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무문관 첫 백일일기...눈과 입과 귀를 닫고 참 진리를 깨닫다
<신간>무문관 첫 백일일기...눈과 입과 귀를 닫고 참 진리를 깨닫다
  • 황인옥
  • 승인 2015.05.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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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관 첫 백일일지
우학스님 지음/좋은인연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다. 중생 누구나 원래부터 부처의 성품을 가지고 있어 수행과 깨달음을 통해 부처의 성품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본래의 성품을 회복하면 고통스러운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나 참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도 한다. 이 때문에 흔히 불교는 수행의 종교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수행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눕지 않고 좌선만 하는 ‘장좌불와’와 잠자지 않고 하루 20시간 이상 참선 수행하는 ‘용맹정진’, 문을 닫아 놓고 세상과 격리된 상태로 수행하는 무문관(無門關) 수행 등이 가장 고난이도의 수행법들이다.

대구의 도심포교도량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 회주 우학스님이 천일(3년) 동안의 수행의 원을 세우고 선택한 수행법은 무문관(無門關) 수행이다. ‘문이 없는 집’이란 뜻에 비춰 폐관(閉關) 수행이라고도 한다.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 감포도량에는 무문관 선방이 있다. 우학 스님의 수행처는 바로 여기다. 우학 스님은 이 감포도량 문무관 선방에서 2013년 음력 4월 15일 수행을 시작해 천일이 되는 2016년 음력 1월 15일 수행을 종료하게 된다.

최근 출간된 ‘문무관 첫 백일일기’는 문을 닫기 7일전부터 감포도량 문무관 문을 닫은 후 94일까지의 첫 번째 100일간의 우학 스님의 수행일기를 사진과 함께 엮은 것이다. 책은 특히 수행 틈틈이 만나는 자연을 통해 또 다른 깨달음으로 향해 가는 우학 스님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감포도량 무문관은 전국 4개 무문관 중 유일하게 포행마당이 있다. 스님은 힘든 폐관 수행에서 이 포행 마당을 또 하나의 수행처로 삼아 용맹정진한다. 스님은 포행 마당에 심어 놓은 가지,고추, 토마토 등의 생명들을 틈틈히 만나며 그들에게서도 부처님의 진리를 만난다.

스님의 수행일기는 스님의 수행 과정이 고스란히 수록되어 있다.

수행 9일차. 스님의 일기에는 ‘평화롭다’고 기록되고 있다. 5월의 끝자락에 서서 바쁘고 푸르렀던 지난 한 달을 관하며, 땅과 햇볕을 관하며, 새로 바뀐 공양 발우를 뚜렷하게 관하며 스님은 평화를 느꼈다고 적고 있다. 이날의 기록은 세상사와 본격적으로 단절되고 폐관 수행을 위한 청정 상태로 들어갔음에 대한 은유로 다가온다.

수행 38일차. 스님은 포행 마당에 정이 깊어졌다고 소회하고 있다. 작은 뜰은 무상(無常)의 동산이라며, 뜰 속의 토마토, 나팔꽃, 무명초를 바라보며 무상을 노래한다. 모든 것이 찰나지간이며, 무상의 동산에서 무상의 주인공들이 무상으로 머물고 있다고 설법한다. 그의 수행이 깊어지고 있음이다.

그리고는 수행 93일차. 살아있는 것은 모두 위대하다고 적는다. 살려고 노력하는 존재들은 숭고한 가치가 있다며 수행 93일차의 성취에 감사한다. 이어지는 문무관 수행 94일차. 문을 닫기 전 7일부터 문을 닫은 지 백일이 되는 날이다. 이 날의 일기에는 스스로 옷에 먹물을 들인다고 기록한다. 어느듯 94일을 맞은 그가 첫 수행에 세웠던 원을 되새기며 수행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처럼 저자의 소박한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폐관 수행은 결코 무료하지 않으며, 치열한 수행과 올바른 깨달음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문은 닫혔으나 열린 눈과 열린 마음의 무문관 그곳은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한 티끌이 시방세계를 머금듯 대우주의 아름다움과 질서정연함이 펼쳐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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