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일기’ 운동은 밝은 사회의 지름길
‘사랑의 일기’ 운동은 밝은 사회의 지름길
  • 승인 2015.05.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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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객원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수많은 시민사회단체 중에서 정치적 색깔이 가장 적은 단체의 하나가 ‘인간성회복운동 추진협의회’다. 약칭으로는 ‘인추협’이다. 몇 년 전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총회가 열렸다. 이홍훈 전대법관은 축사를 통하여 ‘인간은 원래 착하게 태어나는 것인데 커가면서 잘못된 환경과 교육 때문에 나쁘게 변하는 것’ 같다고 발언하여 많은 공감대를 이뤘다.

나는 독재정권에 저항하여 6월항쟁의 주역이었던 ‘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바 있어 ‘인추협’과 ‘민추협’은 어감으로 일란성 쌍둥이가 아닌가 싶다고 했더니 모두 웃었다. 인간성을 회복한다는 것은 본래의 착한 마음씨로 돌아가자는 것을 의미하고, 민주화운동은 본래의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한다는 뜻이어서 ‘인’과 ‘민’은 하나라는 내면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마침 지난 5월14일 프레스센터에서 인추협이 주최하는 ‘사랑의 일기’ 쓰기운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권성회장은 개회사에서 “날로 허물어지고 있는 사회기강과 비인간적 범죄행각은 국민정서가 파괴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갈파하면서 “사랑의 일기를 꾸준히 쓰게 되면 스스로 자정(自淨)능력이 생긴다” 고 결론지었다. 헌법재판관을 역임한 사회원로로서 비뚤어진 사회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이날 모두(冒頭)발언을 한 대표자는 화계중학교 김종현교장, 오장섭 전건설부장관, 신곡암 주지 원경스님, 한국교원총연합회 안양옥회장, 박만수 6·25참전유공자, 인추협대표 고진광, 그리고 한국정치평론가협회를 대표한 전대열 등이었다. 모두 주옥 같은 말씀으로 자리를 빛냈다. 필자는 바로 전날 터졌던 내곡동 예비군훈련장에서의 총기난사문제를 꺼냈다. 현역시절 이미 관심병사 B급으로 분류되었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제대를 한 후에도 계속 ‘관심인물’로 보호감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군이라는 집단생활 속에서는 상관이나 관계관의 관찰대상이 될 수 있지만 민간인이 된 다음까지 이어질 수는 없다. 가족 이외에는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사생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신적, 육체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회적 감시기구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데 그것은 어려서부터 자기 자신을 항상 되돌아볼 수 있도록 일종의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가능하다.

끊임없는 교육만이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유치원에서부터 그날그날 자기의 행동과 생각을 쓰거나 말하게 하면 된다. 일기를 쓰는 일이다. 이는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기교육이요, 자기연마다. 모든 학생들이 매일매일 일기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하루를 되돌아보게 되면 자랑스러운 일, 부끄러운 일, 꼭 하고 싶은 일,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누가 가르쳐줄 필요도 없이 저절로 깨우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자기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다는 것은 그만큼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고 자신의 격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요즘 모든 매스컴을 더럽히고 있는 화제꺼리는 뭐니뭐니해도 성완종리스트 관련기사다. 리스트 한 장 남겨 놓고 사랑하는 가족과 아끼던 회사를 버리고 홀로 떠난 성완종에 대해서도 “잘했다” “못했다” 말이 많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데 무슨 군더더기가 필요할까. 왈가왈부가 불필요하다. 다만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고관대작들의 행동거조는 참으로 한심하다. 돈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자기 자신만은 확실히 알 것이지만 수백차례 통화기록이 나오고, 당동지로 일했으며, 2년씩 국회의원을 함께 한 사람을 ‘친하지 않다’ ‘단독으로 만난 일은 없다’ ‘차 한 번 마신 일도 없다’고 잡아떼는 것은 마치 개그맨들의 말장난 같아 씁쓰레하기만 하다.

그만한 위치까지 진출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상대방이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적인 다정한 모습만은 보여주는 것이 인간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전혀 자기를 되돌아 볼 기회를 갖지 않은 성찰부족이 아닐까. 때맞춰 환경문화시민연대 박태순사무국장이 옆자리에 앉더니 ‘노인자살’에 대한 원고가 필요하다고 부탁한다. 그러고 보니 OECD 가입국 중에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는 신문기사를 본 기억이 되살아난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노인네들에게 가장 어려운 게 경제문제다. 대부분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택한다. 자식들이 있어도 돌보지 않고, 황혼이혼으로 홀로된 외로움에 몸부림치다가 극단적 행동을 취한다.

이들을 구제할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것이 우리 사회의 취약점이지만 개인적으로도 화려했던 과거에 얽매이거나, 젊은 사절의 방탕을 반성하지 않고 있는지도 되돌아봐야만 한다. 이를 스스로 추스릴 수 있다면 극단행동은 멈춰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성 회복운동은 어려서부터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에서 시작되어야만 정서불안이 해소되어 온갖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번 캠페인에서 특히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일기쓰기가 강조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그들은 학생들과 유기적(有機的) 관련자이기 때문에 이들의 정서가 안정되는 것이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전이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미뤄볼 때 사랑의 일기는 국민을 우러러 봐야하는 정치인들과 공무원 그리고 이 나라 경제를 두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경제인 등 모두가 함께 동참하여 우리 사회를 밝고 명랑하게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싶다. 일기에 뇌물 먹었다고 쓸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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