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와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사드와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 승인 2015.03.2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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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객원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영원한 우정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이 전해온다. 어제의 우방이 내일은 원수가 되는 경우가 수없이 많으며 이것은 국익에 따라 역사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현상이다.

유사 이래 이 전통은 경험칙으로 우리에게 각인되었다. 구태여 오랜 전 옛 사례를 들 필요도 없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연합국과 추축국은 결국 연합군의 승리로 끝을 맺는다. 독일과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은 패전국으로 전락하여 막대한 전쟁 배상금이 부과되고 전범들은 재판을 통하여 사형이 집행되었다. 폐허로 변한 그들 나라는 당장 생존하기조차 어려운 경제적 궁핍에 시달려야 했다. 국민을 죽이고 모든 문물을 파괴한 대가를 톡톡히 치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과거 같으면 나라가 없어지고 식민지로 전락할 처지였지만 연합국들은 각국의 이해에 따라 이들을 배려했다. 그 결과 새로운 정부를 구성한 독일과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은 오직 경제부흥에만 전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 모든 전쟁배상금을 탕감 받은 독일은 아데나워가 이끄는 라인강의 기적을 연출해 냈으며 한반도에서 터진 6·25사변의 특수를 이용한 일본은 전전(戰前)을 능가하는 경제규모로 급성장했다.

일제강점 36년을 벗어난 한국만이 미·소의 국제정치 정략의 희생물이 되어 남북으로 갈라지는 분루를 삼키며 민족상잔의 전쟁으로 인한 폐허로 변하고 말았다. 그나마도 한국은 4·19혁명과 5·16쿠데타를 거치며 용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하는 쾌거를 이루고 이제는 세계10위 안에 드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세습정권으로 이어지는 공산독재의 단맛에 빠진 북한은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 전락하여 300만 명이 기아선상을 헤매는 비참한 나라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김대중 노무현정권으로 이어지는 10년 동안 퍼주기에 힘입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자 이제는 원폭을 제조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쏴대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북핵은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 미사일에 탑재할 원폭 소형화에도 성공했다는 군사전문가들의 평을 듣는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서 고고도미사일 방어체제(사드)를 만들었다. 이를 한국에 배치할 것인지, 아닌지는 매우 민감한 문제여서 한·미간에는 이 문제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입장을 보여 왔다. 물밑으로는 깊숙하게 논의하고 있으면서도 중국의 반대 때문에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온 것이다. 중국에서는 외교차관보를 한국에 보내 사드배치를 노골적으로 반대했으며, 미국에서도 역시 외교차관보가 방한하여 사드배치를 공론화시켰다. 주적으로 표현되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해서 한국군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저들의 핵 공격 위협은 며칠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의 방약무인한 저돌적 발언으로 현실화되었다. 그가 작심하고 핵으로 공격하겠다는 대상은 물론 한국이다.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아무런 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한국은 쏘면 맞을 수밖에 없다. 속수무책이다.

원폭의 파괴력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것보다 수십 배의 위력을 가졌다. 이를 150km 상공에서 요격할 수 있는 방어체제는 아직까지는 사드가 유일하다. 이것도 100%는 아니지만 80%의 확률이 있다니까 그나마 기대가 크다. 물론 전시작전권도 미군에게 있고 미사일 방어도 미국에게 맡긴다는 것은 독립 자주국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한다. 그러나 북한에 가장 영향력이 큰 중국은 오랫동안 계속된 북한의 핵 개발문제에 대해서 오불관언(吾不關焉)의 태도를 견지해 왔다. 겉으로는 북핵 개발을 반대하는 것처럼 제스처를 썼지만 사실상 방관하는 태도를 취하며 일체의 제동을 걸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북핵을 묵인하고 은연중 인정해온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중국과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거래를 하고 있지만 중국이 한국의 안보를 챙겨주는 데는 너무나 무덤덤하다. 과거를 들먹이는 것은 불필요한 일일 수 있으나 한국통일의 유일한 기회를 박살낸 중국의용군의 한국전 참여는 지금도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따라서 한국은 살아남기 위해서 미국의 사드를 안전장치로 받아드리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한편 중국은 세계 금융질서를 새롭게 쓸 수 있는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AIIB)을 설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미국은 반대하지만 막강한 중국경제를 의식한 독일, 프랑스, 영국까지 가입의사를 밝혔다. 한국도 당연히 설립투자국으로 동참하는 것이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을 뛰어넘을 수 있는 우군을 확보한다고 할 수 있다. 사드와 AIIB가 모두 중국과 관련되어 있으며 동맹국인 미국의 이해와도 상관이 있지만 한국의 외교자세는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의연함을 보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드는 한국을 지킬 수 있는 안보태세로, 아시아투자은행은 한국의 경제위상을 드높이는 실리적인 경제조치로 당당하게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천 년을 내려오며 외침(外侵)으로 얼룩지고 경제적으로 곤핍했던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으려면 민족적 자존심과 자주력을 발휘하여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더 이상 머뭇거리며 눈치나 보는 태도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불신을 살 수 있으며 향후 한국의 발언권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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