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졌다
<대구논단>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졌다
  • 승인 2009.07.3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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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올림픽을 제패하여 국민을 열광시킨 수영계의 영웅 박태환이 로마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서 충격적인 예선탈락을 하자 말들이 많다.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의 상사인데 그까짓 한번 졌다고 무슨 말이 그렇게 많으냐고 힐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선수들과의 기록으로 보더라도 심상하게 받아드릴 일만은 아닌 듯싶다. 특히 박태환이 기자들과 만나 수영계의 고질인 파벌문제를 거론한 것은 일파만파를 던진다.

그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팰프스선수를 이기리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다. 수영은 육상과 함께 한국인의 정상진출을 허용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종목 중의 하나다. 과거 육상은 손기정의 쾌거를 비롯하여 올림픽과 국제마라톤에서 우승한 경력이 화려하지만 근래 전통을 잇지 못하고 있어 국민을 안타깝게 한다. 특히 100m 등 기초적인 육상종목에서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박태환이 등장하기까지는 불모지대였다. 그런데 마린보이가 나타났다. 기적이 아니다. 선천적인 체격조건과 꾸준한 노력이 그를 만들었다.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와 함께 박태환은 국민 전체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물질적인 보상은 당연하다. 기업들도 다투어 이들을 CF에 기용하여 상품의 가치를 높이려고 경쟁한다. 이번에도 박태환은 선수단보다 하루 먼저 출국하여 CF를 촬영했다.

이것은 기업들이 자제했어야 옳다. 오직 경기에만 신경을 써야할 선수를 배우들도 어렵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CF 촬영에 내몬 것은 지나친 상업주의다. 물론 여기에 응한 선수나 코칭스태프들도 잘못이다. 큰 시합을 앞두고 아무리 큰돈으로 유인하더라도 단연코 거절하는 것이 선수로서의 도리다. 개인 경기는 집중력이 떨어지면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대선수라도 선수단의 일원이라면 동료선수들과 어울려 행동하는 것이 첫째 임무다. 함께 경쟁하기도 하고 웃고 떠들기도 하면서 연습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훨훨 털어버리는 것은 다음 경기를 위한 활력소가 된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을 감안하더라도 수영계의 지도자들이 보여준 `파벌싸움’은 어린 선수에게 큰 상처를 줬던 것 같다. 기자들과 만나 부지불식간에 털어놓은 이 얘기는 그가 얼마나 마음고생이 컸는지 한 마디로 증명한다.

특별한 선수를 특별하게 대우한다고 하면서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시킨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전담코치조차 두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선수 하나를 둘러싸고 지도자들이 보여준 추태의 양상이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외부 사람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성장한 대선수를 실망시키고 좌절하게 만든 원인이 근원적으로 해결되어야만 할 것이라는데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가 없다.

체육계의 파벌은 옛날부터 내려온 전통인지 외국에서도 그 추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교민들이 조국의 명예를 진작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면서도 그들끼리의 경쟁은 갈등으로 비화하고 결국 분열과 법정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너무나 잦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미국의 언론들도 이 문제를 보도하면서 뉴욕 일대의 한인회는 약 1천여 개로 추산된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전해줬다. 게다가 회장선출을 둘러싼 소송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주체전을 둘러싸고 치욕적인 파벌싸움을 벌려 선수들이 경기도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추태를 연출했다. 지난달 26일 시카고에서는 재미동포 3천2백 명이 참가하여 제15회 미주체전을 열었다. 그런데 재미대한체육회(회장 장귀영)와 대회를 주관한 시카고체육회(회장 조용오) 간에 의견이 엇갈려 일부 선수들은 아예 경기조차 못하고 울면서 돌아가야 했다.

더더욱 가관스러운 일은 모처럼 열린 대축제에서 참가한 27개 도시의 종합순위조차 발표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3천명이 넘는 대규모 선수단을 꾸릴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막대한 비용조차 외면하고 어린 선수들로 하여금 경기에 임하지 못하게 만든 책임은 지도부가 져야만 한다. 모국에서는 그들에게 투표권도 부여했다.

이런 싸움이나 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참정권을 줄 수 있을지 망설여진다. 외국에서 살고 있는 분들이 현재 750만을 헤아린다. 이들의 한결같은 요구가 투표권 요구였다. 이제는 교민들의 권리도 모국에서 인정해줘야 한다는 논리였다. 헌법재판소가 이를 받아드려 법 개정이 이뤄졌다.

모국에서 재외교민들의 권리를 인정한 만큼 그들도 사이좋게 이에 응할 수 있어야 한다. 열악한 환경을 이기고 꿈을 이뤘으면 그에 상응하는 도덕심도 발휘되어야 한다. 서로 아옹다옹하는 것은 처절한 추락뿐이다. 박태환의 탈락도, 시카고의 분열도 모두 어른싸움에 어린 선수들이 상처받은 것이라고 말하면 지나칠까. 지도급 인사들이 모범을 보여야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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