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朝鮮人之墓
<팔공시론> 朝鮮人之墓
  • 승인 2009.08.05 15: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근민 (대구대학교 재활과학대학 교수)

독립기념관이나 국립중앙박물관에 있을 법한 한 유물이 대구의 모 대학에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은 세계 제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강제 징용돼 희생당한 선열들 보기에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스럽다. 1976년 10월 6일 한 민간인에 의하여 티니안 정글 속에서 발굴된 이 묘비의 정면에 朝鮮人之墓라고 새겨져 있는데 이 다섯 글자에 엄청난 비극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이 묘비에는 남의 이름으로 남의 땅에서 숨져간 한국의 젊은이 5천여 명의 유골이 안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세계 제 2차 대전 때 일본군에 의해 동원된 한국인들의 숫자는 600만 명에 이르고 사망자만 해도 3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과의 싸움 어디에도 한국이란 이름과 한국인의 이름이 전사의 어느 문맥에도 나오지 않는다.

朝鮮人之墓가 발굴되기 전 티니안 시장이 불평을 털어 놓았다고 한다. “당신네 나라는 왜 그렇소? 제 2차 세계 대전 중에 싸이판 티니안의 작은 섬에서 한국인은 적어도 5~9천명이 죽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 섬 지역에 묻힌 유골을 찾아가고 비석도 세웠지요. 그런데 당신네 나라는 유골도 찾지 않았고 비석도 세운 일이 없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오래전에 몇 번 소식을 전해도 회신조차 없었습니다..” 하며 어처구니 없어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발굴자는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났으나 “우리나라는 공산군과 싸우고 있고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제 제가 가지러 온 것입니다” 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朝鮮人之墓를 발굴할 당시의 발굴자는 이렇게 표현하였다. “우리의 수많은 동포들이 태평양 여러 섬에서 이렇게 값어치 없이 죽어갔고 정글의 고혼이 되었다.

이 무덤들의 임자는 누구이며 30여 년 동안 누가 이 무덤들을 찾아 울어 준 적이 있던가? 새 소리, 벌레 소리만 울어주고 있었다. 꽃다웠던 영혼들이여 내가 그대들의 무덤 위에 민족의 이름으로 눈물을 뿌려주마.” 이렇게 외치고 난 발굴인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으로 가슴이 뛰고 정말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주저앉아 울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는 작은 힘이나 유지들의 뜻을 모아 기필코 이 한국 혼이 담김 처참한 백골을 그들이 그리던 고국의 땅에 고이 묻히도록 민족의 이름으로 힘써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마침내 1977년 5월 15일 5천여 명의 맺힌 한을 32년 만에 풀어주기 위해 유해가 고국의 망향의 동산에 안치되었고 그 해 12월 13일 티니안 섬에 위령비가 설립이 되었다. 유골 봉환사업이 추진되고 위령비가 설립 되면서 그 곳 교포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 주었다. 그 전에는 그들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았고 일본사람들에게 멸시를 받았는데 지금은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정말 아이러니 한 사실은 일본도 버리고 한국도 찾아가지 않던 5천여 개의 유골을 모아서 기념비를 세운 나라가 미국이라는 사실이다. 묘비 뒷면을 살펴보면 `西曆一千九百四拾六年 五月 二拾八日 沖繩縣人同志 · 美軍政府 建立’ 이라고 적혀 있다. 아마 당시 미군이 우리의 처지를 동정해서 세웠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로부터 약 32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귀중한 유물을 대구의 모 대학 박물관의 화장실 옆에 방치해 놓은 사실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물관에서 통상적으로 아무리 필요 없는?유물도 이렇게 방치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일본의 만행을 용서는 하되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하며 우리 민족은 전쟁이 없는 영원한 평화를 염원하는 민족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 된다. 그리고 우리 지역에도 이러한 유물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되고 그 유물을 잘 보존해서 그 정신을 계승해서 유물 못지않게 우리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