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을 같이하는 사람 ‘의좋은 형제’
기운을 같이하는 사람 ‘의좋은 형제’
  • 승인 2015.03.08 14: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동규 전 중리초등
학교장
바닷물 빛이 비취색으로 변한 2월말, 모임에서 동해안을 따라서 칠보산 자연휴양림에 갔다. 솔숲 속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휴양림은 멀리는 동해바다와 가까이는 휘리 솔밭과 고래불해수욕장이 있어서 경관이 너무 좋았다. 몸과 마음이 안온해지고 포근해져서 지쳤던 일상에서 벗어난 것을 천만번 잘했다고 생각하고 잠시 명상에 잠겼었다.

최치원의 입산시가 생각났다. 스님아! 산이 좋다 말하지 마라./산이 좋을진대 어찌 산을 나서는가?/훗날 내 자취를 두고 보시오./한 번 청산에 들면 다시 나오지 않으리니.

정말이지 ‘일입청산갱불환(一入靑山更不還)’하고 싶었다.

누군가 텔레비전을 켰다. 뉴스에 엽총 살해 사건에 대한 것이 나왔다.

75세의 동생이 86세의 형님과 84세의 형수를 엽총으로 쏴서 죽이고, 출동한 파출소장을 쏘아서 죽이고 자신은 스스로 자살한 사건이다. 보도 내용은 재산을 둘러 싼 형제간의 갈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동생도 식당을 하여 많은 돈을 벌었고 운전기사까지 두면서 골프를 치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형님이 살고 있는 곳이 개발되면서 부동산 값이 치솟아 돈이 된 모양이다. 갈등의 단초는 돈 때문이었다.

바로 사흘 전에도 재산을 둘러 싼 갈등에 엽총 살인 사건이 있었다. 50세의 강모씨가 옛 동거녀 아버지와 오빠를 살해하고, 현재 동거남도 죽인 뒤 자신도 자살한 사건이었다. 연일 뉴스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보도하였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언론매체보도의 원칙은 이해하겠지만 역기능도 있어 엽총살해의 모방범죄가 생기면 어쩌나하고 우려를 하였다. 사회의 밝은 면을 자주보도하면 좋겠다고 하면서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가야산 해인사 아랫마을 가야리에 사는 85세 할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두 번이나 당하였다. 할아버지는 겨우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고 한다. 얼마 후 할머니는 남편 걱정이 되어 산으로 마중을 나갔다고 한다.

이웃에 사는 할아버지 동생이 이것을 알고는 형님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고 형수님을 보고서 “형수님 나무하러 가지 마세요. 나무는 내가 얼마든지 해서 드릴 테니 제발 형님과 나무하러 다니지 마세요. 만약 형수님마저 다치면 형님 수발은 어떻게 하나요.”하면서 간곡히 만류를 했단다.

그리곤 산에서 나무를 할 때마다 형님 집에 갖다 주곤 하더란다. 아낌없이 베풀고 나누는 동생의 마음이 정말 다정스럽고 정겹지 않은가. 이 이야기는 두산초 김희자 교장이 들려준 친정집 실화이다. 평소에 작은아버지가 부모께 잘해주니 한없이 고맙단다. 얼마나 의좋은 형제인가. 부럽고 아름답지 않은가.

나와 가까운 지인의 이야기를 해보자. 살림이 넉넉하지만 일상생활자체가 검소하고 절제하는 삶을 산다. 값싼 자동차를 15년이 넘게 타고 다니고 물건은 항상 가장 값싼 것만 골라 산다.

어느 날 형님이 통장계좌를 알려 달라고 해서 알려 주었단다. 그랬더니 한 달에 한 번씩 돈이 입금되었단다. 동생은 ‘형수님 몰래 비자금을 만들어서 뭘 하려고 그러지!’하고 의심을 하였단다.

일 년이 지난 후 형님은 동생 앞으로 자동차를 한 대 계약하여 놓았더란다. 동생의 자존심도 세워주고 남들에겐 형님이 보탰다는 인상은 전혀 받지 않도록 한 형님의 배려가 한없이 고마웠단다. 감복한 동생은 얼마 후 형님에게 자동차 값을 되갚았고 항상 ‘의좋은 형제’임을 뿌듯하게 여기고 자랑하였다.

소학의 안씨 가훈에 한 집안의 친족은 부부, 부자, 형제라 하였다. 구족에 이르기까지 모두 세 친족에 바탕을 둔다고 하였다. 이 관계는 인륜에 중요한 것이기에 돈독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형제(兄弟)는 분형연기지인(分形連氣之人)’이라 하였다. 즉 ‘형제는 형체는 나누어져 있지만 기운을 같이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어릴 때는 부모가 왼손으로 형의 손을 이끌고 오른손으로 아우를 이끌며, 형은 앞에서 부모의 옷을 잡아당기고 아우는 뒤에서 부모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같이 다닌다. 밥은 같은 밥상을 사용해서 먹으며, 옷은 물려가면서 입으며, 공부는 같은 내용을 이어가면서 하며, 타향에서 공부할 때는 같은 곳을 택한다. 비록 행실이 도리에 어긋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형제끼리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형제간의 정은 오직 우애로 공경하는 마음을 지극하게 해서 흔들리지 않아야 정에 틈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이 변화무쌍하더라도 기운을 같이하는 사람이 형제임을 생각한다면 누구든 ‘의좋은 형제’가 될 수 있으리라.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