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베풀 줄 알게 하는 교육
<대구논단> 베풀 줄 알게 하는 교육
  • 승인 2009.07.2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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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학남초교장 · 아동문학가)

지난 2007년 뉴욕의 소더비 경매에서 색면추상화의 대가로 불리는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의 `화이트 센터(White Center)’라는 작품이 물경 7,280만 달러(한화 약 874억 원)라는 엄청난 가격에 낙찰된 일이 있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세워진 직사각형의 화폭에 가로로 노랑색면, 검은 선, 흰색면, 분홍색면만 배치하여 삼등분한 이 그림이 그렇게 비싼데 대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문외한이 볼 때에는 30분이면 다 그릴 듯한 지극히 단조로운 구성이고 색이었다.

그리하여 이 그림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이 그림의 주인은 록펠러 2세의 막내아들로 전직 은행가이자 뉴욕 현대미술관의 명예회장인 데이비드 록펠러(David Rockefeller)였다. 그는 1950년에 제작되어 그 동안 팔리지 않고 있던 이 그림을 1960년 1만 달러에 구입하여 50년 동안 자신의 사무실에 걸어 두었다가 그 7,280배에 이르는 엄청난 수익을 본 것이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 그림이 어떻게 그렇게도 비싸게 팔릴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유명한 록펠러가(家)에서 인정한 그림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자선 사업에 쓰도록 내놓은 그림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정말로 이 그림에 혼이 배어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모두에게 감동을 불러오기 때문인가?

이에 대한 답은 복합적일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그림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와 더불어 플러스알파의 요인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테면 록펠러가 사무실에 소장하였다는 소문만으로도 그 가치가 높아졌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이 그림이 자선의 목적으로 매매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 가격이 높아졌을 것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부자가 그림에 투자하여 또 돈을 벌었다고 생각해버리면 그만일지 모르겠으나 록펠러 3세는 이 그림 대금 전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그의 할아버지인 석유 왕 존 록펠러(John Rockefeller, 1839~1937)는 미국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좋은 평을 받지 못하였다. 살아생전 그의 재산에는 항상 `더러운 돈’이란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록펠러는 독점 기업을 운영하면서 온갖 편법과 불법을 저질러 폭력과 살인에도 연루되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록펠러는 `악덕 기업가’라고 손가락질 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 최고의 위대한 자선 사업가’로 칭송 받고 있다. 권총을 머리맡에 두고 자야했던 록펠러는 자신의 오명을 씻고자 엄청난 돈을 사회에 기부하면서 자선사업가로 변신하였다.

록펠러는 만년에 `내 재산은 인류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라고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라고 말하며, 1913년 당시 5,000만 달러를 기부하여 세계 최대 자선 재단인 록펠러 재단을 설립하였고, 그 밖에도 의학연구소, 대학, 아트센터 등에 자신의 엄청난 재산을 희사하였던 것이다.

록펠러는 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1909년부터 준비했지만 당시 그의 악명이 얼마나 높았던지 연방정부 의회의 인가를 받는 데만도 3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그가 얼마나 선행을 하든지 간에 재산을 모으기 위해 저지른 그의 악행을 다 갚을 수는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 후 그가 설립한 재단에서는 사회 각 분야에 후원을 아끼지 않아 많은 칭송을 받았다.

이를 물려받은 록펠러의 2세, 3세들도 자선 사업을 계속하였고, 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후원을 아끼지 않아 앞서 마크 로스코와 우리나라의 백남준 등을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 재단의 후원기금을 받았던 것이다.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다경(必有多慶)’이라고 했다. 명예롭게 자신을 우뚝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바르게 베풀 줄 알아야 한다. 우리의 학교에서는 바르게 베풀 줄 알게 하는 가르침이 필요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사례들을 가르치고 작은 것이라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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