서는 연변대학생들과 한중대학생 토론회도 연다.

금년에도 7월19일부터 26일까지 탐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우리 일행은 7월23일 백두산을 올랐다.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천문봉에서는 맑아지리라 기원하며 차를 탔지만 정상은 온통 안개와 구름으로 지척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천지 구경은 애당초 글렀다. 43명의 대원들은 처음 와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안타까운 표정이 역력했다. 나는 이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풀어줄 묘안을 짜냈다. `대한민국 만세삼창’을 제안했다. 모두 찬성이다.

힘찬 만세소리는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천지(天池)를 용솟음치게 만들었다. 백두산 상상봉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대한민국을 목 놓아 불러볼 수 있는 기회는 이 때 뿐이다. 애국가도 불렀다. 바리톤 임익선(林翼宣)교수가 선창했다. 뒤 이어 육군본부 군사연구소장 신석현(申錫鉉)준장이 가슴 속에서 조그마한 태극기를 꺼내 천문봉 정상에 꽂았다. 아하! 우리의 국기를 민족의 영산에서 만나다니! 온 몸이 짜릿해지는 전율과 감격!

몇 차례 백두산을 올랐지만 상자 속에 태극기를 넣어가지고 올라가다가 검문에 걸려 빼앗긴 일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계획조차 없었던 행사를 치르게 된 것이다. 언젠가 안중근의사가 이등박문을 쏴 죽인 하얼빈 역두에서 태극기를 내걸고 애국가를 고취하며 기념식을 가진 일이 생각났다.

그 때 중국 공안들은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하여 멀거니 처다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백두산은 동북공정 이후로 너무나 예민하여 태극기를 가져갈 생각조차 못하게 했는데 이 날 기습적으로 행사를 치른 것이다.

이 기회에 우리는 중국 측이 너무 예민하게 대응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현재 중국 측에서 점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 측이 16개 봉우리 중 아홉 개, 60%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북한 쪽으로 올라갈 수 없는 한국 관광객들이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장 찍는다고 그다지도 심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을까.

히말라야에 오른 산악인들이 자기나라 국기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고 해도 히말라야는 거기에 있다. 중화를 내세운 대국답게 어느 나라 국기를 들고 사진을 찍던 백두산은 끄떡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킨다는 사실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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