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도서 읽기와 ‘생각의 지도’
인문도서 읽기와 ‘생각의 지도’
  • 승인 2015.03.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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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
학교장
범어도서관 앞에서 환경미화원이 끌고 가던 손수레를 세워 놓고 유심히 안내표지판을 살펴보고 있었다. 한참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무엇을 발견하고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잠시 환경미화원은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모니카 페트의 ‘행복한 청소부’가 생각났다. 독일에 작가와 음악가들의 거리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가 있었다. 닦아 놓았나 싶으면 금방 다시 더러워지는 그런 일에 기죽지 않고 더러움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아 다른 청소부들도 진심으로 그 아저씨가 ‘최고’라고 인정했었다.

어느 날 청소부는 ‘글루크 거리’라는 간판을 깨끗이 닦아 놓았는데, 지나가던 어린아이가 ‘글뤼크 거리’라고 해야 되지 않느냐면서 아저씨가 글자의 선을 지워버렸다면서 엄마에게 항의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어린아이가 생각하는 글루크는 뜻이 없지만 글뤼크는 ‘행복’이라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충격 받은 청소부는 작곡가와 작가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였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행복한 청소부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범어도서관 안으로 들어간 환경미화원도 뜻을 세워 독서를 할런지도 모른다. 누구나 독서를 한다는 것은 풍부한 상상력의 감성과 논리적 사고력의 지혜를 얻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대구광역시 교육청은 100권의 책을 읽고, 100번의 토론을 하고, 1권의 책을 쓴다는 인문학에 힘을 쏟는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인문학도서 선정기준은 고전에 대한 지식적인 측면보다는 고난을 이겨내는 위인들의 태도와 가치로 후대의 학생들이 깨닫고 지적, 정서적, 신체적 성장과 발달을 돕는다 하였다. 모든 학생이 인문학 책을 읽도록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인성교육에 있다고 본다.

1월 하순에 발표된 인문도서 목록을 살펴보았다. 선정된 도서는 인문고전 중심으로 철학, 문학, 역사 3분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초등은 문학이 82%를 차지하고 중학교는 53%, 고등학교는 48%를 차지하고 있었다.

문학을 책 유형별로 나누어 보니 고난을 이겨내는 위인들의 태도와 가치를 본받는다는 취지에 부합하는 위인전은 거의 전무한 편이었다. 본디 위인전은 정서를 풍부하게 할 뿐만 아니라 꿈을 갖기에 가장 좋은 고전이다.

또 전체 선정 도서 중 외국의 도서가 50%를 훨씬 상회하는 것도 독서지도를 하는데 유의하여할 점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초등학교 문학은 특히 60%가 넘는 도서가 서양의 책들이고 지은이가 2명이상인 경우도 많았다.

그러한 도서 가운데 명작이라고 일컬어지는 프랜시스 호짓슨 버넷의 세라(소공녀)와 세드릭(소공자), 비밀의 화원은 영국이 인도 등 여러 나라를 식민지배하면서 부유하게 되었던 때의 작품이다.

그리고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왕자와 거지는 그 당시 시대상황이긴 하지만 인종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책들이다. 흑인은 노예가 되거나 증오의 대상으로 묘사되는 부분이 있었다. 글로벌사회를 지향하는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역차별 하는 일은 없는지 되짚어 보아야한다.

문학 도서를 선택하는 경우는 원형(原型)이 되는 전래동화를 중심으로 선정하는 것이 좋다. 전래동화를 읽으면 상상의 즐거움과 감동을 느낀다. 상상의 즐거움은 사고력의 향상으로 창의력을 길러준다.

또한 전래동화는 오랜 세월동안 내려오면서 풍부한 감성과 만족감과 즐거움을 함께하도록 전승되어 왔다.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이론을 살펴보면 동·서양인의 차이는 분명하다. 동양인은 겸손함이 존경을 받고, 서양인은 똑똑함이 훌륭함의 대상이 된다.

동양인은 사물을 볼 때 관계적투사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3인칭 시점의 눈으로,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고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겸손이 미덕이고 배려와 나눔의 생각이 앞선다는 것이다.

개인적이고 분석적인 서양인들이 자기중심적투사로 쓴 책을 읽는 우리 학생들이 독서를 하면서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인의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시 된다.

‘서양인은 보려하고, 동양인은 되려한다.’는 셀든의 말을 곰곰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왕 선택 된 인문도서의 독서지도에선 유의점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이유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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