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극작가·연출가·기획자…38세 소년 손호석의 꿈, 현실이 되다
배우·극작가·연출가·기획자…38세 소년 손호석의 꿈, 현실이 되다
  • 황인옥
  • 승인 2015.05.1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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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다...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다”
호기심에 시작한 연극배우활동 흥미
생활고에 직장-무대 드나들며 꿈 이어
직장생활 청산 후 새로운 도전 감행
연출·배우·기획자 등 1인 4역 소화
대구 공연계서 가파른 성장가도 달려
영화5월이야기촬영장면
영화 ‘5월 이야기’ 촬영 장면. 손호석이 직접 시나리오에 참여했다.
뮤지컬사랑꽃공연모습
뮤지컬 ‘사랑꽃’ 공연 모습.
낭독공연 모습
직접 기획한 낭독공연 모습.

대본 이야기가 나오자 손호석(38)의 동공이 부풀어 올랐다. 목소리 톤도 한층 밝아지고 높아졌다. 극작가가 천직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극작가로 사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그의 태도에서 짐작이 갔다. “작가는 완전한 백지상태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매력있죠.”

평범해 보이는 외모의 소유자인 손호석의 내면은 분출하는 예술적 에너지의 총량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다재다능함으로 넘실댔다. 연극배우로 시작해 극작가, 연출가, 기획자 등 1인 4역을 소화하며 최근 대구 공연계에서 가파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 꿈과 현실 사이를 넘나들다

그가 본격적으로 연극에 입문한 시기는 대학 졸업 직후. 극단 예전에 문을 두드리면서 부터다. 극단 예전의 전업 단원으로 활동하며 학창시절 꿈꾸었던 연극에 대한 열정을 풀어냈다. 이 시기에는 주로 아동극에 집중했다. “연극을 오래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잠깐 연극배우를 경험해 보고 싶은 정도였어요.”

그는 처음 계획대로 극단 예전 입단 1년 뒤 직장인으로 전환하고 5년을 살았다. 하지만 공연계와 완전히 담을 쌓지는 못해서, 열외인으로 공연계를 드나들며 끼 풀이를 하곤 했다.

직장생활하면서 공연 예술에 대한 목마름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 쯤에 그는 어김없이 다시 공연계로 돌아왔다. 두 번째 귀향이었다.

이 시기 그는 연극 ‘눈 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애랑을 찾습니다’. 오페라 ‘불의 혼’, 마당극 ‘풍동전’ 등에 출연하고, 제23회 대구연극제에서 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전업 배우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경제적 상황이 끝간데로 내몰리면서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했던 것. 하지만 공연계를 완전히 떠날 수는 없었던 그는 직장생활과 공연예술을 병행했다. 이 시기 그의 예술적 DNA가 작동하며 흔적을 남긴 프로젝트가 ‘밴드컬 시리즈’다. 밴드 공연에 스토리를 입히는 새로운 시도였다. 이 기획은 그가 기획자와 극작가로 이름을 알리는 첫 작업이기도 했다.

◇ 꿈을 선택하고 꿈을 이루다

그에게 일대 전환의 해는 2013년,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직장생활을 완전히 청산하고 봉산문화회관이 기획한 뮤지컬 전문 배우 양성 프로젝트인 ‘2013뮤지컬 배우 발굴 프로젝트 워크숍’에 지원해 연기 초보자들과 함께 뮤지컬의 기초를 쌓은 것. 연극 입문 11년 만의 일이다. “대구에 뮤지컬이 성장하면서 뮤지컬이 중요해졌죠. 연극과 달리 춤과 노래와 연기를 동시에 소화하는 능력을 길러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어요.”

오래 웅크린 자의 비상은 화려한 법이다. 그는 그해 2013딤프 대상작 ‘사랑꽃’과 ‘비방문 탈취작전’, ‘인연’ 등의 굵직한 창작뮤지컬에 캐스팅되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검증했다. 이듬해인 2014년은 배우에서 극작가와 연출가로 맹활약하는 제2의 도약기가 됐다. 뮤지컬 ‘북성로 연가’, 연극 ‘고리’ 낭독공연, 합창음악극 ‘사랑하기 때문에’, 달성중학교 뮤지컬 ‘라이크와이즈’ 등의 대본을 쓰고 연출에도 손을 대며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그의 2015년은 뮤지컬 ‘사랑꽃’ 조연출 및 출연, 어린이 뮤지컬 ‘소금왕국’ 연출, 교통연수원 친절교육 뮤지컬 작·연출, 딤프 창작지원작 ‘이상한 나라의 안이수’ 작·연출, 낭독공연 ‘첫사랑 실종사건’ 연출, ‘신의 아그네스’ 제작 등의 일정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그는 또 영화 시나리오에도 손을 대 ‘방비엥 게스트 하우스’, ‘커플은 싸워야 제 맛’ 등을 쓰고 영화로도 제작했다. 시나리오 ‘5월 이야기’는 현재 영화로 제작 중에 있다.

연출가와 기획자는 좋은 극작가를 위한 방편일 뿐, 손호석이 천직으로 삼고 싶은 제1직업은 극작가다. 그렇다면 극작가로서의 그만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사건 중심보다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죠. 이 인물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들 이예요. 예컨데 묘한 여자와 묘한 남자의 만남 같은 것이죠. 세계관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뭔가 새로운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죠.”

◇ 후배들과 함께 꿈을 꾸다

손호석은 지난 5월 1일, 대구 달서구 용산동에 색다른 공간 하나를 마련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 나가고 있다. ‘천권당 프로젝트’다. 대구예술발전소의 실험적 예술프로젝트인 ‘만권당’에서 모티브를 딴 것으로, 이 공간은 도서를 구비하고 예술가들의 독서와 토론, 낭독 공연 등의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그는 특히 이 공간이 극작가로서 재능을 가진 후배들이 재능을 연마하고 펼치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주변의 예술가들이 공부하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좋은 작품들이 지역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주위에 좋은 예술가나 작가들이 많아야 제가 대구에서 그들과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야말로 손호석 전성시대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처럼 비약적인 성장이 가능했던 배경을 묻자 그는 ‘대구 문화계의 든든한 기반’을 들었다. “뮤지컬이 대구에서 성장하고 각 구마다 문화생산기관이 성업하고 수요가 증가하는 등 대구의 공연 기반이 탄탄해졌고, 저는 그 판에 쉽게 진입할 수 있었지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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