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 장벽 허물고 장르 편견 없애고 지역 이야기 담는다
진입 장벽 허물고 장르 편견 없애고 지역 이야기 담는다
  • 남승렬
  • 승인 2015.05.3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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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달 맞이하는 최현묵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

직원과의 스킨십·소통 강화

조직 속에 들어가려고 노력

문화·예술영역, 대구에 밀착

축제 열고 젊은 무대 만들어

시민친화형 아트센터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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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묵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임기 동안 지역 밀착형 공연·전시 프로그램을 마련해 문예회관을 시민의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 한달을 앞둔 최현묵(56) 관장의 시선은 한 곳에 머물러 있었다.

지난달 27일 대구문예회관 관장실에서 만난 그의 눈은 관장실 한편에 자리한 브라운관 모니터를 응시했다.

이날은 대구시립무용단의 올해 첫 정기공연 ‘코끼리를 보았다’ 공연이 예정된 날. 최 관장은 공연에 앞서 이날 오후 ‘코끼리를 보았다’의 최종 리허설을 브라운관을 통해 지켜보던 중이었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문화기획자로 이달 6일 취임 한달을 맞는 최 관장은 과거 대구가톨릭대 무용공연학과 강의전담 교수로도 재직, 무용에도 일가견이 있는 인물. 최 관장은 “‘코끼리를 보았다’는 지난해 11월 부임한 대구시립무용단 홍승엽 예술감독의 첫 정기공연이라 공연 전부터 지역 공연예술계 안팎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라며 “독특한 안무와 짜임새 있는 무대 구성으로 이전과는 차별화된 공연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공연장을 찾은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해 지역 문화계 인사들을 일일이 접견했다. 다음은 최 관장과의 일문일답.

- 오는 6일이면 취임 한달을 맞는다. 취임 한달, 어떻게 지냈나.

△업무 파악 하느라 정신없이 보낸 것 같다. 각 과·팀별로 보고를 받고 의견도 나누는 등 직원간 스킨십과 소통 강화에 주안점을 뒀다. 문화예술회관이란 조직 속에 내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 했다. 또 관장으로 취임하면서 당초 가졌던 구상을 재구상 하면서 바쁘게 지냈다.

- 당초의 구상? 대구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비전 혹은 청사진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그런데 대구 문화 발전을 위한 비전을 논하기 위해선 하나의 전제가 있어야 한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의 현재 상황을 짚지 않을 수 없다. 과거 문예회관은 지역의 모든 예술 영역을 관장했지만 오페라하우스와 대구미술관, 시민회관 쪽으로 뮤지컬·미술·음악 등 몇몇 장르가 빠져나가면서 한계 아닌 한계에 직면했다. 여기에 건립한 지 25년이 지난 시설의 한계, 예산의 한계, 시스템의 한계 등도 있다. 이같은 한계를 인정하고 비전과 청사진을 이야기해야 한다. 대구문예회관이 이 한계를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내부지향적으로 가야 한다. 문화와 예술의 영역이 대구라는 도시에 밀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처음 생각한 열쇳말 역시 ‘대구문화의 중심, 대구예술의 미래’였다. 이 말의 취지는 액면 그대로다. 문예회관이 대구문화의 중심 역할을 맡는 한편 대구예술의 미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문예회관 부흥의 지름길은 문예회관 조직 자체가 가진 한계와 제약을 인정하고 대구라는 도시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즉 지역 밀착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직원은 물론 지역 문화계 인사들과 좀 더 많은 논의를 거쳐 도출할 계획이다.

- 대구는 문화예술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제반 인프라도 수준급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이 체감하는 문화지수는 그다지 높지 않다는 의견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대구지역 문화지수 향상을 저해하고 문화발전을 막은 요인이 존재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지역성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대구라는 지역이 가진 특성, 정치적 차원의 보수성이 아닌 대구가 가진 일반적 보수성과 폐쇄성이 새로운 문화나 변화를 거부하는 경향이 지역 문화 발전 저해의 요인으로 비춰졌을 거라 생각한다. 지역의 개방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것도 문예회관의 역할이다.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고 이질적인 문화에 대해서도 관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지역 문화발전은 물론 문화적 지수도 그만큼 상승할 것으로 믿는다.

- 기성세대 예술인과 비교했을 때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질문과 연계해 보면 지역 문화발전은 결국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끼와 열정을 펼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공간 등이 확보되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험적인 예술적 끼와 재능을 가진 젊은 예술인들의 활동이 그만큼 중요하는 것인데.

△경제영역과 마찬가지로 문화예술영역에서도 젊은이들이 매우 중요하다. 젊은이들이 대구에서 숨 쉬고 살고 꿈꿀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젊은이들이 머물지 않으면 그건 죽은 도시다. 젊은이들이 없는 죽은 도시로 전락되지 않기 위해선 문화예술 기득권들의 전향적인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자신의 문화 기득권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젊은 예술인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들이 대중 속에 파고들 수 있는 장을 열어 줘야한다는 것이다. 공연장 대관은 어렵지 않지만 아직도 일부 공공 공연장에선 젊은이 중심의 문화, 이를테면 스트리트 댄스와 힙합·락 등은 다소 꺼리는 게 현실이다. 진입 장벽을 허물고 장르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게 중요하고, 제도적으론 소극장 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임기 동안 명망가 중심보다는 대중적인 문호 개방을 이뤄내 젊은 예술인들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겠다. 구체적으로는 문예회관 비슬홀을 청년 무대로 전용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 마지막으로 문예회관의 수장으로서 임기 동안 ‘이것만은 꼭 이뤄내겠다’ 하는 게 있는가.

△문예회관을 대구를 대표하는 시민 친화적 공연장, 지역 밀착형 아트센터로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서 지역 예술인이 중심이 되고, 대구의 장점이 드러나는 시즌별 문화예술축제를 열 계획이다. 장르와 세대가 균형감 있게 배치된 가칭 ‘시민이 행복한 천원콘서트’ 같은 공연 프로그램도 운영해 시민들의 뇌리에 ‘문예회관은 지역을 거점으로 지역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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