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 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 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이하 생략)
▷전북 부안 출생. 1924년『조선일보』에 `기우는 해’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시작활동을 했다.
서정적인 목가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이 시인의 `그 먼 나라···’는 일제 말기 탄압이 격심했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시에서의 어머니는 다름 아닌 `조국’ 또는 `민족’을 뜻하고 있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암울했던 한 시대에 자유와 광복의 이상향을 설정한 신석정 특유의 심미적 서정시의 한 표본이라 하겠다.
이일기(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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