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에 대한 시민생각
3호선에 대한 시민생각
  • 승인 2015.03.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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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
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요즘 사람들은 누구나 바쁘게 산다. 돈벌이를 나간 것도 아닌데 집에는 사람이 없다. 두문불출하면 루저 취급을 받는다.

지하철을 타면 노인들이 그렇게 많다. 공짜니까 밖으로 나도는 것이 일과처럼 되었다. 그나저나 생동하는 모습이 보기에는 좋다.

볕이 잘 드는 곳에는 목련이 겹겹의 꽃잎을 시나브로 벗을 준비를 하고 있다. 곧 터뜨릴 것 같은 벚꽃의 봉곳한 꽃 움이 소녀의 작은 가슴을 닮았다.

집밖에 나서니 뻗은 도로를 따라 도시의 공간을 길게 잇는 지상철도 모노레일이 눈에 들어온다. 버팀목이 받쳐주는 레일위에는 3호선 전동차가 소리 없이 오가고 있다.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들과는 딴 세상에 있는 양 노란색 파스텔톤의 부드러움을 뽐내면서 선로 위를 달린다.

차량 3개를 1편성으로 묶은 전동차의 개통을 눈앞에 두고 매일 같은 코스로 시험 운전을 하고 있는 탓인지 그 폼이 제법 의연하다.

공중을 달리는 전동차에 행인들의 눈길이 가끔씩 꽂힌다. “4월에 개통을 한다며, 저거 타는 사람 많겠나, 운전자도 없다는데 타도 괜찮겠나, 불이 나면 큰일 이제, 가다가 고장 나면 우짜노, 내 아는 사람이 한번 타 봤다고 카던데 지하철 타는 것과 다를 것이 없고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가니까 구경꺼리도 많고 좋다 카더라” 수더분한 아주머니 셋이 걸어가면서 하는 말이다.

세상이 변하는 만큼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끔찍한 사고를 겪은 트라우마 탓인지 모두가 안전에 신경이 곤두 서 있다. 안전사고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무의식에 밀릴 때 일어난다. 늘 하던 일이니 쉽게 생각하거나 컴퓨터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는 의존성에서 출발한다.

3호선은 이달만 지나면 누구나 탈 수 있다.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가 다각도로 안전운행 점검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긴가민가 하는 시민들이 더러 있는 모양이다. 아마 시민들과의 소통되지 않은 의식의 틈새 때문일 것이다.

우리 국민은 좋든 싫든 정부나 정치권에서 하는 일들에 대해 부정적 생각들을 버릇처럼 가지고 있다. 대도시 교통의 꽃이라고 일컫는 모노레일 설치에도 이 같은 영향이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

시내 일간지가 대구시민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3호선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개통 전 승객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시민들이 교통의 편리함 보다 안전성을 더 중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도시철도건설본부는 시민들이 걱정하는 부분들에 대해 완전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한다. “사고 시 항공기 대피용으로 사용하는 스파이럴 슈트를 1편성(3량)에 4개씩 설치하여 승객을 5분 이내에 탈출시킨다. 화재 시에는 연기감지기(1편성에 12개)가 즉시 작동하고 곧바로 자동소화설비인 워터미스트(물을 안개처럼 뿌리는 장치)가 불을 끄고 배기판이 작동해 유독가스를 전동차 밖으로 빼낸다. 모든 전동차에 안전요원이 배치되어 출발과 도착 때 승강장 상태를 점검하고 차량 운행상태를 실시간으로 전동차 통합관제실에 전달한다.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므로 안심하고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이럼에도 시민들이 뭔가 꺼림칙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행정에 대한 불신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다.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단체장 직선으로 표면화된 시민이기주의 탓이다.

지난 10일 ‘시장, 구청장·군수 정책협의회’에서 몇몇 구청장이 “3호선 소음으로 인해 주민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다. 고무바퀴가 레일 위를 지날 때 생기는 약간의 소리는 처음 들어서 그렇지 잠시 익숙하면 문제가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버스 등 많은 차들의 소음에 길들여져 있지 않은가.

온 종일 시시각각 운영 연습하고 있는 모노레일3호선을 보면서 이제는 시민들도 도시철도에 대한 의식의 틈새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지사 시민을 위해 만들어진 최상의 교통수단을 잘 이용해야하지 않겠는가.

도시철도 당국은 시민들이 우려하는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개통 후에도 아주 작은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안전에 일관성을 유지해 나가기를 바란다.

시민 여러분, 우리 모두 국내 최초 도시철도형 모노레일 3호선을 대구의 랜드마크로 키워갑시다.

멀리 사라져 가는 전동차의 뒤꼬리가 봄날 공중을 나는 노랑나비의 날갯짓을 연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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