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미소 ‘얼굴무늬 수막새’ 진위 논란
신라의 미소 ‘얼굴무늬 수막새’ 진위 논란
  • 정민지
  • 승인 2015.01.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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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씨 ‘경주문화’ 20호 특집 글서 의문 제기

이종훈씨의 글에 담긴 내용

일제때 옹기공장서 제작

다방 장식품에 쓰였던 것

유물 등록…장본인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의 반박

흙 물건 연대측정 못해

제작기법·양식 등

전문가들이 확인한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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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무늬 수막새
‘신라의 미소’로 불리는 ‘얼굴무늬 수막새’의 진위여부를 다룬 글이 지역 학술지에 실려 이를 둘러싼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

이달 초 경주문화원에서 발행한 ‘경주문화’ 제20호 특집호에 ‘얼굴무늬 수막새와 신라의 미소’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이종훈(전 경주 황성신문 발행인)씨가 쓴 이 글의 부제는 ‘얼굴무늬 수막새의 진위여부 고찰’이다.

미소를 띤 사람 얼굴을 한 기와로 지난 1998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새천년의 미소’를 표현하는 이미지로 사용되면서 경주의 상징이 된 신라시대 유물 ‘얼굴무늬 수막새’를 둘러싼 논란은 무엇일까.

이씨가 제기한 핵심은 ‘얼굴무늬 수막새는 신라시대 유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의문점은 △제작시기와 제작방법 △실제사용 여부 △수집 및 기증과정 등 크게 세 가지다.

얼굴무늬 수막새는 신라시대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경주의 한 옹기공장에서 만들어진 5점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4점이 옛 경주박물관 앞 골동품 가게에 진열돼 있다가 1960년 초 경주 동부동의 한 다방 인테리어에 쓰였다는 주장이다. 이후 1970년 경주박물관에서 다방 내부장식품이었던 얼굴무늬 수막새를 캐내 가져가 유물로 등록했다는 것. 글에서는 이를 목격한 지역민과 실제 캐낸 장본인이 경주에 여전히 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1934년 경주의 한 고물상에서 일본인 다나카씨가 이를 수집해 이후 경주박물관에 기증했다는 박물관의 공식 기록에 대해서도, 수집장소와 박물관에 기증했다는 날짜 등이 경주박물관과 박일훈 전 박물관장 회고록 그리고 (사)경주관광진흥원 자료에 각각 달리 표기돼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막새로 쓰였다면 세상에 단 한점 밖에 없는 것도 의아하다며, 국립경주박물관과 제주도의 한 민속박물관에 같은 수막새가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고미술품 수집가와 지역민 등도 증언에 나서는 등 이같은 주장에 가세하고 있다.

이씨는 “얼굴무늬 수막새가 근거없이 왜곡돼 신라유물로 둔갑됐다는 주장의 진위여부를 고찰하고 학계의 조사와 연구를 촉구하기 위해 쓴 글”이라며 “경주문화원에서도 고심을 거듭한 끝에 글을 실은 만큼 연대측정 등을 통해 불신과 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주박물관 측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허형욱 학예연구사는 “글을 읽어봤지만 아마추어적인 시각에서 쓴 소설”이라며 글에서 제기한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허씨는 “흙으로 만든 물건은 연대측정을 할 수 없고 성분을 분석해도 재료인 흙의 종류 등만 알 수 있다. 제작기법이나 양식 등을 통해 전문가들이 삼국시대 유물로 확인한 사항이다.

또 수집 경위와 기증은 정확히 1972년 10월 14일이고 이 과정에서 박일훈 전 관장이 다나카씨에게 보낸 서신들도 박물관에서 보관중이다. 얼굴무늬 수막새의 출토 기록은 없지만 사정리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전해지기에 ‘전(傳)’사정리 출토라고 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글과 함께 다나카씨 아들 내외와 아내 사진이 ‘거짓’임을 알렸다. 허씨는 사진 속 남성은 ‘허씨 자신’이라며 “얼굴무늬 수막새 기증 40주년을 맞은 지난 2012년 직접 일본에 가서 다나카씨의 두 딸과 찍은 사진으로, 이때 박물관 기념품 가게에서 산 얼굴무늬 수막새 모형을 선물로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허씨는 “다만 대부분 막새가 틀로 찍어내는 것에 반해 얼굴무늬 수막새는 손으로 직접 빚은 것이 다르다”며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바탕으로 한 이 글을 경주문화에 실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 얼굴무늬 수막새는?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한 ‘얼굴무늬 수막새’는 일제강점기에 영묘사터에서 출토됐다고 전하며, 당시 일본인 다나카 토시노부가 구해 보관하다 1972년 10월에 국립경주박물관에 기증한 문화재다. 기와의 제작연대는 외측에 넓은 테두리를 마련하고 높은 온도에서 구운 점, 얼굴 양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점으로 미뤄 삼국시대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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